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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피로사회 - 몸과 싸우지 않기로 했다
해준 지음 / 힘찬북스(HCbooks) / 2026년 7월
평점 :
코로나19가 남긴 흔적은
생각보다 깊었다. 재택근무와 외부 활동 감소로 활동량은 줄었는데,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다 보니 어느새 허리둘레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다. 50대 중반,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둔하고 무거웠다. 주변 동료들은 주말마다
등산을 가고 새벽같이 헬스장에 간다며 바쁘게 움직였다. 나도 그래야만 할 것 같았지만,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운동을 하러 가는 일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게 귀찮고 힘들었다. 살은 빼고 싶고 건강해지고는 싶은데, 정작 몸이 따라주지 않는 현실
앞에서 나는 늘 패배감과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그런 나에게 <건강
피로 사회>는 내 무거운 마음을 단숨에 가볍게 만들어준 구원의 책이었다.
이 책은 ‘왜 우리는
더 건강해지려고 애쓸수록 더 피곤하고 불행해지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에서 출발한다. 대한민국 최고 재벌 회장들의 전담 트레이너였다는 저자의 화려한 이력은 처음엔 다소 거리감을 주었지만, 그가 펼쳐 놓은 생생한 현장의 목격담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평생을 완벽한 조건 속에서 몸을 통제하던 최상위 VVIP들이 오히려
심리적으로 쉽게 소진되고 예민해지는 모습을 지켜본 저자는, 현대 사회의 건강 관리가 일종의 불안 마케팅에
잠식된 '건강 과잉 관리의 역설'이 되었다고 날카롭게 진단한다.
특히 저자는 ‘가장 완벽하게
관리하는 사람이 가장 자주 무너지고, 가장 건강해 보이는 사람이 가장 외로웠다’라며 내 가슴에 뼈아픈 일침으로 다가온다. 매일 아침
체중계 눈금과 인바디 점수 같은 '눈앞의 수치와 눈금'에
일희일비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삶은 건강을 얻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착취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이
글을 읽으며 살을 빼지 못해 자책하던 내 게으름이, 사실은 획일적인 건강 문화가 끊임없이 주입해 온
불안감 때문이었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결국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몸을 대하는 태도의 전환이다. 저자는 ‘몸은 이겨야 할 상대가 아니라 평생 함께 살아야 할 유일한
집이다’라며 해묵은 고정관념을 단숨에 깨뜨린다. 돌이켜보면 50대 중반의 내 몸은 이미 수십 년간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해 버텨온 고마운
'단 하나의 안식처'였다. 비록 살이 찌고 둔해졌지만, 결코 때려잡아야 할 적이 아니었던 것이다. 배고프면 먹고 싶고, 피곤하면 눕고 싶은 내 몸의 '정직한 생체 신호'들은 게으름의 증거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보내는 애틋한 외침이었다.
완벽주의를 내려놓고, 애초에
이길 수 없는 '몸과의 전쟁'을 멈추는 '몸과의 평화적인 합의'를 선언하기로 했다. 더는 힘들고 귀찮은 운동을 억지로 해가며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을 것이다. ‘건강하다는
것은 몸에 더 집중하는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잊고 살 수 있는 것이었다. 진짜 건강한 날은 몸을 의식하지 않는다’라는 책 속의 또 하나의
빛나는 조언을 가슴에 품었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다이어트 식단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 소중한 사람들과
죄책감 없이 즐겁게 밥을 먹는 일상의 행복을 누리려 한다. 체중계의 숫자 대신 내 몸이 보내는 소소한
편안함에 귀를 기울이는 지금, 비로소 나는 진정한 홀가분함과 건강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더 나은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애씀을 내려놓고, 지금의 내 몸을 있는 그대로 따뜻하게 환대하라는 깊은 위로를 건넨다. 숫자의
노예가 되어 스스로를 착취하는 대신, 평생 머물러야 할 단 하나의 집인 몸과 평화협정을 맺을 때 우리는
비로소 건강 강박이라는 보이지 않는 감옥에서 해방될 수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매일 아침 체중계
눈금에 일희일비하던 불안감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법을 배우며, 배고픔과 피로 등 몸이 보내는 정직한 생체 신호에 귀 기울이는 건강한 본능을 깨워준다. 나아가 식단이라는 억압을 풀고 소중한 이들과 죄책감 없이 즐겁게 음식을 나누는 소박한 행복을 되찾음으로써, 마침내 온종일 건강과 운동 생각에 갇혀 있던 뇌를 깨우고 삶의 진짜 중요한 가치들에 집중할 수 있는 홀가분한
자유를 얻게 될 것이다.
이 리뷰는 리뷰의숲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