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첫 번째 철학 수업 - 지적 대화를 위한 하루 한 장 철학 읽기
소렌 베일 지음 / 더케이북스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이오 스타트업의 품질관리(QC) 팀장으로 산다는 것은 매일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 불순물과 사투를 벌이는 일이다. 기준서(SOP)의 아주 작은 숫자 하나, 0.1%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냉철함이 나의 직업적 표준이다. 50대 중반에 접어들며 문득 거울을 보았을 때, 내 삶 역시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세포의 오염은 철저히 막아내면서 정작 내 마음의 균열과 일상의 오염은 방치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내 생애 첫 번째 철학 수업>은 완벽을 추구하느라 지친 나에게 던져진 또 다른 질문들이었다. 답을 읽으면서 스스로 찾아간다.

이 책은 지식의 축적이 아닌 생각의 방향을 제시한다. 방대한 철학사를 나열하는 대신, 하루에 읽어내기에 충분한 분량으로 일상의 고민과 직결된 철학자의 사유를 건네며 스스로 삶의 기준을 정립하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철학이란 진정한 나로서 생각하고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일이라는 깨달음은 내 내면의 본질을 점검하는 루틴으로 만들어 주었다.

우리가 고통스러운 삶을 견뎌낼 수 있는 해답을 내면의 시선에서 찾는다. 에픽테토스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라고 가르친다. 임상 지연이나 투자 한파는 통제 불가능한 영역이다. 반면 그 고통을 받아들이고 다스리는 나의 이성은 온전히 통제할 수 있다. 삶의 고통은 외부 자극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해석에서 비롯된다. 가혹한 현실에도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태도와 스탠스를 유지할 수 있는 주체적 힘이 내면에 존재하기에 우리는 고통을 견뎌낸다.

그렇다면 이 철학은 어떻게 훈련해야 할까. 책은 철학을 일상 속에서 반복하는생각의 근육 단련으로 정의한다. 무조건 방대한 텍스트를 읽기보다, 하루에 한 장이라도 삶의 문제를 철학적 질문으로 치환해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도록 매일 아침 짧은 독서로 내면의 중심을 잡고, 내가 내린 가치 판단의 기준을 스스로 검증해 보는 과정 자체가 곧 철학의 훈련법이다.

마음과 몸이 어떻게 함께 움직이는지에 대하여, 스피노자의 사상처럼 마음과 몸은 분리된 별개가 아니라 하나의 실체가 드러나는 양면이다. 정신이 방향을 잃으면 육체도 무너지며, 이성이 올바른 방향을 잡을 때 육체적 행동에 에너지가 생겨난다.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고 행동하는 대로 사유하는 일치성의 훈련이 마음과 몸의 조화를 유지한다.

찰나의 기쁨은 지속 가능한 행복과 다르다. 기쁨은 외부 조건에 쉽게 흔들리는 감정이지만, 참된 행복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내면의 이성을 올바르게 실현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단단한 상태다. ‘좋은 친구를 원하면 먼저 좋은 친구가 돼라는 관계의 통찰처럼, 타인을 내 기준에 맞추려 하기보다 내가 먼저 신뢰할 수 있는 단단한 존재가 되어줄 때 건강한 관계가 유지된다.

철학을 매일의 삶 속에서 실천하고 행동할 때 비로소 나를 지키는 단단한 무기가 된다. 철학은 매일 바이오 의약품의 안전성을 검증하듯 삶의 가치를 검증하는 일이다. 많이 읽고, 치열하게 생각하며, 정성스레 글을 쓰는 삶. 그것이 바로 50대 중반의 품질관리팀장인 내가 철학의 시작과 끝에서 발견한, 내 삶의 가장 순도 높은 지침서다.

이 리뷰는 리뷰의숲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