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다시 살아보겠습니다! - 5.18 희생자가 던지는 목소리
김반석 지음 / 가나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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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코리아의탱크 데이마케팅 물의와 이를 흉내 낸 배재고 야구부 사태는 반백 년을 살아온 50대 직장인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른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당일에탱크라는 명칭과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를 내세운 프로모션은 단순한 마케팅 실수를 넘어선다. 우리 사회에 여전히 도사리고 있는 이념 갈등과 비아냥의 정서를 여과 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혐오는 거창한 이념 투쟁의 형태가 아니다. 타인의 비극을 가벼운놀이(meme)’으로 소비하며 조롱하는 무감각의 문화로 진화했다. 5·18의 역사적 사실을 완벽히 알지 못하더라도 소모적인 미움과 조롱이 번져가는 현실은 혐오가 없는 사회를 꿈꾸는 이들에게 깊은 서글픔을 남긴다. 이념의 잣대에 가려진 인간의 진짜 얼굴을 들여다보고 싶어질 때, 김반석의 자전적 에세이 <어머니, 다시 살아보겠습니다!>는 가만히 다가와 마음에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누군가에게는 인터넷 공간 속 한낱 말싸움이나 자극적인 마케팅 소재일지 모르는 역사가 한 인간의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파괴한 현실의 지옥이었음을 가감 없이 고발한다. 저자는 만 15세라는 어린 나이에 마주해야 했던 5·18과 삼청교육대라는 거대한 국가 폭력의 희생자였다. 모진 인권 유린이 남긴 트라우마와 알코올 중독은 그의 삶을 20년간이나 암흑 속에 가두었고, 끝내 교도소라는 현실의 감옥으로 밀어 넣었다. 기업의 무감각한 문구 하나에 누군가가 상처받고 분노하는 이유는 그 시절의 폭력이 박물관에 갇힌 과거가 아니라 여전히 개인의 삶에 깊은 흉터로 남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설보다 잔혹한 밑바닥에서 저자를 건져 올린 것은 다름 아닌 어머니의 사랑이었다. 세상 모두가 그를 범죄자라 손가락질하고 중독자라며 등을 돌렸을 때도 어머니만큼은 마지막까지 자식을 믿고 구원해 준 눈물겨운 모성애의 기적이었다. 감옥에서의 독서와 회복의 여정 뒤에는 늘 어머니의 기도가 있었다. 이번 배재고 사태에서 광주제일고 측이 조롱을 한 학생들의 사과를 포용으로 받아들였듯, 진정한 치유는 사법적 단죄나 처벌이라는징벌적 정의를 넘어선회복적 정의에서 시작된다. 어머니의 마지막 숨결을 배웅하며 뱉어낸 "어머니, 다시 살아보겠습니다"라는 다짐은 세상의 모진 혐오를 이겨내게 한 유일한 힘이 무조건적인 포용과 용서였음을 깨닫게 하는 이 에세이의 가장 눈물겨운 문장이다.

치열한 일터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직장인으로서 책을 덮으며 생각한다.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현재 관광버스 운전원으로 성실하게 살아가며 다시 시작하는 삶을 증명해 낸 저자의 모습이야말로 혐오를 이겨낸 위대한 승리다.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은 타인의 아픔을 조롱하는 날 선 시선이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배려다. 역사에 무감각해진 디지털 혐오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혐오 없는 따뜻한 사회를 소망하는 모든 이들에게 상처 입은 치유자가 건네는 이 뜨거운 고백을 읽어 보길 권한다.

 

이 리뷰는 리뷰의숲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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