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벤 존슨
이찬란 지음 / 시원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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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달은 가족도, 비빌 언덕도 없이 별안간 고아가 된 청년이다. 태어나 엄마에게 버림받고 할머니 손에 자란다. 엄마를 찾겠다고 전국의 바닷가를 헤매던 아빠는 교통사고 사망하고 아빠의 기일에 납골당을 방문하기 위해 음식을 장만하던 할머니는 불 위에 올려 놓고 졸음을 이기지 못한다. 불이 나서 죽게 되는데 그 때 호달은 어디 있었는지? 자기의 행동에 죄책감을 느낀다. 고시원에서 살다가 월세가 밀리면서 쫓겨나게 된다. 호달은 지하철에서 어저씨를 보게 된다. 불법 쵤영(?)은 범죄이긴 한데 이 아저씨는 사기꾼 같다. 불법 쵤영를 빌미로 합의금을 받으려고 호달을 쫓아 자니는 아저씨, 육상 선수 출신이고 본인이 비운의 벤존슨이라 믿는 이상한 아저씨다. 따돌리려고 해도 끈질기게 따라 붙는 아저씨는 호달의 삶에 끼어든 얄미운 사람이다. 호달은 아저씨와 동행하면서 PC 방도 습격하고 불법도박사이트를 운영하는 조직의 아지트도 미행해서 알아내는 등 여러 사건을 일으키고 휘말린다. 황당한 질주를 도우며 묘한 연대감이 쌓인다. 실제 벤 존슨이 약물 파동으로 추락했듯, 아저씨 역시 현실의 감당할 수 없는 실패와 좌절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미치광이 시늉을 해왔다. 살아내려고 버티는 청년 호달을 보며 아저씨는 도망치기를 멈추고 누군가의조력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호달이 할머니가 운영하던 88 국수집 벽에 붙어 있던 벤존슨의 100m 우승 기사와 금지약물 복욕으로 메달이 취소된 사건의 신문 기사, 벤존슨의 경기를 직관하고 약물과 관련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20년 만에 방문한 벤존슨에 실망하는 아저씨. 평행이론 같다. 또 아저씨와 호달이 공통된 부분이 하나 더 있다.

실제 벤 존슨의 100m 금메달 기록은 단 '9.79'였고, 그 영광은 금지 약물 복용으로 순식간에 박탈당한다. 우리 사회 역시 눈에 보이는 스펙과 숫자로 인간의 가치를 평가하고 판단한다. 신림동 고시촌과 일용직을 전전하는 호달과 아저씨 두 주인공은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패배자들이다. 이들의 연대를 거부하고 아저씨를 미워하는 마음이 응원으로 바뀐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넘어졌을 때 내 손을 잡아주고 함께 뛰어 줄 '단 한 사람'의 존재이다. 호달을 걱정해주는 아저씨, PC 방 알바를 걱정하고 훈계하는 호달. 서로 걱정해주고 옆에 있어주는 사람들이 있으면 자살을 하지 않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이 리뷰는 리뷰의숲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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