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항 潛航 - 부자父子 잠수함 함장이 추적한 영화 속 심해의 진실
서강흠.서정훈 지음 / 예미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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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쉰을 넘기면서 삶의 소음들이 조금씩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돌아보면 삶은 늘 거친 파도와 부대낌의 연속이었다. <잠항>은 잠수함 영화라곤 명절 특선으로 본 몇 편이 전부인 내게 뜻밖의 묵직한 울림을 주었다. 내 머릿속을 채우는 것은 화려한 어뢰전이 아니라, 이 책의 핵심 주제이기도 한 스크린과 현실의 간극 너머 깊고 푸른 바닷속의 절대적인 ‘침묵’과 ‘생존’에 대한 이야기다.

대중에게 친숙한 영화들을 길잡이 삼아 실제 잠수함의 세계를 안내하는데, 특히 저자들이 분석한 명작 영화 〈붉은 10월〉, 〈특전 U보트〉, 〈쿠르스크〉, 그리고 한국 영화 〈유령〉의 내용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흔히 잠수함전이라 하면 극적인 포격전을 떠올리기 쉽지만, 책에서는 ‘잠수함전은 눈으로 보는 화려한 시각전이 아니라, 철저히 소리에만 의존하는 '은밀한 음향 전쟁'이다’라며 영화적 상상력을 넘어서는 심해의 진짜 현실을 일깨워준다. 〈특전 U보트〉가 적의 폭뢰 공격을 받으며 선체가 비틀리는 극한의 공포를 보여주고, 〈붉은 10월〉이 오직 소나 심의 은밀성을 보여준다면, 영화 〈쿠르스크〉와 〈유령〉은 외부와 차단된 차가운 철갑 속에서 산소 한 모금을 나누며 이름도 신원도 없이 묵묵히 조국을 지켜야 하는 승조원들의 비장함과 가혹한 운명을 그린다. 앞날을 내다볼 수 없는 뿌연 안개 속에서 작은 신호 하나에 집중하며 위기를 버텨내야 하는 우리의 인생과 참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해라는 극한 환경과 인간, 그리고 그 위기 상황 속에서 빛나는 함장의 고독한 결단을 다룬 부분이 큰 감동을 준다. ‘통신이 단절된 수백 미터의 심해에서, 함장의 결단은 곧 국가의 안위이자 승조원의 목숨’이다. 그 어떤 조언도 구할 수 없는 고립무원의 폐쇄 공간에서 오롯이 혼자 모든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함장의 지휘권은 참으로 무겁다. 그 무거운 책임감을 보며 문득 지나온 내 삶의 고비들이 겹쳐 보였다. 나 역시 한 가정의 가장으로 조직의 팀장으로 사소한 결정뿐만 아니라 큰 결단을 내려야 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무서운 압박감 속에서도 침착하게 승조원들을 다잡던 영화 속 함장들의 모습처럼,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책임의 무게를 견뎌낸 두 저자의 글귀마다 깊은 위로와 함께 준엄한 격려를 받는 기분이었다.

하나 뭉클했던 것은 아버지가 개척하고 다져온 그 막막하고 두려운 심해의 항로를 이제는 아들이 이어받아 달린다는 특별한 부자 함장의 인연이다. 그 속에서 빛나는 메시지는 명확했다. ‘빛과 공기가 허락되지 않는 철갑 안에서 우리를 버티게 한 것은, 서로의 목숨을 맡긴 완벽한 신뢰였다.’ 극한의 상황에서 승조원들을 끝까지 버티게 한 완벽한 신뢰와 사명감은 자식 키우는 50대의 가슴에 뜨거운 무언가를 남긴다. 내 아이들도 언젠가 내가 걸어온 삶의 무게를 이해해 줄 날이 올까. ‘심해에서 발휘되는 함장의 리더십은 위기의 순간 표류하는 현대 조직의 리더들에게 던지는 준엄한 지침서’라는 말의 의미를 깊이 실감했다. 우리 삶과 현대 조직을 지탱하는 것 역시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내 곁의 사람들과 나누는 깊은 리더십과 동료애라는 진리를 새삼 깨닫는다.

인생이라는 깊은 바다를 항해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지침서이자 따뜻한 에세이다. 소음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 내 마음의 깊은 심해로 내려가 고요히 나를 돌아보고 싶은 이 시대의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 리뷰는 리뷰의숲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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