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지 않은 쌍둥이 - 프란츠 카프카 x 에곤 실레 세계문화전집 2
프란츠 카프카.에곤 실레 지음, 홍선기 엮음 / 모티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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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필독서 목록에 늘 있는 <변신>과 미술 교과서에서 언뜻 본 것 같은 에곤 실레의 그림. 솔직히 말해서 나는 평소에 책도 잘 안 읽고, 미술관은 수행평가 점수 채우러 가끔 억지로 가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나에게 고전 소설은 지루하고, 순수 미술은 난해한 '그들만의 세상'이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이 만나지도 않은 채 '쌍둥이'처럼 닮은 예술을 했다는 이 책의 설명은 좀 흥미로웠다.

막상 읽어보니 예상외로 요즘 우리 이야기 같아서 놀랐다. 특히 카프카의 <변신>은 유튜브 요약본으로 볼 때보다 텍스트로 읽을 때 그 기괴함이 더 세게 다가왔다. 주인공 그레고르는 벌레가 되었는데도 "내일 출근 어떡하지? 상사한테 깨지면 안 되는데" 같은 걱정부터 한다. 이 모습이 솔직히 매일 아침 졸린 눈을 비비며 "학원 늦으면 안 되는데, 수행평가 망하면 안 되는데" 하고 가방을 싸는 내 모습이랑 겹쳐 보였다. 내가 벌레가 되어도 세상은, 심지어 가족조차도 나를 걱정하기보다 '공부 안 하고 짐만 되는 존재'로 보지 않을까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이 칙칙하고 답답한 기분을 그대로 시각화해 준 게 바로 에곤 실레의 자화상들이었다. 미술을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실레의 그림은 '불편하다'는 느낌이 딱 든다. 그림 속 사람들은 뼈마디가 징그럽게 튀어나와 있고, 손가락은 부러질 것처럼 뒤틀려 있다. 예쁘고 멋진 그림만 예술인 줄 알았던 나에게, 실레의 거친 드로잉은 일종의 시각적 충격이었다.

실레의 자화상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스트레스를 잔뜩 받아서 온몸이 뒤틀릴 것 같고 신경이 곤두서는 내 모습이 떠오른다. ‘내 몸은 정말 내 것인가? 아니면 사회의 규정과 정해진 틀에 갇힌 기계인가?’라는 불안감이 실레의 그림 속에 날것 그대로 박혀 있는 것 같았다.

책 뒤쪽에서 카프카의 글과 실레의 그림을 한 페이지에 같이 보여주는 부분이 하이라이트였다. 백 년도 더 전에 살았던 두 거장이 현재 우리가 단톡방이나 메신져로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것처럼 완벽하게 통하고 있는 듯하다. 카프카는 글로, 실레는그림으로 "사는 거 진짜 빡세고 불안하지 않냐?"라고 외치는 기분이 든다. 공감한다.

이 글에서 카프카와 실레를 연결시키고 중간에 본인의 미발표 소설을 연결고리로 넣어준 부분은 아직도 잘 이해되지는 않는다. 미술과 문학을 한 카테고리로 묶는 방법? 동일한 시대와 역사적 사건을 겪은 예술가들은 매체가 달라도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경우.특정 연도나 역사적 격변기를 기준으로 묶는다. '1912년 합스부르크 제국'이라는 시공간. 에곤 실레의 그림이 법정에서 불태워지던 해와 카프카가 <변신>을 집필한 해를 연결하여, 당대 사회의 억압을 시각과 촉각으로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한다.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이나 철학적 화두를 중심축으로 삼아 텍스트와 이미지를 교차시켰다. 소외, 불안, 죽음, 욕망, 자연 등 핵심 키워드를 설정한다. '내 몸은 정말 내 것인가(신체의 의심)'라는 화두 아래, 카프카의 벌레로 변해버린 변신 서사와 실레의 뒤틀린 나체 자화상을 배치하여 인간 소외라는 주제를 극대화시킨 것으로 해석한다. 미술 작품을 글로 묘사하거나, 글을 보고 미술 작품을 그리는 등 서로가 서로에게 영감이 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텍스트 옆에 이미지를 일대일로 마주 보게 편집하여 시각적·문학적 공감각을 만들어준다. 카프카의 깊은 잠언 10편과 에곤 실레의 그림 10점을 짝지어 올림으로써, 생전 만나지 못한 두 거장이 종이 위에서 대화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구성한 것이 압권이다. 또 하나 아버지의 영향. 이 부분은 가부장적인 대한민국의 아버지들, 지금 대한민국을 만들어 낸 아버지들과 겹친다. 나고 영향을 받았을 텐데, 예술적이지 않아 어두운 그림자로 표출되지 않은 듯하다.   

카프카의 다른 작품도 읽어 보기로 결심하고 엔곤 실레의 그림도 찾아보게 되었다. 외설 화가라는 평가는 그림은 보는 이에게 맡긴다.

이 리뷰는 리뷰의숲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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