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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의 신화 일본 - 숨길 수 없는 전쟁본능
호사카 유지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6년 6월
평점 :
직장 생활 20여 년, 눈앞의 업무를 처리하고 자식들 뒷바라지를 하느라 세상 돌아가는 일에는 한 발짝 물러서 있었다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 마주하는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은 침묵하는 중년의 가슴마저 답답하게 만든다. 뉴스를 틀면 타협 없는 전쟁이 펼쳐진다.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갈라진
광장은 서로를 ‘궤멸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며 증오를 쏟아낸다. 극우와 극좌, 이 극단적인 양극화의 끝은 어디일까. 도대체 그들은 왜 그토록 맹목적인 신념에 갇히게 된 것일까. 답답한
마음으로 출퇴근길에 읽기 시작한 한일관계 전문가 호사카 유지 소장의 <극우의 신화 일본: 숨길 수 없는 전쟁본능>은 뜻밖에도 일본이 아닌, 지금 우리 사회의 병리 현상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주었다.
일본 고대 신화와 왜곡된 사상이 어떻게 현대 일본 극우 정치의 침략적
전쟁본능으로 이어지는가에 대한 실체를 규명한다. 침략과 투쟁을 정당화하는 아마테라스 오미카미 신화를
현대 정치에 소환하여 민족주의를 선동하는 '신화의 정치화' 메커니즘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고대 삼한정벌 설화를 내세워 한국을 내려다보는 왜곡된 역사관의 뿌리를 파헤치고, 조선에서 건너간 성리학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일본을 세계의 중심이자 지배자로 격상시킨 일본식 화이관의 모순을
지적한다. 궁극적으로는 평화헌법 파기 및 1945년 이전
체제로의 회귀를 목표로 강경우파가 고대 신화를 정치 언어로 재소환하고 있다고 강력히 경고하며, 우리가
이에 어떻게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하는지 명확한 방향을 제시한다.
일본 극우의 근간이 전쟁본능을 숭배하는 신화에 있으며 조선 성리학
왜곡을 통해 제국주의를 정당화했다는 지적을 읽어 내려가며, 내 머릿속을 채운 것은 지금 우리를 집어삼킨
한국의 극단주의자들이었다. 일본 극우가 가짜 신화와 왜곡된 역사관으로 대중을 가스라이팅하며 전쟁본능을
자극하듯, 한국의 극우와 극좌 역시 자신들만의 '정치적 신화'를 제조해 유포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같은 일본의 우익 정치인이
고대 신화를 정치에 활용하듯, 우리 정치권도 과거를 신격화하거나 자신들만의 도덕적 우월감에 취해 반대파를
악으로 규정한다. 확증 편향된 그들의 신념은 단단한 콘크리트처럼 굳어졌다. 평화헌법을 파기하고 전쟁 가능한 국가로 돌아가려는 일본의 야망처럼, 우리
사회의 극단주의자들은 상대 진영을 완전히 절멸시키고 국가 체제를 독점하려는 정쟁을 치르고 있다.
50대의 직장인으로서
내가 경험한 대한민국은 치열하게 대립할지언정 결정적인 순간에는 상식과 중용의 미덕을 발휘해 온 나라였다. 그러나
지금의 양극화는 사회의 중간지대를 완전히 지워버렸다. 합리적인 비판이나 건전한 토론은 설 자리를 잃었고, 오직 '우리 편이냐, 적이냐'를 묻는 이분법적 칼날만 번뜩인다. 이 지독한 증오의 정치는 결국
나라의 미래를 갉아먹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네 서민들과 다음 세대에게 돌아올
것이다.
단순한 반일 감정을 배제한 냉철한 국제 정세 통찰력과 그들의 사상적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는 역사적 지식을 얻었다. 나와 다른 생각을 인정하지 않고 증오를 동력 삼아
굴러가는 한국의 정치적 양극화 역시 또 다른 형태의 전쟁본능일 뿐이다. 이제 우리는 가짜 신화와 왜곡된
사상의 맹신을 경계하고, 평화와 공존을 위한 중용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
이 리뷰는 리앤프리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