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집에서 죽을 수 있을까? - 정보·선택·용기로 완성하는 마지막 삶의 설계
박동자 지음 / 예미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이오 스타트업에서 품질관리(QC) 팀장으로 일하며 매일 수백 가지의 가이드라인과 완벽을 지향하는 표준 작업 절차서(SOP)를 마주한다. 우리 업계에서 제도는 곧 생명이다. 기준을 모르면 불량품이 나오고, 공정을 속이면 사람의 생명을 위협한다. 품질관리의 기본은 모든 절차가 투명하고 명확하게 작동하는 것이다.

50대 중반이라는 생의 반환점에서 마주한 <나는 내집에서 죽을 수 있을까?>와 황교진 저자의 <한국에 없는 마을>은 내 직업적 상식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이 책들을 통해 깨달은 가장 강렬한 진실은, 이 논의들이 결코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두려운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마지막 순간까지 '어떻게 인간답게 살 것인가'를 치열하게 묻는 삶에 대한 이야기였다.

두 현장 전문가가 던지는 핵심은 우리가 늙고 병들었을 때 병원이나 요양원이라는 격리된 시설에갇혀 연명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던 아늑한 집과 평범한 이웃이 있는 마을에서 내 삶의 주권을 지키며 끝까지 나 답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현실이다. 책장을 넘기는 내내 가슴을 짓누른 것은 인간의 존엄한 '마지막 삶'을 보장하겠다는훌륭한 제도들이 현장에서는 얼마나 부실한 품질로 작동하고 있는가에 대한 서글픈 확인이었다. 저자가 고발하듯, 집에서 평온하게 임종을 맞이한 환자의 머리맡에 경찰이 들이닥쳐 유족을 취조하듯 심문하는 현실은 충격적이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하는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정형 호스피스같은 장치가 존재하면 무엇하겠는가. 정작 현장의 행정이 이를 이해하지 못해 인간다운 삶의 마무리를 방해하고 유족의 슬픔에 대못을 박는데 말이다.

국가의 돌봄 제도가 있지만 정작 필요한 이들은 몰라서 못 누리고, 제도의 허점을 아는 이들은 편법으로 혜택을 가로채거나 부모를 요양병원에 '고립'시킨다. 품질관리자의 시선으로 볼 때, 이는 완벽한시스템의 결함이자공정 불량이다. 제도가 아무리 아름다운 이상을 담고 있어도 수혜자에게 온전히 도달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화려한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50대 중반, 삶의 마지막 관리를 고민해야 할 나이다. 내가 평생을 바친 바이오 산업은 인간의 수명을 늘리는 기술에 집중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늘어난 수명만큼 '어떤 밀도로 존엄하게 살 것인가'의 문제다. 죽음, 건강, 관계, ·경제라는 네 가지 축을 건강할 때 미리 준비하고, 이를 뒷받침할지역사회 돌봄 공간을 만들지 못한다면, 우리는 삶의 마지막 페이지를 요양원 침대 위에서 무기력하게 빼앗기게 된다.

정부에 간곡히 바란다. 좋은 제도를 겉치레로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현장에서 의도했던 대로 작동하도록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일이다. 편법을 쓰지 않아도, 몰라서 눈물 흘리지 않고 누구나내 집내 마을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주체적인 삶을 살다가 평온하게 삶을 완결할 수 있는좋은 사회가 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존엄하게 삶을 마감하는 '웰다잉(Well-dying)'이란 건강할 때 치열하게 준비하는 '웰빙(Well-being)'의 연장선이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삶의 주도권을 끝까지 놓치고 싶지 않은 4050 세대와 노부모의 돌봄을 고민하는 모든 가족, 그리고 복지 인프라를 설계하는 정책 담당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로 권한다. 막연한 시설 격리의 공포에서 벗어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장기요양보험, 지역사회 통합돌봄 등 내 남은 삶의 주권을 주체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실질적인 '생존 무기'와 행정적 혜안을 명확히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리뷰는 리앤프리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