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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 21세기 시선으로 읽는 동양고전
박찬근 지음 / 청년정신 / 2026년 7월
평점 :
오십을 넘어서면 삶이 제법 잔잔해질 줄 알았다. 수많은 풍파를 겪어냈으니 웬만한 바람에는 흔들리지 않는 노련한 사공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50대 중반이라는 나이는 예상보다 훨씬 가혹한 갈림길들을
눈앞에 들이민다. 제2의 인생을 위한 창업이나 이직 같은
거창한 선택부터, 장성한 자녀와의 거리 두기, 노부모의 부양,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약해지는 체력을 마주하는 일까지. 매 순간이
올바른 결정을 요구하는 시험대다. 젊은 날의 선택이 성장을 위한 모험이었다면, 지금의 선택은 삶의 무게중심을 지켜내야 하는 절박한 결단에 가깝다. 벼랑
끝 같은 선택의 순간마다 마음을 잡지 못해 방황하던 중, <21세기 시선으로 읽는 동양고전 주역>을 만났다.
흔히 주역이라고 하면 낡은 돗자리를 펴고 미래의 길흉을 점치는 고리타분한
미신을 떠올리기 쉽다. 나 역시 한자의 장벽과 난해한 기호에 가로막혀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던 책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주역이 갖는 해묵은 오해를 단숨에 풀어준다. 주역은
점술책이 아니라, 현대인이 거친 삶의 바다를 항해할 때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실용적인 64가지 상황을 담은 지도다. 역사 속 영웅들의 생생한 숨결도 느낄
수 있다. 역사적 서사와 결합한 해설은 나의 현실에 즉시 대입할 수 있는 처세술의 역할에 적격이다.
책 속의 핵심 가르침들은 50대
중반의 내 가슴을 깊숙이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하늘의 창조적 에너지를 뜻하는 건위천 괘는 물밑에 잠겨
힘을 기르는 잠룡부터 하늘을 나는 비룡을 지나, 너무 높이 올라가 후회하게 된다는 항룡의 단계를 보여준다. 지난 전성기의 비룡에 취해 내려놓아야 할 때를 모르는 항룡의 위기에 직면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여기에 화려한 꾸밈을 멈추고 담백한 본질로 돌아가라 조언하는 산화비 괘와, 욕망을
덜어내고 내실을 기하는 비움의 지혜를 말하는 산택손 괘가 묵직하게 중심을 잡아준다. 명함의 직함이나
겉포장을 과감히 비워낼 때 비로소 중년의 진짜 품격이 완성된다는 가르침이다.
더불어 서두르는 마음에 엄중한 경고를 던지는 뇌택귀매 괘도 큰 가르침을
주었다. 올바른 절차를 건너뛰고 감정이 앞서 나가면 이로울 것이 없다는 조언은, 조바심에 섣부른 결정을 내리려던 나를 멈추고 절차를 따르는 이성을 일깨워주었다. 주역은 아무리 바쁘더라도 순리와 절차를 지키는 순서의 미학이 실패를 줄이는 유일한 길임을 일깨워준다.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의 타이밍을 맞추는 시중의 통찰 역시, 기다림과
비움이 얼마나 강력한 선택이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50대 중반이 주는 정체기와
답답함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와 돌파구가 시작된다는 우주의 신호다. 올바른 결정과 선택을 하는 지혜는
미래를 족집게처럼 맞추는 능력이 아니다. 내가 지금 인생의 계절 중 어디쯤 서 있는지 냉철하게 파악하고, 그 흐름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는 안목이다. 이 책은 변화의 폭풍
속에서 갈팡질팡하던 내게 든든한 버팀목과 방향타가 되어 주었다. 삶의 무게 중심을 잡고 현명한 결단을
내리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권한다.
이 리뷰는 리뷰의숲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