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위험 예찬 - 불확실성을 환대하는 방법
안 뒤푸르망텔 지음, 이세진 옮김 / 사람in / 2026년 6월
평점 :
심리적 안전지대에 머물고자 스스로 구축한 '통제'라는 완벽한 감옥, 그
안에서 마주한 안 뒤푸르망텔의 <위험 예찬>은
나의 지난 50년 인생을 정면으로 부정당하는 통렬한 경험이었다. 내
인생의 최우선 가치는 예측 가능성이었다. 50대 중견 직장인으로서 나는 출근길 환승 칸부터 노후 자금까지
모든 것을 지독하게 관리했다. 보험료와 매뉴얼에 맞춘 보고서 속에 숨어, '심리적 안전지대'가 주는 평온함만이 정답이라 믿었다.
하지만 저자는 현대 사회의 보증 시스템이 인간을 마취시키는 덫이라
경고한다. 저자가 던진 "우리는 살아 있으면서도
온갖 종류의 포기, 증상이 잘 드러나지 않는 우울증, 희생의
형태로 죽는다"라는 한 줄은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상처가
두려워 안전만 고집해 온 삶은 실은 정신적으로 죽어가는 상태였다. 나의 철저한 관리는 안전이라는 현대적
강박에 갇힌 방어기제일 뿐이었다.
참된 삶이란 고통에 자신을 노출하는 '취약함'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다. 저자는 정신분석 임상 사례를 통해 안전한 방어막이 오히려 영혼을 병들게 함을 보여준다. 갈등이 싫어 속마음을 숨기고, 실패가 두려워 관성적 업무만 붙잡았던
내 모습이 그대로 겹쳐 보였다.
방어벽이 두꺼울수록 무기력은 깊어졌다. 불안과 슬픔을 삶의 조건으로 환대할 때 비로소 자유를 얻는다. 내면의
소란과 통제할 수 없는 감정들을 애써 밀어내지 않고 담담히 마주할 때, 지루하게 멈춰 있던 삶에 비로소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가장 생생한 삶을 체험하려면 위험을 환대하라"라는 구절처럼 말이다.
뒤푸르망텔이 말하는 위험은 무모한 만용이 아니다. 타인에게 마음을 열고 사랑을 시작하는 것, 즉 관성을 깨는 도약이다. 저자는 결과를 완벽히 계산한 선택은 진짜 결정이 아니라며, "결정하는
순간은 광기다"라고 말한다. 장담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 발을 내딛는 결단의 순간이야말로 눈부신 도약이며 타인과 연결되는 통로다. "다가오는
것에 대한 환대를 통하여 우리 자신과 세계에 존재할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이 있다"라는 사유는
깊은 울림을 준다.
인생 후반전에서 나는 오랜만에 두려움과 설렘을 느낀다. 통제 속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불확실성에 나를 노출하는 위험뿐임을 인정하고 실천하기로 했다. 이제 계획표의 틈새를 벌려보려 한다. 매뉴얼 없는 대화에 나를 던지고, 실패의 위험을 품은 도전을 시작할 것이다. 완벽한 방어를 무너뜨릴
때 내 남은 생은 진짜로 흐르기 시작할 것이라 믿는다.
완벽한 요새를 짓고 사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상처받지 않으려는 방어가 우리 삶을 천천히 죽이고 있다. 이 책을
읽는다면 우리는 불확실성을 견디는 면역력과 용기라는 자산을 얻게 될 것이다. 그 끝에서 삶은 분명히
바뀐다. 지루한 일상에 균열을 내고, 거절이 두려워 닫았던
마음을 열어 타인을 환대하게 된다. 온실 밖은 추울지라도, 미지의
세계로 내딛는 한 걸음은 우리가 그토록 갈구하던 진짜 삶의 시작이다.
이 리뷰는 리뷰의숲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