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나에게 까다로운가
장기표 지음 / 하움출판사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래, 결심했어! : 후회라는 심판대에서 내려와 나를 선택하는 법

1. 인생극장과 가보지 못한 '선택 B'의 환상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선택을 한다. 어떤 선택을 하는지 인식하지 못하는 사소한 결정부터 직업, 결혼, 인간관계처럼 인생의 항로를 바꾸는 거대한 결정까지, 우리의 삶은 곧 선택의 연속이다. -폴 사르트르의 말대로 삶은 Birth(탄생) Death(죽음) 사이의 Choice(선택)인 셈이다.

선택 뒤에는 늘 '후회'라는 그림자가 따라붙는다. "그때 다른 길을 택했다면 더 행복했을까?", "왜 나는 늘 이런 선택을 할까?"라며 우리는 끊임없이 과거의 나를 심판대에 올린다.

과거 큰 인기를 끌었던 예능 《이휘재의 인생극장》은 바로 이 심리를 영리하게 파고든 단막극이었다. 주인공이 선택의 기로에서 "그래! 결심했어!"라고 외치면, A를 선택했을 때와 B를 선택했을 때의 상반된 인생이 스크린에 펼쳐졌다. 드라마는 대개 도덕적인 선택은 해피엔딩으로, 눈앞의 이익을 좇은 선택은 파멸로 이어지는 권선징악적 결말을 보여주며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메시지를 유쾌하면서도 뼈아프게 전달했다.

하지만 현실의 우리는 가보지 못한 '선택 B의 길'을 결코 알 수 없다. 그렇기에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더 행복했을 텐데"라는 환상을 품으며 현재의 나를 괴롭히곤 한다. 실제 인생에는 드라마처럼 짜인 해피엔딩도, 정해진 오답도 없는데 말이다.

2. 성실함이라는 착각, 익숙해진 후회의 습관

우리는 흔히 스스로를 이성적이고 주도적인 존재라고 믿는다. 하지만 매일 밤 침대에 누워 "오늘 충분히 했는가?", "왜 이것밖에 못 했는가?"라며 자신을 심문하곤 한다. 자신에게만 유독 까다롭고 냉혹한 태도는 결코 성실함의 증거가 아니다. 그것은 그저 타인의 기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을 내면화한 채, 스스로를 끝없이 소모시키는 심리적 피로에 불과하다.

우리가 매번 똑같은 선택을 하고 똑같은 후회를 반복하는 이유는 '익숙해진 생각의 습관' 때문이다. 불안에 떠밀려 내린 선택은 필연적으로 후회를 남긴다. 타인의 기대나 사회적 기준에 맞추어 내린 결정 역시 마찬가지다.

치유의 방법은 명확하다. 내면의 불안을 걷어내고, 온전히 나의 내면 상태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후회로 가득했던 과거의 선택들이 사실은 '그 당시의 내가 내릴 수 있었던 최선의 몸부림'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내가 내린 선택을 온전히 책임지되, 그 결과로 인해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 '주체적인 삶의 태도'를 습관화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나를 고쳐 써야 할 기계가 아니라 온전한 '인격체'이자 '돌봄의 대상'으로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3. 잘 버티는 생존을 넘어, 잘 살아내기 위한 연장통

삶의 주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기술들이 필요하다. 내 에너지가 어디서 새어 나가는지 점검하고, 타인의 무리한 요구에 거절을 연습하며, 나만의 고유한 리듬을 회복하는 과정은 미련하게 '잘 버티는 생존'을 넘어, 주체적으로 '잘 살아내는 삶'으로 나아가는 연장통이 되어 준다.

  • 하루 10 '스위치 오프' 기술: 하루 중 딱 10분만 스마트폰, , 업무 관련 생각을 완전히 차단하는 시간을 스케줄러에 고정하자. 알람이 울리기 전까지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아도 안전하다는 감각을 뇌에 학습시켜 효율성 강박을 낮춰준다.
  • '해야 한다' '선택한다'로 바꾸는 기술: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해"라는 말은 나를 내 삶의 피해자로 만든다. 내가 쓰는 문장에서 '해야 한다'를 의도적으로 '선택한다'로 바꾸어 말해보자. 억지로 떠밀려 하는 의무감이 사라지고, 내가 내 삶을 주도하고 있다는 '통제감'이 회복된다.
  • 감정 에너지 시각화 기술: 인간관계에서 나를 소모하지 않기 위해 내 감정의 에너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기술이다. 오늘 나를 지치게 한 타인의 요구가 있었다면, 종이에 선을 긋고 내 에너지의 몇 %를 그곳에 썼는지 숫자로 적어보자. 내 감정이 막연하게 소모되는 것을 막고 심리적 방어선을 시각적으로 세울 수 있다.
  • 일주일 단위 '거절 쿼터제': 모든 부탁을 다 들어주다 정작 나를 돌볼 시간을 잃어버리는 악순환을 끊는 기술이다. 일주일에 딱 한 번, 내 리듬을 깨뜨리는 타인의 제안이나 무리한 요구에 "어려울 것 같습니다"라고 말해보자. 거절을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 내 일주일을 안전하게 살아내기 위한 필수적인 '예산 집행'으로 인식하게 된다.

"잘 버티는 삶"은 타인의 기준에 나를 맞추는 삶이지만, "잘 살아내는 삶"은 나에게로 돌아와 내 리듬을 찾는 삶이다. 이제 매일 밤 자신을 심문하던 심판대에서 내려와, 나만의 리듬으로 "그래! 결심했어!"를 외쳐야 할 때다.

이 리뷰는 리뷰의숲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