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의 뇌 - 갑질, 괴롭힘, 공격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뇌과학
가토 토시노리 저자, 박은주 역자 / 링크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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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쉰을 넘기면 인간관계의 지도가 제법 단순해질 줄 알았다. 내 마음에 맞지 않는 이들은 적당히 솎아내고, 결이 맞는 이들과만 남은 생을 평온하게 채워갈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삶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직장의 직속상사, 수십 년을 엮여 온 친척, 혹은 한 지붕 아래 사는 가족까지.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음에도 내 삶에서 도려낼 수 없는, 이른바 ‘손절 불가능한 타인’은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가토 도시노리의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의 뇌>는 바로 그 끊어낼 수 없는 관계가 주는 숨 막히는 피로감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저자는 타인을 통제하려 들고, 사소한 지적에도 불같이 화를 내며, 상식 밖의 폭언을 일삼는 이들의 행동 원인을 ‘성격’이나 ‘인성’이 아닌 ‘특정 뇌 영역(뇌번지)의 기능 저하와 균형의 붕괴’로 진단한다. 뇌과학자의 이 냉철한 시선은 오랜 시간 내 가슴을 짓누르던 질문, ‘대체 저 사람은 왜 저럴까?’에 대한 명확한 답을 주었다. 그들의 무례함은 나를 괴롭히기 위한 치밀한 계략이 아니라, 그저 감정 조절이나 자기 객관화를 담당하는 뇌의 회로가 고장 나서 발생한 일종의 ‘오작동’일 뿐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나는 역설적인 결론에 도달했다. 손절할 수 없는 사람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은, 다름 아닌 ‘그 사람의 고장 난 뇌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인정한다는 것은 그들의 무례한 행동을 용인하거나 이해해 준다는 뜻이 아니다. ‘저 사람은 원래 뇌 구조적으로 대화가 불가능한 상태’라는 뼈아픈 사실을 과학적 팩트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우리가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대를 마주할 때 고통스러운 진짜 이유는 ‘그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는 실낱 같은 기대와 ‘왜 내 진심을 몰라줄까’ 하는 미련 때문이다. 50대 중반의 고개를 넘으며 깨달은 바가 있다면, 타인을 바꾸려는 노력만큼 오만하고 무모한 일은 없다는 사실이다. 하물며 뇌 기능이 오작동하는 사람을 말과 논리로 설득하려 드는 것은, 부서진 도구를 붙잡고 왜 똑바로 작동하지 않느냐며 화를 내는 것과 같다. 상대를 고치려 드는 태도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이 책의 메시지는 차갑고도 단호하다. 핑계 대고 물러서지 마라, 애초에 싸움터에 들어가지도 마라.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을 변화시키겠다는 생각 자체가 이미 승산 없는 전쟁터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가는 꼴이다. 상대의 뇌가 지닌 한계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나면, 비로소 내 마음에 거대한 공간이 생겨난다. 그의 폭언이 내 가슴을 찌르는 화살이 아니라, 고장 난 기계가 내는 불협화음으로 들리기 시작한다. ‘왜 저러지?’라는 원망은 ‘저 사람의 뇌가 또 오작동하는구나’라는 냉정한 관찰로 바뀐다. 상대를 변화시키려는 기대를 완벽히 접고 ‘원래 그런 존재’로 인정할 때, 나는 비로소 그 사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내 감정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다.

손절할 수 없다면, 내 마음속에서 그 사람의 자리를 지워버리면 된다. 기대를 접고, 감정의 주파수를 끄고, 그저 묵묵히 바라보는 것. 이 책의 메시지가 내게 가르쳐 준 것은 타인을 이해하는 관대함이 아니라, 바꿀 수 없는 타인의 한계를 인정함으로써 내 영혼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지혜다.

손절이 불가능한 인간관계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권한다. 타인의 행동을 이해하고,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이며, 내면의 평화를 지키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이 리뷰는 리앤프리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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