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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과 4분의 3의 슬픔
폴커 주어만 지음, 김시형 옮김 / 삐삐북스 / 2026년 8월
평점 :
학교 종이 울리면 복도로 튀어나가 친구들과 매점을 향해 달리고, 주말이면 축구공을 차느라 정신이 없는 나는 전형적인 외향형 중학생이다. 사람들을
좋아하고 늘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보니 주변에서는 나에게 '고민이 없어 보인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아무리 활달한 사람이라도 중학교 2학년이라는 나이는 묘한 구석이 있다. 멀쩡히 잘 놀다가도 가끔 밤에
침대에 누우면 설명할 수 없는 쓸쓸함이 밀려오거나 이유 없이 눈물이 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사춘기다. <13과 4분의 3의
슬픔>은 바로 그런 사춘기 청소년들의 불안하고 복잡한 정체성을 가감 없이 그려낸다. 사춘기에 접어든 주인공 레온의 불안, 우울, 우정을 유쾌하고도 섬세하게 다룬 도서인 만큼, 책읽기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한 편의 흥미진진한 추리 소설처럼 읽혔다.
주인공 레온은 사춘기 한복판에서 이유 없는 우울과 소외감을 느끼며
‘내가 왜 우는지 나도 몰랐다. 그냥 슬픔이 내 안에서 자라나
눈 밖으로 흘러 넘친 것 같았다.’라는 혼란을 겪는 소년이다. 레온은
도덕 시간 발표를 위해 학교 근처 교차로에 놓인 의문의 나무 십자가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첫 발표에
실패한 레온은 반에서 가장 말수가 적고 조용한 친구인 루벤에게 도움을 받는다. 전혀 다른 두 소년이
탐정처럼 죽음의 흔적인 십자가 뒤에 숨겨진 비밀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레온은 ‘길가에 세워진 그 작은 나무 십자가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슬픔의 흔적처럼 보였다. 나와 닮아 있었다.’라며 타인의 죽음에서 자신의 내면을 발견한다.
두 소년이 탐문 과정을 통해 만난 진실은 학교 폭력과 따돌림, 첫사랑이라는 현실의 어두운 이면이었다. 이 비밀을 추적하는 끝에서
완벽하지 않은 두 소년은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며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우정을 빚어낸다. 친구가 많은
나 역시 때로는 '많은 친구'보다 '내 속마음을 온전히 털어놓을 수 있는 진짜 친구'가 더 절실할 때가
있는데, 루벤과 레온의 모습을 보며 진정한 소통과 연대가 개인의 외로움을 어떻게 구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두 소년이 무거운 세상을 유쾌한 유머와 연대로 함께 건너가며 한 뼘 더 성장하는 모습은 무척 감동적이었다.
사춘기의 막연한 불안과 슬픔 같은 내면의 불완전한 감정을 스스로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성장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나아가 간접 경험을 통해 타인의 상처를 직시하고
이해함으로써,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진정한 연대와 소통의 가치를 깨닫게 되었다. 슬픔이란 혼자 숨기고 삭여야 하는 부끄러운 감정이 아니라, 누군가와
나누어 가질 때 비로소 치유가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슬픔은 혼자 들고 있기에는 너무 무겁지만, 누군가와 나누어 들면 조금은 가벼워지는 법이다.’라는 말처럼, 슬픔을 나누며 치유하는 과정이 두 소년의 동행을 통해 아름답게 그려진다.
‘13과 4분의 3’이라는 나이는 어린아이도 아니고 완전한 어른도 아닌 애매한
과도기다. 이 시기에는 누구나 자신만의 나무 십자가 같은 무겁고 외로운 고민을 마음속에 품고 살고 있는
거 같다. ‘우리는 진실을 찾았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손을
잡는 법을 배웠다. 세상은 여전히 불공평하지만 이제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문장이 가슴에 남았다. 내일 학교에 가면 늘 함께 장난치던 친구들의 어깨를 한 번씩 툭 쳐줘야겠다. 그리고 혹시 마음에 그늘이 진 친구가 있다면 먼저 다가가 든든한 동행이 되어주고 싶다. 이 책을 대한민국 모든 중학생에게 권하다. 슬픔을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따뜻한 위로와 연대의 손길을 건네주는 최고의 길잡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 리뷰는 리앤프리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