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처음 배운
'통합과학'과 '통합사회'는 나에게 큰 고민을 안겨주었다. 중학교 때처럼 단순한 암기과목이
아니라, 과학적 사실과 사회적 현상을 연결 지어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과 지식과 문과 지식을 왜 같이 배워야 할까?"라는
의문이 들 때쯤 이 책을 만났다. 허지웅 약사의 《인본주의 과학자라면 약사》는 내가 교과서에서 배운
두 과목이 실제 사회에서 어떻게 하나로 합쳐지는지 명쾌하게 보여주는 책이었다.
책에서 말하는 약사의 첫 번째 모습은 철저한 '과학자'다.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창약'이나 안전하게 약을 대량 생산하는 '제약'의 과정은 우리가 통합과학 시간에 배우는 물질의 규칙성과 생명
시스템의 원리를 그대로 담고 있다. 세포와 화학 물질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정밀하게 분석하는 약사의 모습은
과학 탐구 능력이 왜 중요한지 생생하게 깨닫게 해주었다. 과학 지식이 단순히 시험문제를 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 강력한 도구라는 사실이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책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과학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인간'이다. 약학은 자연과학에
기반을 두고 있으면서도, 그 최종 목적지는 '인간의 고통
경감'이기 때문이다. 병이 치료되면 병으로 인한 고통은 줄어든다. 약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환자와 소통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동네
약국에서 아픈 이웃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하는 '용약'의
과정, 의료 불평등을 해결하려는 '약무행정', 그리고 지역사회 안전을 지키는 '교육'은 통합사회에서 배우는 인간 존엄성과 사회 정의, 복지 시스템의 개념과
정확히 연결된다. 아무리 똑똑한 과학자라도 사회를 이해하는 따뜻한 시선이 없다면 진짜 약사가 될 수
없다는 구절에서 통합사회 공부의 진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요즘 인공지능(AI)이
발전하면서 약사라는 직업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하지만 저자는 기계가 완벽한 처방전이라는
과학적 데이터는 뽑아낼 수는 있어도, 환자의 슬픈 표정을 읽고 위로를 건네는 정서적 교감은 절대 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통합과학의 '이성'과 통합사회의 '감성'을
모두 갖춘 융합형 인재만이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인본주의 과학자'는 이과와 문과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선 융합적 지성을 알려주는 가장 아름다운 말이었다.
이 책은 약사라는 직업의 구체적인 업무부터 약사가 되는 방법, 연봉, 해외 약사와의 비교, 그리고
약사로서 마주하는 스트레스까지 현실적인 진로 정보를 친절하고 자세히 알려준다. 전문직으로서의 화려한
모습뿐만 아니라 그 뒤에 숨은 책임감과 무게감까지 솔직하게 담아내어 나처럼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인'이 아니라, 과학적 전문성으로 세상의 아픔을 치유하는 진정한 '인본주의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멋진 꿈을 가슴에 품게 되었다.
이 리뷰는 리뷰의숲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