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조각 난 아이는 어떻게 자라는가 - 교육이 답이라는 거짓말
롭 헨더슨 지음, 김은지 옮김 / 푸른숲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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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50대 중반, 우리는 이른바개천에서 용 난다는 신화의 꼬리를 잡고 태어난 세대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남부럽지 않은 직장에 들어가 밤낮없이 일하면 삶이 한 단계씩 위로 격상되리라 믿었다. 하지만 숨 가쁘게 달려온 지금 우리 사회를 마주하면 서글픈 현기증이 인다. 자산의 격차는 이미 노력으로 넘을 수 없는 견고한 성벽이 되었고, 계층 이동을 가로막는보이지 않는 벽은 날이 갈수록 두꺼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롭 헨더슨의 회고록 <산산조각 난 아이는 어떻게 자라는가>는 내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강렬하게 각성시켰다. 한 개천용의 성공담을 넘어, 세습 자본주의의 민 낯을 마주한 우리에게 가슴 시린 이야기를 건넨다. 내 시선이 오래 머문 곳은 아무리 높은 사회적 성취를 이루어도 유년기에 겪은 관계의 트라우마는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저자의 고백이었다. 자녀에게 더 좋은 학원과 스펙만을 쥐어주려 했던 나의 얕은 시야를 흔들듯, 저자는 안정적인 보살핌과 평온한 가정환경이 무너진 상태에서는 교육 시스템이 온전히 작동하기 어렵다는 냉혹한 진실을 일깨워준다. 빈곤의 진짜 모습은 물질적 결핍을 넘어 정서적 관계의 상실이라는 성찰이 내 안의 안일한 생각을 따끔하게 꾸짖는다.

경종을 울린 것은 상류층의 기만을 폭로하는 한 문장이었다. 저자는 과거의 상류층이 물질로 부를 과시했다면, 오늘날의 엘리트들은 하류층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급진적인 아이디어를 유행시키며 지위를 과시한다며 이를사치 신념이라 명명한다. 정작 부유층들은 철저하게 안정된 전통적 가정을 꾸리고 자녀에게 엄격한 교육과 훈육을 제공해 부와 학력을 대물림한다는 모순 앞에서는 분노마저 일었다.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이들의 삶을 사지로 내모는 엘리트들의 이율배반적인 태도는 위선 그 자체다.

나는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50대의 아비로서 깊은 고민에 빠진다. 부모의 부와 정보력이 자녀의 인생을 결정짓는 룰 속에서, 내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내 대에서 간신히 중산층의 턱걸이에 도달하는 것이 전부일지 모른다는 무력감이 밀려온다. 내 아이들은 저 높은 상류층의 반열에 올라 당당하고 여유롭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쩌면 이 견고한 시스템 앞에서 부모가 부릴 수 있는 가장 간절하고도 애달픈 욕심 섞인 희망일 것이다.

저자의 날카로운 말들은 내가 나아가야 할 길 위에 빛을 밝혀준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상류층의 모습은 과연 무엇인가. 단순히 더 많은 자산을 쥐고, 기만적인 신념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엘리트가 되는 것이 종착지일까. 나는 여전히 내 아이들이 상류층이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것이 타인을 밟고 올라선 오만한 군림이 아니기를 바란다.

부조리한 벽의 존재를 알면서도 묵묵히 땀 흘려 중산층의 기반을 다진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들은 무너진 이들을 돌아볼 줄 아는 따뜻한 시선과 책임감을 지닌진정한 엘리트로 자라나길 소망한다. 부모의 노력은 단순히 계층의 사다리를 오르는 도구가 아니라, 아이들이 흔들리지 않고 설 수 있는 가장 단단한 정서적 안전망이어야 함을 가슴에 새긴다. 자녀의 성공적인 계층 이동을 위해 치열하게 달리고 있는 이 시대의 모든 부모와 교육자들에게 마땅히 읽고 가슴에 새겨야 할 지침서다. 우리는 물질적 성취보다 단단한 가정환경이라는 정서적 안전망이 왜 더 중요한지, 그리고 진정한 사회적 리더가 가져야 할 책임감이 무엇인지를 깊이 깨닫고 배울 수 있다.

 

이 리뷰는 몽실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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