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반에 접어들며
지나온 치열했던 삶의 성적표가 초라하게 느껴질 때, <모든 것을 걸지 않은 자에게 세상은 아무것도
내어주지 않는다>를 읽었다. 이 책은 냉혹한 권모술수가로
오해받던 마키아벨리를 '모든 것을 잃은 자리에서 현실을 직시하고 운명을 개척한 인간'으로 재조명한다.
저자가 책에 담은 메시지는 매섭고 날카롭다. ‘착하게 살아남을 수 있다는 환상을 찢어라’, ‘세상은 당신의 눈물과
억울함에 보상하지 않는다’는 일갈은 성실함과 도덕이라는 이름의 나약함 뒤에 숨어 세상의 선의만을 바라던
내 안일함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특히 ‘타인의 선의에 기대는
자가 가장 먼저 버림받는다’는 경고는 가슴 깊은 곳을 찔렀다. 누군가의
도움이나 조직의 배려를 은연중에 바라며 안주했던 태도야말로 비정한 현실 앞에서 가장 먼저 도태되는 지름길이었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내가 모든 것을 걸었다고 착각했던 시간들은 그저 운명의 흐름에 순응하며 타인의 선의가 만들어준 울타리 안에서
안전하게 성실함을 연기했던 것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책은 나를 부당하게 대하는 ‘무례한
자들을 향해 기꺼이 사자의 발톱을 꺼내라’고 조언하는 동시에, ‘적의
칼날을 빌려 내 손에 피를 묻히지 않는 법’이라는 지략을 펼쳐 보인다.
이는 동양의 고전적 지혜인 이이제이(以夷制夷)와
깊이 통하는 맥락이다. 내 감정과 에너지를 소모하며 전면에 나서 피를 흘리는 대신, 냉정하게 판세를 읽고 상대의 힘과 흐름을 이용해 스스로를 지켜내야 한다는 뜻이다. ‘피 묻은 왕관의 무게를 견딜 자만이 권력을 쥔다’는 말처럼, 내 삶의 진짜 주인이 되어 판을 짜기 위해서는 이러한 비정한 결단과 혹독한 책임의 무게를 기꺼이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운명은 우리 행동의
절반의 주인일 뿐, 나머지 절반은 우리에게 맡겨져 있다.” 마키아벨리에게
포르투나(운명)가 삶의 절반을 휘두른다는 사실은 절망의 핑계가
아니라, 오히려 인간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남겨진 절반의 기회였다. 주체적으로 세상을 향해 부딪치는 역량을 쓰지 않는 것은 겸손이 아니라, 내
안의 나약함과 비겁함이 부른 포기였음을 뼈아프게 직시하게 된다. 결국 마키아벨리가 나에게 전하고 싶었던
깨달음은 ‘피 흘릴 각오가 없는 자에게 운명은 결코 길을 내어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상처 입지 않고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달하려는 나약한
마음으로는 삶의 주권을 쟁취할 수 없다. 50대 중반은 늦었다고 핑계 대며 운명 탓을 하기 좋은 나이지만, 나락에서도 다시 삶을 개척한 마키아벨리처럼 지금 손에 쥔 것이 없다면 과거에 제대로 나를 던지지 않았기 때문임을
인정해야 한다.
나아가 이 책은 ‘모든
것을 건 자만이 시대의 룰을 새로이 재편한다’는 거대한 선언을 마주하게 한다. 세상이 짜 놓은 비정한 룰에 억울해하며 순응하는 자는 영원히 도태될 뿐이지만,
자신의 전부를 던져 판에 뛰어드는 자는 마침내 그 판의 규칙 자체를 바꾸는 혁명가가 된다. 이제
억울함을 내려놓고 피 흘릴 각오로 내 삶의 남겨진 절반을 향해 진짜 인생 전부를 던질 때다. 그때 비로소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새로운 시대를 내어줄 것이다.
열심히 살아왔으나 기대만큼의 성과가 없어 세상에 배신감을 느끼는
중년층이나, 새로운 도전 앞에서 망설이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막연한
낙관론을 버리고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는 법을 배우며, 남겨진 절반의 기회를 주체적으로 개척할 용기와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리뷰는 리뷰의숲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