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비로소 아버지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 딸이 기록한, 70세 원모씨 관찰 일기
정아름 지음 / 모티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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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근하지 마까……." 책 속 70세 원모 씨의 나지막한 투정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터졌다. 50대 중반, 바이오 스타트업의 품질관리 팀장으로 매일 숨 가쁜 규격과 기준을 다루는 나 역시 아침마다 속으로 수백 번은 삼키는 말이기 때문이다. 오차 없는 데이터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퇴근 후에는 프로 N잡러로 또 다른 나만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느라 늘 시간에 쫓기는 내게 이 책은 잠시 숨을 고르게 만드는 멈춤이었다.

품질관리자로 일하며 배운 원칙 중 하나는 '현상 너머의 근본 원인을 보는 것'이다. 정아름 작가가 70세 아버지를 관찰하고 기록해 나간 과정은, 흡사 한 인간의 역사라는 거대한 결과를 보고 느끼고 이해하고 인정하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딸의 시선에서 늘 답답하게만 보였던 아버지의 고집과 독특한 행동들. 밥을 꼭꼭 씹어 먹는 대신 훌훌 마셔버리듯 급하게 식사를 끝내고, 매일 손가락에 커플링을 꼭 챙겨 끼는 원모 씨의 기이한 습관도 처음엔 그저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사실 이해가 필요없지 않나?

하지만 카메라 렌즈를 통해 현상 너머를 깊숙이 들여다보았을 때, 딸은 아버지는 처음부터 아버지가 아니었다는 가장 단순한 진실을 마주한다. 시간에 쫓기듯 밥을 마시던 습관은 평생을 일터에서 긴장하며 살아온 치열한 청춘의 흔적이었고, 매일 끼는 커플링은 가족을 향한 변치 않는 책임감과 사랑의 징표였다. 부모이기 전에 꿈 많던 청춘이었고,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이었던 한 사람의 인생이 그제야 비로소 보인 것이다.

자식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닮고, 때로는 미워하면서도 닮아간다고 했던가. 딸은 아버지를 원망하고 밀어내던 시간을 지나, 결국 아버지의 서툰 삶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닮아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부모와 자식 간의 진정한 화해는 서로를 대단한 존재로 우러러볼 때가 아니라, 서로의 나약함과 서툼을 가만히 응시하고 인정할 때 비로소 시작된다는 점이다. 매일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터로 향했던 아버지의 무거운 뒷모습. 딸은 그 우직한 걸음 속에서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고집들이 사실은 가족을 지키기 위한 아버지만의 서투른 사랑의 방식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깊은 이해의 시선이 부모 된 입장으로서 부러웠다. 자식의 입장으론 송구하다.

솔직히 부러움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 자식에게 내 모든 서툼을 들키고도, 그것이 원망이 아닌 이해와 사랑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 돌아오는 기적을 경험한 원모 씨는 얼마나 복을 받은 아버지인가. 70세의 나이에도 삶의 무게를 묵묵히 견디며 책임을 다하는 원모 씨의 모습은, 내가 스타트업 품질관리 팀장으로서 중심을 잡고 또 다른 분야로 끊임없이 영토를 확장해 나가는 본질적인 이유와 통한다.

책을 덮으며 내일 아침 출근길을 떠올린다. 여전히 "출근하지 말까"라는 투정이 목구멍까지 차오르겠지만, 이제는 안다. 그 서툰 고집 속에 담긴 삶을 향한 지독한 책임감을. 이 시대의 모든 서툰 부모들과, 이제야 비로소 부모의 뒷모습을 이해하기 시작한 모든 자녀에게 이 따뜻한 기록을 권하고 싶다.

이 리뷰는 리뷰의숲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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