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은 언제나 내편
박현옥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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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문득 브레이크를 밟고 싶을 때가 있다. 번 아웃되기 전에 숨돌릴 틈도 필요하다.  가장이라는 무게감을 양어깨에 짊어지고, 직장과 집만 무한 왕복하다 보니 외로움이라고 말 하긴 좀 약한 거 같은데 뭐라고 딱 꼬집기 어려운 가슴 속 빈 공간 같은 감정이 들 때가 있다. 삼형제가 커가는 동안 아내의 얼굴에는 피로가 쌓여가고 정작 우리는 서로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 진한 애정 표현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산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사는데 왜 우리 마음은 쓸쓸해질까. 나만 그럴까? 그런 고민에 <오름은 언제나 내 편>을 읽으며 답을 찾은 듯하다. 저자가 제주로 내려와 4년 동안 오름을 오르며 찾아낸 치유와 상생의 기록을 담고 있다. 이번 휴가에는 온 가족의 손을 잡고 제주의 오름을 올라 보자고 결심한다.

오름은 사람에게 왜 왔는지, 무엇이 힘든지 묻지 않고 묵묵히 자리를 내어주며 온전한 내 편이 되어준다고 말한다. 마음 깊이 파고든다. 세상은 언제나 우리에게 이유를 묻고 자격을 요구한다. 가장으로서, 부모로서 늘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던 나에게 '이유 없이 내 편이 되어준다'는 오름의 존재는 그 자체로 거대한 치유로 다가온다. 늘 학업에 지친 아이들과 가사에 지친 아내에게 필요한 것도 어쩌면 이런 무조건적인 품이 아니었을까 싶다. 내가 그 품이 되어 주지 못한다. 이번 가족 여행에서는 바람이 풀을 스치는 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오름이 건네는 침묵의 위로를 가족들과 함께 온몸으로 경험하고 싶다. 조용함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들에게 어떤 모습, 어떤 위로를 줄지 기대된다.

오름을 그저 풍경이 예쁜 관광지로만 소비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곡선 뒤에 숨겨진 제주 오름의 진짜 얼굴을 보여준다. 멀리서 보면 평화롭기만 한 그곳에는 제주 4·3 사건의 아픔과 일제강점기 군사기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저자는 오름은 상처받은 영혼을 말없이 품어주며 치유를 선사하는 공간이자, 제주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상생의 현장이라고 알려준다. 이 여행이 단순한 휴양을 넘어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교육의 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오름의 아픈 역사를 마주하고 아이들이 상처를 포용하고 타인과 공존하는 넓은 마음을 배우기를 바란다. 나도 배우길 바란다.

바쁜 현대인에게 느림의 미학을 알려주고 자연과 인간의 공존 방식을 보여주는 안내서로 오름을 정의한다. 도시의 빠름을 벗어나 오름을 오르는 순간만큼은 걷기의 속도로 느림과 여유를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 보면,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서로의 얼굴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서로의 마음이 들릴 것 같다. '가고 싶은 제주 오름 베스트 14'을 보며 벌써 우리 가족은 함께 걸을 코스를 고르고 상상한다. 정상에 올라 탁 트인 제주 바다와 한라산을 바라보며, 서로에게 가족의 사랑을 느끼고 말로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 리뷰는 리앤프리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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