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인간적인 물리학 - 삶의 궤도를 찾아가는 10번의 시간 여행
팀 폴러트 지음, 배명자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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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 바이오 스타트업의 품질관리(QC) 팀장이자 수의사로서 매일 마주하는 세계는 지극히 미시적이고 냉정하다. 세포의 배양 상태를 점검하고, 가이드라인(GxP)의 엄격한 기준에 맞춰 생명 물질의 규격을 증명하는 것이 나의 일상이다. 과학을 업으로 삼은 지 수십 년, 나의 시선은 자연스레 거대한 우주보다는 눈앞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으로 좁아져 있었다. <이토록 인간적인 물리학>은 내 좁아진 시야의 지평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고 넓혀주었다.

마침내 이 우주에 당신이 존재하기까지라는 말처럼, 빅뱅의 제로 모멘트부터 우주의 종말까지 이어지는 '우주의 10가지 장면'을 인류 과학사의 거인들을 통해 추적한다. 17세기 아이작 뉴턴이 구축한 고전 역학의 견고한 우주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 치의 오차 없이 예측할 수 있는완벽히 통제된 실험실과 같았다. 그러나 20세기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시공간'과 상대성이론을 통해 절대적이던 뉴턴의 시공간을 무너뜨렸다. 시간이 속도와 중력에 따라 흐른다는 법칙은, 매일 마감과 기준치에 쫓기며 정적인 시간 속에 갇혀 있던 나에게 해방감을 주었다.

막스 플랑크의 불연속적인 에너지 계산과 '양자역학'의 등장은 우주가 선형적인 연속성이 아니라도약하는 정밀함으로 가득 차 있음을 증명했다.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이 은하의 골격을 세우고, 양자가 미시 세계의 상호작용을 결정짓는 대목은, 세포의 생존을 결정하는 미량 원소들처럼 완벽하게 설계된 우주의 모델을 보는 듯했다.

가장 가슴을 울린 것은 한 점에서 시작된 우주는 어떻게 은하와 별 그리고 당신을 만들어냈을까?’에 대한 거인들의 대답이었다. 뉴턴의 중력과 아인슈타인의 시공간, 플랑크의 양자 세계가 맞물려 저자는 물리학이 화학이 되었고, 화학이 생물학이 되었으며, 원자가 인간이 되었다고 명쾌하게 정리한다. 우주 초기에는 수소와 헬륨뿐이었지만, 뜨거운 별이 폭발하고 소멸하는 과정을 거치며 탄생한 탄소, 질소, 산소 등의 원소들이 비로소 지구의 생명체가 되었다는 과학적 사실을 담고 있는 답이다.

수의사로서 죽음을 지켜보았고, 인생의 중간쯤을 지난 중년이 되면서 소멸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우리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는 시간이라는 말대로, 저자는 우리가 죽어 사라지더라도 우리의 입자들은 우주의 종말까지 존재할 것이라며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우주가 결국 차가운 어둠 속으로 사라지더라도, 우리가 남긴 원자와 존재의 흔적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 내가 분석하는 단백질도, 수술대 위의 생명도, 나 자신도 모두 거인들이 증명해낸별의 잔해로서 물리학의 아름다운 여정 위에 있는 셈이다.

당신이라는 존재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138억 년의 시간이 도달한 하나의 경이로운 결론이라는 메시지는, 생물학이라는 좁은 틀에 갇혀 있던 나에게 밤하늘을 올려다보라는 말로 다가온다. 뉴턴의 질서에서 시작해 아인슈타인과 플랑크를 거쳐 마침내 인간으로 도달하는 이 경이로운 대서사를 통해 물리학이 건네는 과학적 위로를 느끼고, 자신의 존재가 우주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얼마나 특별하고 존엄한지 깨닫게 될 것이다. 지친 일상의 미시 세계를 벗어나 광활한 우주의 거시적 시선으로 삶과 죽음의 의미를 재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리뷰는 리앤프리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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