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이 일상에서 이렇게 문명을 바꿀 줄이야 - 세계사를 바꾼 문명의 생성과 문화인류 이야기
홍익희 지음 / 체인지업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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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는 위인들의 결단이나 찬란한 사상의 발전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우리가 매일 식탁에서 마주하는 소금 한 줌, 요리에 풍미를 더하는 후추 몇 알, 그리고 매일 아침 출근길 도로를 메운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는 검은 액체, 즉 물질의 통제권을 쥐기 위한 처절한 경제적 욕망이 인류 문명의 진짜 동력원이었다. <물질이 일상에서 이렇게 문명을 바꿀 줄이야>는 물질이 가져온 문명의 변화를 바로 이 지점에서 흥미롭게 풀어낸다. 저자는 소금, 모피, 보석, 향신료, 석유라는 다섯 가지 일상적인 물질을 실마리로 삼아, '물건은 어떻게 돈이 되고, 돈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를 둘러싼 일상이 단순한 물질의 소비가 아니라, 거대한 글로벌 패권 경쟁의 결과물이라는 새로운 시선을 얻게 된다.

인류 문명을 획기적으로 바꾼 동력은 모두 경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특정 물질의 통제권을 쥐기 위한 인간의 욕망이 세계화와 무역, 그리고 지정학적 전쟁을 유발했다.’는 사실을 핵심으로 다룬다. 역사와 문명 속에 숨어 있던 수많은 이야기가 이 문장 하나로 관통된다. 고대 로마 군인들의 급여가 되었던 소금의 권력, 중세 유럽에서 강남 아파트 한 채 값에 맞먹으며 대항해시대라는 피비린내 나는 세계화를 촉발한 향신료의 경제학은 물질이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새로운 영토를 개척하게 만든 원동력이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추위를 이기기 위한 생존 도구였던 모피가 신분과 부의 상징으로 변모하며 러시아의 시베리아 정복을 이끌었다는 비화 역시, 물질의 탐닉이 국경의 지도를 어떻게 다시 써 내려갔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가장 날카로운 통찰은 현대 자본주의의 혈액인 석유를 다룰 때 극에 달한다. 저자는 석유가 단순한 에너지 자원을 넘어, 미국의 달러 패권 체제를 유지하는 거대한 정치 경제적 무기임을 폭로한다. 20세기 중반 이후 세계 지정학의 중심축은 언제나 석유의 흐름과 일치했다. 특히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미국과 이란의 끝없는 갈등과 전쟁의 위기는 이 자본주의적 물질의 독점권이 낳은 가장 비극적인 단면이다. 1950년대 이란의 석유 국유화 시도와 이를 저지하려는 서구 열강의 개입, 이후 발생한 이란 혁명과 이어진 미국의 강력한 경제 제재는 석유라는 물질을 지배하는 자가 곧 세계를 지배한다는 냉혹한 국제 정치의 룰을 그대로 보여준다. 미국-이란 전쟁의 위기 이면에는 종교나 이념의 대립보다, 석유 결제 대금으로서의 '페트로달러' 체제를 수호하려는 미국의 생존 전략과 이에 저항하는 자원 민족주의의 처절한 혈투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가난과 부, 성장과 몰락의 이면에는 통념을 깨는 경제적 교환과 자본의 탐욕이 숨어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물질들을 낯설게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박물관의 유물이나 뉴스 속의 딱딱한 국제 분쟁이 실은 내 방 침대 머리맡, 내 식탁 위 물질들과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인류의 문명은 이념의 장막을 넘어 물질을 차지하고 부와 권력을 쥐려는 치열한 경쟁과 전쟁에 의해 크게 바뀌어 왔고, 앞으로도 바뀔 것이다.

이 리뷰는 리앤프리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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