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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 동생을 만나러 갑니다 ㅣ 동화 쫌 읽는 어린이
고수산나 지음, 해마 그림 / 풀빛 / 2026년 6월
평점 :
우리 집은 아들만 셋인 삼형제 집안이다. 나는 그 중에서 딱 중간인 둘째이자, 사춘기의 정점을 달리고 있는
중학교 2학년이다. 평소에 첫째 형과는 서열 싸움을 하느라
바쁘고, 막내 동생은 사소한 일로 귀찮게 굴어서 매일 투덜대기 일쑤였다. <로그인, 동생을 만나러 갑니다>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 책장을 덮고 나서 내 방 너머로 들리는
막내의 시끄러운 장난감 소리가 평소와 다르게 가슴을 쿵 내려앉게 만들었다.
주인공 서준이는 어느 날 아침, 평소처럼
남동생 하준이와 사소한 말다툼을 벌인다. 동생이 귀찮다는 이유로 모진 말을 내뱉었는데, 그것이 하준이의 마지막 모습이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준이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버린 것이다. 남겨진 가족들의 시간은 슬픔 속에 멈춰버렸고, 서준이는 동생에게 마지막으로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는 극심한 죄책감과 후회에 시달리게 된다. 매일 밤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리 죽여 울었을 서준이의 마음에 완전히 감정이입이 되어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다. 만약 어제 내가 막내 동생에게 짜증 냈던 게 마지막이었다면 나는 과연 버틸 수 있었을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떨렸다. 동생이 없다는 건 상상도 안 된다. 모진말은
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아빠도 읽으면서 코끝이 찡하셨다고 한다.
슬픔에 잠긴 가족들에게 'AI 안경'을 착용하고 AI로 부활한 망자를 추모할 수 있다는 소개를 받지만
거절한다. 그 와중에 결혼식자에서 AI로 부활한 이모부를
본 엄마의 결정으로 AI안경이 집으로 온다. 안경을 쓰면
죽은 하준이가 살아생전의 모습 그대로 눈앞에 나타나 말을 걸고 장난을 친다. 가족들은 가상현실 속 하준이와
대화하며 다시 웃음을 찾고, 마치 이별이 없었던 것처럼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간 듯 행동한다. 하지만 서준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 깊은 곳에서 혼란을 느낀다. 완벽하게
데이터를 학습해 나를 보고 웃어주는 이 AI 존재가 과연 내가 진짜로 그리워하고 사랑했던 '진짜 동생 하준이'가 맞는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얻은 교훈? 첫째는 '일상의 소중함'이다. 매일
마주하는 가족의 얼굴과 잔소리가 절대 당연한 것이 아니며, 예고 없이 찾아오는 이별을 대비할 수 없다는
것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 아낌없이 사랑을 표현하는 것뿐이라는 사실이다. 둘째는 '진정한 애도'의 의미다. 슬픔이
무섭다고 해서 AI 같은 과학 기술의 뒤로 숨는 것은 진짜 치유가 아니다. 아프더라도 이별의 상실을 온전히 인정하고 마주할 때, 비로소 진정한
마음의 회복이 시작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진짜 인간의 존엄성과 소중한 기억은 디지털 데이터가 아니라, 우리가 서로를 향해 나누었던 진실된 감정 안에 머무는 것이다.
책을 읽고 거실로 나가 삼형제가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형의 무심한 툭 치는 장난도, 막내의 엉뚱한 질문도 이제는 다르게
다가온다. 중학교 2학년 사춘기라는 핑계로 반항하고 가족들에게
퉁명스럽게 굴었던 내 행동들이 깊이 후회하고 반성한다. 곁에 있을 때 잘하라는 뻔한 말이 이토록 뼈저리게
다가올 줄 몰랐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오늘 밤에는
늘 귀찮게만 생각했던 막내 동생의 침대 옆으로 가서 슬그머니 손이라도 한번 꼭 잡아주려고 한다. 이제는
내 소중한 삼형제와 매일 마주하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더 많이 사랑하고 표현하며 살아갈 것이다.
매일 시끄럽게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에게 가장 든든한 버팀목인 우리
삼형제의 모습을 보며, 평범한 일상이 허락하는 행복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다시금 깨달았다. 죽은 아이를 기술로 복원해 상처를 일시적으로 덮기보다 슬픔을 온전히 마주할 때 진짜 치유가 시작된다는 대목에서
부모로서의 참된 사랑을 고민하게 되었다. 그것이 어쩌면 남겨진 자들,
즉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극복하는 올바른 방법일 것이다. 무엇보다 사춘기로 부쩍 말수가
적어졌던 둘째가 이 책을 읽고 동생의 손을 먼저 잡아주고 형의 말을 잘 듣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 아픈
가상의 이야기가 우리 가족에게는 서로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 따뜻한 기적이 되었다는 걸 느꼈다.
이 리뷰는 리뷰의숲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