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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의 배신 - 살찌는 체질이란 없다
박지인(어떤약사) 지음 / 모티브 / 2026년 9월
평점 :
출근길, 지하철역 앞
베이커리에서 풍겨오는 달콤한 냄새를 모른 척 지나치기란 쉽지 않다. 점심 식사 후에는 자판기에서 습관처럼
믹스커피 한 잔을 뽑아 든다. 오후 네 시쯤 되면 서랍 속에 감춰둔 초콜릿을 찾아 입에 문다. 밥을 꼭 먹어야 비로소 든든한 포만감이 밀려오고, 매 끼니 면과
밥을 탐닉하는 나의 삶. 오십 대 중반을 넘어선 직장인인 나의 일상은 이처럼 철저하게 탄수화물과 당분으로
촘촘히 채워져 있다. 하지만 입이 즐거운 시간도 잠시, 돌아서면
가슴 한구석에서 무거운 불안감이 엄습한다. 건강검진 결과표에 찍힌 빨간색 경고등, 당뇨와 고혈압 전 단계라는 숫자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소위 ‘건강염려증’을 달고 살면서도 정작 퇴근 후 운동화 끈을 매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
온갖 핑계를 대고 소파와 한 몸이 되기 일쑤인 내가 유튜브 '어떤약사' 채널의 박지인 약사가 쓴 <혈당의 배신>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무작정 무언가를 ‘개선해야겠다’는 조급한 다짐 이전에, 내 몸을 오해 없이 잘 알고 시작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이 관통하는 명확한 주제는 우리가 살이 찌고 건강을 잃는 것이
의지 부족이나 타고난 체질 탓이 아니라, 통제되지 않고 요동치는 ‘혈당의
배신’ 때문이라는 점이다. 오십 대가 되면서 나잇살이 찌는
것을 두고 늘 내 게으름을 자책하곤 했는데, 진짜 범인은 내 몸 안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던 혈당이었다. 27세라는 젊은 나이에 당뇨 전 단계를 맞이하고 8년간 연속혈당측정기(CGM)를 차며 몸으로 부딪쳐 기록한 저자의 생생한 데이터는, 건강염려증만
가득하고 실천은 없던 나에게 거대한 거울처럼 다가왔다.
특히 나를 위로했던 것은 탄수화물을 무조건 '절대 악'으로 규정하고 끊으라고 강요하지 않는 태도였다. 저자는 식사 순서, 공복 시간, 운동, 수면과 카페인이 혈당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실험하고 분석해 보여준다. 책은
무조건적인 절제 대신 ‘지속 가능한 식단 관리’와 ‘혈당 스파이크의 억제’라는 현실적인 대안을 주제로 제시한다.
저자는 ‘내 몸에 대한
무지와 오해에서 벗어나, 나를 제대로 아는 것부터 시작하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강조한다. 밥을 먹어야만 배가 부른 나 같은 중년 직장인에게 평생 탄수화물을 끊고
살라는 처방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하지만 책은 무조건 억누르는 다이어트는 결국 폭식을 부를 뿐이며, 내 몸이 반응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지혜롭게 조절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그중에서도 “24시간
동안 혈당 그래프를 완벽한 수평 일직선으로 만드는 불가능한 강박에 갇힐 필요가 없다. 진짜 핵심은 스파이크가
친 뒤 우리 몸이 얼마나 빠르게 원래의 위치로 회복되어 돌아오느냐는 대사 회복력에 달렸다”는 저자의
말은 가슴 깊이 남는다. 늘 건강염려증에 시달리며 초콜릿 하나를 집어 들 때마다 죄책감을 느끼고, 요동치는 숫자에 일희일비하던 나에게 이 문장은 따뜻한 구원이자 위안이었다.
음식을 먹으면 혈당이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일 뿐이기에, 중요한 건 무조건적인 굶기가 아니었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를
먼저 먹고, 단백질과 지방을 섭취한 뒤, 마지막에 탄수화물을
먹는 '식사 순서의 마법'만으로도 충분히 내 대사 회복력을
도울 수 있다는 실전 팁은 당장 내일부터 실천해 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커피 한 잔, 식사 메뉴 하나를 고를 때 내 몸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인지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결국 건강은 거창한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 작은
선택들을 바꾸어 나가는 과정이라는 다정한 위로와 격려가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메시지다.
이 책은 나처럼 만성 피로와 건강 저하를 겪으면서도 잦은 외식과
야근으로 식단 관리가 어려운 중년 직장인과 건강염려증을 가진 이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다. 무조건 굶는
고통 대신 일상에서 혈당 스파이크를 막는 실전 노하우를 배우고, 내 몸의 대사 회복력을 높여 평생 지속
가능한 현실적인 건강 관리법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리뷰는 리뷰의숲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