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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니 트윌과 종이 심장 ㅣ 시어니 트윌과 마법 시리즈 1
찰리 N. 홈버그 지음, 공보경 옮김 / 이덴슬리벨 / 2020년 4월
평점 :

태기스 프래프 마법학교 졸업반 최우등생인 시어니 트윌은 금속 마법사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졸업을 앞두고 평생 어떤 마법 재료를 다루며 살 것인지 선택하는 과정에서 시어니에게 선택권이 없었다. 종이 마법사가 12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에이비오스키 마법사가 시어니를 에머리 세인 종이 마법사의 견습생으로 배정했기 때문이었다.
마법사는 특정한 물질 단 한 가지와 마법 결합을 맺을 수 있고, 결합을 맺은 뒤에는 절대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시어니는 에이비오스키 마법사와 함께 스승인 세인 마법사의 집에 도착해 이곳저곳 안내를 받을 때 마법 결합을 늦추기 위해 최대한 미적거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어니에게 처음부터 선택권이 없었기 때문에 이내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종이와 마법 결합을 맺는다.
세인 마법사의 견습생으로 한집에서 살게 된 시어니는 처음엔 스승에 대한 인상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러나 계속 지내다 보니 섬세하고 배려심 있던 모습에서 스승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식사를 하려던 와중에 무언가가 폭발한 이후 나타난 어떤 여자가 세인 마법사의 심장을 꺼내 달아난다.

가난한 시어니가 이름 모를 후원자의 도움을 받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 앞으로의 탄탄한 미래를 그렸겠지만, 인생은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었다. 금속과 마법 결합을 맺기를 원하던 것으로 봐서 시어니는 강한 마법사가 되기를 바랐던 것 같은데, 그녀의 바람과는 달리 종이는 정반대의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수가 적다는 이유로 자신의 뜻이 꺾여 원치 않는 종이 마법사가 되어야 했기 때문에 시작부터 반감을 가지는 게 당연했다. 더군다나 스승의 집에 도착했을 때부터 살아 움직이는 종이 해골에 놀라고 말았으니 세인 마법사에 대한 첫인상 또한 좋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은 겪어봐야 알듯 세인 마법사가 좀 비밀스러운 구석이 있긴 해도 시어니를 제대로 가르치려고 했고, 키우던 개를 데리고 오지 못한 그녀를 위해 귀여운 종이 개 펜넬을 만들어 줄 정도로 마음을 썼다.
처음엔 이 소설을 그저 판타지라고만 알고 있었으나 초반에 세인 마법사가 등장하는 묘사를 읽으며 로맨스 장르도 포함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한 사회 초년생 시어니와 젊은 마법사 세인 사이의 관계가 왠지 로맨스의 정석처럼 첫인상은 별로인데 알면 알수록 괜찮다가 결국엔 빠지게 되는 전개로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뻔한 전개라고 볼 수도 있지만 스며드는 사랑에 대한 묘사가 마음을 간지럽혀서 피식피식 웃으면서 읽었다.
스승에 대한 감정이 서서히 호감으로 바뀌어가는 평온한 전개를 뒤집은 건, 검은 머리칼과 검은 눈동자를 가진 아름다운 여자 리라가 나타나 세인의 가슴에 손을 넣어 심장을 가지고 도망친 사건 이후였다. 그동안 세인에게 받은 가르침으로 종이 심장을 접어 그의 빈 가슴에 넣어뒀지만, 연락을 받고 온 마법사들이 그리 오래가지 않을 거라고 했다. 이대로 세인이 죽게 놔둘 수 없고, 다른 종이 마법사의 견습생으로 가는 것도 싫었기 때문에 시어니는 그의 심장을 되찾아오기 위해 온갖 크기의 종이와 개 펜넬을 데리고 리라를 뒤쫓았다.
리라는 마법 세계에서 금지된 신체 마법사라고 했다. 손에 피를 묻혀 상대방과 닿게 되면 치명상을 입었다. 그런 강력한 마법사와 약할 것만 같은 종이 마법사도 아닌 견습생이 대결을 벌인다고 생각하니 앞이 캄캄했다. 종이는 쉽게 젖을뿐더러 잘 찢어지기까지 해서 도무지 상대가 되질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전개는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싸우는 게 주된 목적이 아닌 지키는 게 목적이었다.
세인의 심장을 되찾으러 간 곳에서 시어니는 그의 심장 안에 들어가게 된다. 그 안에서 시어니는 세인이 아주 어렸을 때와 사랑으로 가득한 순간의 행복했던 기억, 영광스러운 날의 좋은 기억을 보고, 슬프고 화가 나는 등의 아픈 기억 또한 보게 된다. 그런가 하면 그가 진심으로 바라는 현재와 미래의 희망 또한 본다. 그 과정을 통해 시어니는 세인에 대한 사랑을 깨달아가며 심장을 반드시 되찾아 그를 살려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지키려는 시어니와 망가뜨리려는 리라 사이의 대결에서 승자는 당연히 더 간절한 사람일 수밖에 없었다. 물리적으로 불리할 거라 예상했던 대결 역시 의외의 방법이 위험한 순간에 도움이 됐다. 그게 그렇게 활용될 줄은 몰랐기 때문에 조금 놀라웠다. 작가가 단서를 잘 이용한 셈이었다.
이 소설은 1900년대 초반의 영국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로맨스였다. 처음엔 시대적 배경에 대한 설명이 등장하지 않아서 현대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알고 보니 거의 100년 전 과거의 마법사들의 이야기였다. 그래서인지 뭔가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예전부터 판타지를 안 좋아해서 "해리 포터 시리즈"도 오래전에 1권만 읽었을 정도인데 이제는 취향이 좀 바뀐 건지 제법 괜찮게 읽었다. 대신 소설의 몇몇 장면은 상상하며 읽으니 약간 오글거리긴 했다. 그 부분은 내 성향 탓인 것 같다.
아무래도 로맨스가 가미되어 있어서 호감 요소가 작용한 듯싶다. 시어니가 세인과 딱히 뭘 하진 않았지만, 이 사람에 대해 깊이 알아가면서 감정 역시 깊어지는 과정이 애틋하면서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특히 자꾸만 웃음이 새어 나왔던 마지막 부분 덕분에 다음 편이 궁금해졌다.
* 이 리뷰는 이덴슬리벨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종이 마법은 예리한 시각과 재빠른 손놀림을 필요로 하는데, 자네는 그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인재야. 다른 선배들도 운명을 받아들였으니 자네도 그래야 해." - P29
"내가 지켜줄게요. 언젠가는 이런 날을 맞이하게 될 거예요. 약속드려요."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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