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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ㅣ 열린책들 테마 컬렉션 : 호러
메리 W.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8월
평점 :
시대를 뛰어넘는 고전의 힘은 예상치 못한 문턱에서 사람을 멈춰 세운다. 영화 속에서 나사를 목에 박은 채 기괴하게 걸어 다니던 대중문화의 ‘몬스터’로만 프랑켄슈타인을 기억하던 나에게, 메리 셸리의 원작 소설은 편견을
완전히 부수는 거대한 충격이었다. 더욱이 이 깊고 서글픈 서사가 19세기
초, 고작 스물 안팎의 젊은 여성 작가의 펜 끝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은 책장을 덮은 후에도 오랫동안 경외감으로
남았다.
50대 중반, 생의 중반을 넘어서며 매일 동물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들을 돌보는
인간의 고뇌를 마주하는 수의사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 소설은 단순한 공포물이 아니었다. 소설의
내용은 북극을 탐험하던 선장 월턴이 얼어붙은 바다에서 구조한 스위스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비극적인 고백으로 시작된다. 그것은 생명에 대한 오만과 무책임이 불러온 파멸의 생생한 기록이었다.
대학에서 자연과학에 매료되어 신의 영역인 ‘생명의 창조’에 집착하던 빅터는 마침내 시체 조각을 이어 붙여 인공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막상 눈을 뜬 피조물의 추악한 외모에 공포를 느끼고 책임감
없이 그대로 도망쳐 버린다. 수의사로서 나는 생명을 다루는 일이 얼마나 무거운 책임감을 요하는지 뼈저리게
안다. 숨을 불어넣는 순간, 그 존재는 고통을 느끼고 외로움을
타며, 사랑을 갈구하는 하나의 존엄한 개체가 되기 때문이다.
세상에 홀로 버려진 피조물은 소박하고 선량한 드 레이시 가족을 몰래
도우며 인간의 언어와 지식을 독학하지만, 단지 흉측하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조차 몽둥이질을 당하며 철저한
소외를 경험한다. 괴물이 악해진 이유는 태생 때문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잔인한 거부 때문이었다. 인간에게 절망한 괴물은 창조주인 빅터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하고, 빅터의
어린 남동생 윌리엄을 살해한 뒤 하녀 저스틴에게 누명을 씌워 죽게 만든다.
이후 알프스산맥에서 재회한 괴물은 빅터에게 자신과 평생을 함께할 ‘여성 피조물’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며, 이를 들어주면 인간 세상을 떠나 조용히 살겠다는 조건을 내건다. 그러나
빅터는 또 다른 재앙이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제작 중이던 여성 피조물을 눈앞에서 파기해 버린다. 이
약속의 파기는 괴물을 완전한 괴물로 각성시키며 ‘네 결혼식 날 밤에 찾아가겠다’는 경고로 이어진다. 괴물은 약속대로 빅터의 절친한 친구 앙리 클레르발을
죽이고, 마침내 결혼식 당일 밤 빅터의 아내 엘리자베스까지 살해하며 그의 모든 것을 앗아간다.
결국 모든 소중한 이를 잃은 빅터와 창조주의 사랑을 끝내 받지 못한
괴물은, 서로를 향한 증오심만으로 북극의 얼음 황무지까지 쫓고 쫓기다 파멸을 맞이한다. 기력이 다해 선장 월턴의 배 위에서 숨을 거둔 빅터의 시신 앞에서, 스스로를
불태워 생를 마감하겠다며 오열하는 괴물의 마지막 모습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이 책은 나에게 단순한 독서를 넘어,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으로서의 소명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되었다. 영화가
보여준 자극적인 괴물의 외형 뒤에 숨겨진 인간 소외와 생명에 대한 엄중한 경고를 이제야 읽어낸 것에 깊은 부끄러움과 다행스러움을 동시에 느낀다. 메리 셸리가 얘기한 이 메세지는 시대를 불문하고 생명을 다루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반드시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이 리뷰는 리앤프리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