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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 21세기 시선으로 읽는 동양고전
박찬근 지음 / 청년정신 / 2026년 6월
평점 :
하늘의 명을 알고 삶의 소명을 깨닫는다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 쉰을 넘겼지만, 현실의
나는 여전히 흔들린다. 수십 년간 앞만 보고 치열하게 달려왔음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닥친 AI의 일자리 위협과 무한 경쟁의 일상은 매일 사정없이
마음을 뒤흔든다. 후배들의 무서운 추격과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불안감은 어두운 그림자로 다가온다. 최근 회사에 도입된 생성형 AI 시스템을 바라보며 '내 전문성은 과연 언제까지 유효할까' 심란하던 차에, 부하 직원의 작은 실수를 강하게 질책하고 돌아서며 서글픈 자괴감이 밀려왔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마주한 <맹자: 21세기
시선으로 읽는 동양고전>은 단순히 옛 성현의 말씀이 아니라, 흔들리는
중년의 삶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방향을 비춰주는 등대와 같이 다가왔다.
이 책은 2,300년
전 맹자 사상을 21세기 현대 사회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책이다. 흔히
고전이라고 하면 한자로 쓰여진 따분한 훈계나 윤리, 도덕 교과서적인 내용으로 치부하기 쉽지만, 이 책은 철저하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문제를 다룬다. 나
역시 성과 지표와 효율성만을 따지는 냉혹한 일터에서 매일 상처받고 지쳐가던 중이었다. 매출 압박에 시달리며
부하 직원의 처지보다 당장 내 고과를 먼저 챙겨야 했던 비정한 순간들 속에서, 저자는 맹자의 말씀을
근간으로 인간성의 본질적인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특히 이 책이 지닌 미덕은 고전을 바라보는 깊이와 다양한 해석을
제시한다는 점에 있다. 주자, 다산 정약용, 저자(단산)의 시선을
모은 '3인 3색' 평설로
다각도로 접근하여 입체적인 분석을 시도한다. 원문과 현대어 풀이를 넘어 주자의 엄격한 내면 수양론과
다산의 역동적인 실천론, 그리고 이를 현대적으로 중재하는 저자의 시선이 긴밀하게 조화를 이룬다. 매 분기 '이게 정말 맞는 길인가'
고독하게 결단해야 하는 팀장으로서, 세 사상가가 나누는 치열한 논쟁은 지혜로운 멘토 세
명이 한자리에 모여 나에게 가르침을 주는 듯하여 깊은 위로와 통찰을 얻게 만든다.
책을 읽으며 마주한 '인간다움'에 대한 정의는 가슴에 가장 깊은 울림을 남긴다. 첫째는 측은지심(惻隱之心)으로, 숫자가
아닌 사람을 먼저 보는 마음이다. 고과와 실적, 효율성만을
따지는 냉혹한 일터이지만 부하 직원의 실수를 질책하기 전에 그의 처지를 먼저 헤아리는 공감 능력이다. 기계는
오류를 잡아내지만, 인간은 지친 동료의 어깨를 다독일 줄 알아야 한다.
둘째는 수오지심(羞惡之心)으로, 부끄러움을 알고 중심을 지키는 태도이다. 내 고과를 위해 후배의
공을 가로채거나 편법을 쓰고 싶은 유혹은 늘 존재한다. 이때 내 안의 양심을 바라보며 스스로 부끄러워할
줄 알아 부정을 멈추는 것이야말로, 명함이 사라진 은퇴 이후에도 떳떳할 수 있는 당당함의 원천이 된다. 마지막은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으로, 아홉 길 우물을 파는 끈기이자
책임감이다. 퇴직이라는 종착지가 보인다고 해서 대충 시간을 때우거나 방관하지 않는 것이다. 맹자가 말한 '굴정구인(掘井九軔)'의 비유처럼, 마지막 샘물이 솟아날 때까지 내게 주어진 소명을 다하는
태도이다. 이것이 후배들에게 기술이 아닌 '삶을 대하는 뒷모습'으로 기억되는 선배가 되는 길이다.
AI의 확산과 무한 경쟁
속에서 미래를 불안해하는 직장인들에게 권장하며, 조직 내 냉혹한 실적 압박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공감과 양심을 지켜내며 '삶을 대하는 품격 있는 뒷모습'을
남기는 통찰을 얻게 될 것이다.
이 리뷰는 리뷰의숲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