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괜찮아 - 엄마를 잃고서야 진짜 엄마가 보였다
김도윤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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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랫동안 우울증으로 입원생활을 하던 엄마가 외박으로 집에 갔다가 병원으로 돌아간 후 집에 가고 싶다고 하셨다. 작가와 아버지는 희망적인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간 엄마는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는 것으로 스스로의 생을 마감하셨다.

 

이 책은 우울증을 앓았던 엄마가 자살을 택하리라고 절대 믿지 않았던 아들의 회고이자, 자신마저도 우울증에 잠식되어버린 경험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엄마가 왜 우울증을 앓게 되었는지는 형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어릴 때부터 똑똑하고 인기도 많았던 형이 갑자기 우울증에 빠졌고 나중엔 더 심각해져 폐쇄병동에까지 입원하게 되면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아버렸다. 몸이 아프면 약을 발라 치료를 해줄 수 있지만, 마음이 아프다는 자식에게 그 무엇도 해줄 수 없다는 게 엄마에게도 큰 상처가 되었을 것 같았다. 그 후 병원에 입원을 하고 퇴원하기를 반복하며, 때로는 형처럼 엄마도 폐쇄병동에 입원하셨다고 한다.

 

엄마가 죽고 싶다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의사가 자살 위험에 대해 경고해도 엄마는 겁이 많은 사람이라며 그럴 리 없다고 믿었지만, 결국 엄마의 호소를 들어주지 않은 셈이 되어버렸다.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그리고 얼마나 자신을 원망했을까. 가족은 아니지만 가까운 친구가 갑자기 삶을 끝내버렸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작가의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었다. 나에겐 친구였지만, 작가는 자신을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엄마였으니 그 마음은 오죽 아팠을까.

 

 

 

 

 

그 후 엄마에 대한 기억들을 하나둘씩 꺼내놓았다. 자기 자신은 없이 오로지 자식만 바라보는 엄마,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았던 엄마, 자식이 성인이 되고 난 뒤에는 항상 기다림에 익숙했던 엄마였다.

엄마라는 호칭은 언제나 애틋한 마음을 가지게 하는데, 작가의 경험과 엄마를 잃은 후의 마음이 담긴 글을 읽고 있으니 여느 소설을 읽을 때와는 달리 수시로 울컥울컥 눈물이 솟아오르게 했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서 그랬고, 소설로 쓴 글이 아닌 진심이 담긴 글이었기에 눈물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읽다가 잠깐 멈추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며 읽었다.

 

그러면서 작가는 "우리 엄마"라는 존재가 아직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당부했다. 특별한 그 무엇을 하는 것도 좋지만, 엄마와 함께 보내는 평범한 일상도 되돌아보면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말이다. 엄마와 함께 먹는 집밥, 누워서 함께 TV를 보는 시간 등의 사소한 일을 하는 게 엄마에게도, 자신에게도 사소하지만 소중한 행복일 터였다.

 

 

 

 

 

부모가 자살 시도를 했다면 그 자식도 자살 기도 가능성이 커진다는 결과가 있단다. 우울증과 같은 마음의 병을 가진 부모와 그들의 자녀에 대해 조사한 결과, 부모가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경우 자녀가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은 그런 적 없는 부모의 자녀에 비해 5배가량 높다고 한다. 우울증 역시 굉장히 높은 비율로 나타난다.

 

그렇게 엄마를 떠나보내고 2년이 흘렀을 무렵, 작가에게 갑작스레 우울증이 찾아왔다. 형과 엄마에 이어 자신까지 우울증 증상이 나타나 겁이 많이 났었을 테지만, 다행히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심리상담센터와 정신과를 찾아갔다고 한다. 가까운 친구들보다 때로는 묵묵하게 들어주는 전문가의 모습이 더 도움이 되기도 했단다.

요즘엔 정신과에 대한 이미지가 과거와는 달라졌기 때문에 상담을 받는 것을 주저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뼈가 부러지면 정형외과에 가고 아기를 낳을 땐 산부인과에 가듯, 마음에 병이 생겼을 땐 마음을 치료해 주는 정신과에 가면 된다. 세상 사는 건 빡빡하고 마음은 다치기 쉬우니까 말이다.

 

 

 

 

작가는 이 책에 엄마와의 추억을 꺼내놓았고, 엄마에게 해주지 못한 말들과 보여주지 못한 마음을 뒤늦게 글로 내보여줬다. 거기에 가정의 일과 자신의 우울증까지 고백하기까지 굉장한 용기도 내야 했다. 그 모든 것을 해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고, 더불어 고생했다는 위로 또한 해주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도 잘해나갈 수 있을 거라고 말하고 싶다.

 

당연하지만 엄마를 자꾸만 생각나게 하는 책이었다.

우리 남매를 키우느라 온갖 고생을 했어도 늘 우리 먼저 걱정하는 우리 엄마. 엄마한테 더 잘해야지라는 다짐을 되새긴다.

 

 

 

* 이 리뷰는 아르테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마음이 다친 사람의 상처는 눈에 잘 안 보이니까 주변 사람들은 그냥 그 순간에 급급한 말을 하기 마련이다. 나 또한 내가 아프고 나서야 엄마의 마음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154

엄마의 사전에는 ‘괜찮지 않다‘는 말이 없는 게 아닐까. 그저 괜찮다는 말로 가족들을 안심시키고 싶은 사람, 모든 걸 괜찮게 만들고 싶은 사람, 엄마는 그런 사람일지도 모른다. - P151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싶은 마음보다 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클 때 그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은, 어린 왕자의 오후 3시와 같다는 것을 알려준 사람이 나에게는 엄마였다. - P89

우리는 자신의 마음이 괜찮은지 자주 들여다봐야 한다. 그 마음을 살피지 않으면 아주 작은 상처도 언젠가 암처럼 커져 온몸을 휘감아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내가 그랬다. 나 자신을 전부 안다는 생각에, 나는 언제나 나를 통제할 수 있다고, 나는 괜찮다고 생각하다 병을 더 키웠다. - P53

엄마, 엄마는 내가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어른이었으니까 늘 괜찮을 줄 알았어. 엄마, 미안해.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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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니 트윌과 거울 마법 시어니 트윌과 마법 시리즈 2
찰리 N. 홈버그 지음, 공보경 옮김 / 이덴슬리벨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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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심장 사건이 마무리되고 3개월 후, 시어니 트윌은 20살이 되었다. 종이 마법사 견습생으로도 익숙해졌고, 스승인 에머리 세인에 대한 마음도 함께 한 시간만큼 커져갔지만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견습생으로 지켜야 할 규칙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시어니는 종이 마법사가 되기 위해 꼭 알아야 되는 종이접기의 뿌리를 배우기 위해 제지 공장에 견학 가게 된다. 공장 견학을 에머리와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워하지만, 다행히 에이비오스키 마법사의 견습생이자 같은 졸업반이었던 딜라일라 베르제를 비롯해 다른 견습생들과 견학 일정을 소화해낸다.

그러다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겼는지 견학 담당자가 견습생들을 한쪽에 대기시켰을 때, 폭발음이 들렸고 이내 공장 건물 두 채에서 불이 난다. 견습생들과 함께 도망쳐서 스승들을 만난 시어니는 견학 이전부터 자신을 주시하는 시선 끝에 있는 남자를 스치듯 목격한다. 그리고 이튿날 딜라일라와의 점심 약속 후 돌아가려는 시어니 앞에 그 남자가 나타난다. 신체 마법사로 유명한 그래스 코발트였다.

 

 

 

 

 

 

시어니가 에머리의 심장을 되찾으려다가 리라를 마법으로 굳어지게 만들었기 때문에 같은 신체 마법사인 그래스가 그녀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시어니의 마법을 풀 수 없었던 그래스가 시어니를 위협해 리라를 원래 상태로 되돌리려고 했지만, 시어니는 그의 말을 들을 이유가 없었다. 에머리의 심장을 가져간 사건을 눈앞에서 목격한 사건으로 신체 마법사들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세상에서 활개를 치게 놔둘 수 없었다.

 

레스토랑에서 그래스와 마주친 시어니는 간신히 도망치다가 에머리의 과거 견습생인 랭스턴을 만나 도움을 받고, 그 사실을 에머리에게 알리자 집에서 떠나 도심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중, 누군가의 공격을 받아 택시 기사가 사망하고 차는 강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물을 무서워해서 혼란에 빠진 시어니는 에머리 덕분에 목숨을 건지게 됐고, 사정을 알게 된 에이비오스키 마법사의 도움을 받아 임시 숙소에서 지낸다.

그런 시어니를 더 두렵게 하는 건 택시를 공격한 남자가 그래스가 아닌 또 다른 신체 마법사 사라즈 프렌디였다는 것이었다. 그래스와 사라즈가 시어니를 비롯해 그녀의 가족, 에머리, 그리고 딜라일라까지 위협하고 있었다.

 

시어니와 딜라일라가 스승들 몰래 그래스를 만날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부터 앞이 캄캄했다. 아무리 신체 마법사 리라를 굳어버리게 만들었다고는 해도 시어니는 아직 견습생이었고, 딜라일라 역시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신체 마법사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존재인지는 1권을 통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괜히 더 다치지 않을까 우려스러웠다. 나중에 스승들이 알게 되면 혼나게 될 일도 벌써부터 걱정이 됐다.

그 과정에서 그래스에 대한 아주 큰 비밀 하나가 밝혀져서 조금은 안도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었는데, 그래스가 워낙 능력이 좋고 나쁜 마법사이다 보니 시어니는 원치 않게 먼 곳으로 떠나게 되어 돌아갈 방법도 막막해졌다.

 

이전 시리즈에서 막 견습생이 된 시어니가 에머리의 과거 기억을 보고 마지막에 의외의 활약상을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잠재된 능력을 보여줬다. 몇 개월 되지 않은 견습생인데 악명 높은 그래스를 상대로 싸우는 모습을 보니 시어니는 주인공이라 그런지 능력이 엄청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열심히 배워서 시험에 통과해 정식 마법사가 되면 스승 에머리만큼이나 유명해질 것 같았다. 마법을 다루거나 마법 결합에 관한 것도 단번에 꿰뚫어봤고, 심지어는 범죄자를 잡는 능력 또한 출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에머리와의 관계 역시 이전과는 달라졌다. 에머리의 마음을 알 수가 없어서 시어니 혼자만의 짝사랑인 줄 알았는데, 때때로 설레게 하더니 확실히 못 박은 장면이 등장하고야 말았다. 그 부분을 읽으며 가슴이 어찌나 두근거렸는지 모르겠다. 내가 로맨스를 안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실은 무지하게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종이 마법 외에 유리 마법에 관한 부분이 새롭게 등장해 상상하며 읽으니 영화화에 딱 어울리겠구나 싶었다.

마법 결합에 관한 비밀과 시어니의 능력, 그리고 사랑까지 확인할 수 있었던 2권이었다. 성장하는 시어니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 이 리뷰는 이덴슬리벨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시어니의 가슴속에서 용기가 솟았다. 이대로 넋 놓고 앉아 무슨 일이 일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가서 싸워야 했다. 자신 때문에 더 많은 목숨이 희생되기 전에 그래스를 막아야 했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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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치는 여자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
엘프리데 옐리네크 지음, 이병애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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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원에서 피아노 선생으로 일하는 에리카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얽매여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이후부터 어머니는 에리카에게 집착을 했고 그녀를 피아니스트로 성공시키기 위해 갖은 애를 쓰며 억압을 해왔다. 어머니는 에리카의 수업이 몇 시까지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으며, 곧장 집으로 오지 않으면 온갖 잔소리와 때로는 폭력으로 에리카를 고통스럽게 했다. 어머니는 에리카가 어떤 옷을 입는지 참견을 하고, 남자를 만나지 못하게 했으며, 밤에는 한 침대에서 자야만 했다. 에리카는 그런 어머니를 견디기 힘들어서 소리 높여 화를 내고 폭력에 맞대응하지만, 어머니가 죽기 전까지 벗어날 수 없다는 걸 그녀도 잘 알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20대 중반의 공과 학생 발터 클레머가 접근한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악기를 배우는 것에도 적극적인 클레머는 누군가와의 만남에 대비하기 위한 연습으로 피아노 선생 에리카를 꼬시려고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 때문에 영 어렵기만 하다. 그래서인지 클레머는 더욱 오기가 생긴다.

 

 

 

 

 

 

보통의 서른 중반 성인이라면 진작에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고도 남았을 나이지만, 에리카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의 간섭과 억압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이제 와 벗어나기란 어려운 것이었다. 가뜩이나 어머니에게 남은 가족은 자신뿐이라 그 일이 더욱 힘들 터였다. 집과 음악원 외에 어디를 갈 수 있는 시간이 없었고, 누구를 만날 수조차 없었다. 에리카에겐 자유가 없는 삶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와중에도 에리카는 틈틈이 자신의 욕구를 만족할 만한 일을 했다. 어머니가 그토록 원하는 아파트로 이사를 가는 데 저축할 비용을 입지도 않을 옷을 사는 데 썼고 포르노 상영 극장에서 자신의 학생들을 잡아내기도 했다.

이런 에리카의 모습은 모두 비뚤어진 욕망이 표현된 것이었다.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존재인 어머니가 어릴 때부터 그녀를 억압하고 짓눌러왔고, 남자란 믿을 게 못 된다는 견해를 주입받아왔기 때문인지 에리카의 욕망은 평범한 사람들처럼 내보일 수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관음 증세를 보이며 집창촌에서 돈을 내고 여자의 나체 곳곳을 관찰하고, 늦은 밤 으슥한 공원 같은 데서 연인들의 짙은 스킨십을 훔쳐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장면을 훔쳐보면서도 그 어떤 것도 느끼지 못했다.

 

에리카는 클레머가 강압적으로 행동하기 전까지는 욕망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러다가 지저분한 화장실에서 클레머와 대면한 사건으로 에리카는 자신의 욕망을 그에게 분출해도 될 거라 예상한 것 같았다. 이전까지는 피하려고만 했지만 10살 가량 많은 선생 에리카에게 하대를 하며 성적인 권위가 자신에게 있다고 행동하는 클레머를 어머니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 여겼는지도 몰랐다. 클레머가 애정을 억압과 통제로 표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에리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 사슬 따위로 신체를 묶고 강압적으로 굴며 폭력 등을 행사하는 성행위는 그를 위한 것이고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에리카에겐 부드럽게 대하며 아픔을 주지 않는 애정에 대한 기대가 남아있었다. 어릴 때부터 평범한 애정의 범주 바깥에 있던 그녀였기에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환상이 있었던 거라 느껴졌다. 처음엔 에리카의 마조히즘적인 부탁에 강하게 거부하는 클레머를 보고 기대를 했을 수도 있지만 클레머는 보통의 애정으로 에리카를 유혹한 게 아니었고, 그 역시 제정신은 아니었기 때문에 결국에는 에리카는 원하지 않았고 클레머는 원했던 바를 이루고야 만다.

 

처음엔 비정상적인 욕구를 가진 에리카가 이상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어머니에게조차 사랑받는 행복을 누려본 적이 없는 그녀의 모습이 점점 가여워졌고 마지막엔 그럼에도 돌아갈 곳은 집뿐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만약 클레머가 정상적인 남자였더라면 에리카의 비뚤어진 욕망은 남들처럼 평범해졌을까. 적어도 어머니가 에리카를 사랑한다고 하는 방식이 잘못된 것이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을 것 같다. 마음대로 휘두르며 언어, 신체 등의 폭력을 가하는 것과 아껴주며 조심스러워하는 것에는 눈에 띄는 차이가 있으니 말이다.

그랬더라면 그제라도 에리카는 평범하게 사랑받으며 살 수 있었을 텐데, 하필이면 클레머 같은 놈이 다가오는 바람에 그녀의 삶에는 더 이상의 탈출구 없이 이전과 다름없는 구속된 삶을 애정이라 느끼며 평생을 살게 될 거라 생각하니 막막하기만 했다. 보편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지경까지 오게 되어 그런지 가정 환경이 자식에게 미치는 영향이 새삼 상당하다고 느꼈다.

 

이 책 역시 몇 년 전에 읽었던 책이었다. 노골적이고 폭력적인, 눈살이 찌푸려질 묘사가 많이 등장했다는 것만 기억에 남았다.

하지만 다시 읽으니 에리카가 얼마나 가여운 사람인지 와닿았다. 그녀의 행동을 보며 오죽하면 저럴까 하는 생각만 들었다. 친구도 없고 연인은 당연히 유니콘 같은 존재고 자신만을 바라보며 스토커처럼 집착하는 어머니만 있다니,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히는데 에리카는 여태까지 숨은 쉬고 살 수 있었는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영화 <피아니스트>를 보기 위해 다시 읽은 책인데, 글로 표현된 그 모든 것들의 영상은 당분간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다. 최근에 워낙 강하고 충격적인 이미지의 영화를 봐서 아무래도 자제해야 될 듯싶다. 그래도 주연 배우와 감독의 이름만으로 궁금하니 나중에 찾아봐야겠다.

"우리끼리만 사는 거야, 에리카야. 우리는 그 누구도 필요 없지 않니?" - P22

그녀의 순진했던 소원들은 세월이 지나면서 파괴적인 욕구로, 섬멸 의지로 변해갔다. 다른 사람들이 가진 것을 그녀는 자기도 억지로 소유하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은 부숴버리려 든다. - P116

클레머는 에리카를 소유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는 빛깔과 천 등으로 겉만 치장한 뼈와 살의 꾸러미를 한번 풀어보고 싶을 뿐이다. 포장지는 구겨서 그냥 던져버릴 생각이다. - P264

에리카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한 번도 무엇인가를 느낀 적이 없었다. 그녀는 비에 젖은 마분지 조각처럼 무감각하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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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니 트윌과 종이 심장 시어니 트윌과 마법 시리즈 1
찰리 N. 홈버그 지음, 공보경 옮김 / 이덴슬리벨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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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기스 프래프 마법학교 졸업반 최우등생인 시어니 트윌은 금속 마법사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졸업을 앞두고 평생 어떤 마법 재료를 다루며 살 것인지 선택하는 과정에서 시어니에게 선택권이 없었다. 종이 마법사가 12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에이비오스키 마법사가 시어니를 에머리 세인 종이 마법사의 견습생으로 배정했기 때문이었다.

 

마법사는 특정한 물질 단 한 가지와 마법 결합을 맺을 수 있고, 결합을 맺은 뒤에는 절대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시어니는 에이비오스키 마법사와 함께 스승인 세인 마법사의 집에 도착해 이곳저곳 안내를 받을 때 마법 결합을 늦추기 위해 최대한 미적거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어니에게 처음부터 선택권이 없었기 때문에 이내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종이와 마법 결합을 맺는다.

 

세인 마법사의 견습생으로 한집에서 살게 된 시어니는 처음엔 스승에 대한 인상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러나 계속 지내다 보니 섬세하고 배려심 있던 모습에서 스승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식사를 하려던 와중에 무언가가 폭발한 이후 나타난 어떤 여자가 세인 마법사의 심장을 꺼내 달아난다.

 

 

 

 

 

 

 

가난한 시어니가 이름 모를 후원자의 도움을 받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 앞으로의 탄탄한 미래를 그렸겠지만, 인생은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었다. 금속과 마법 결합을 맺기를 원하던 것으로 봐서 시어니는 강한 마법사가 되기를 바랐던 것 같은데, 그녀의 바람과는 달리 종이는 정반대의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수가 적다는 이유로 자신의 뜻이 꺾여 원치 않는 종이 마법사가 되어야 했기 때문에 시작부터 반감을 가지는 게 당연했다. 더군다나 스승의 집에 도착했을 때부터 살아 움직이는 종이 해골에 놀라고 말았으니 세인 마법사에 대한 첫인상 또한 좋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은 겪어봐야 알듯 세인 마법사가 좀 비밀스러운 구석이 있긴 해도 시어니를 제대로 가르치려고 했고, 키우던 개를 데리고 오지 못한 그녀를 위해 귀여운 종이 개 펜넬을 만들어 줄 정도로 마음을 썼다.

처음엔 이 소설을 그저 판타지라고만 알고 있었으나 초반에 세인 마법사가 등장하는 묘사를 읽으며 로맨스 장르도 포함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한 사회 초년생 시어니와 젊은 마법사 세인 사이의 관계가 왠지 로맨스의 정석처럼 첫인상은 별로인데 알면 알수록 괜찮다가 결국엔 빠지게 되는 전개로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뻔한 전개라고 볼 수도 있지만 스며드는 사랑에 대한 묘사가 마음을 간지럽혀서 피식피식 웃으면서 읽었다.

 

스승에 대한 감정이 서서히 호감으로 바뀌어가는 평온한 전개를 뒤집은 건, 검은 머리칼과 검은 눈동자를 가진 아름다운 여자 리라가 나타나 세인의 가슴에 손을 넣어 심장을 가지고 도망친 사건 이후였다. 그동안 세인에게 받은 가르침으로 종이 심장을 접어 그의 빈 가슴에 넣어뒀지만, 연락을 받고 온 마법사들이 그리 오래가지 않을 거라고 했다. 이대로 세인이 죽게 놔둘 수 없고, 다른 종이 마법사의 견습생으로 가는 것도 싫었기 때문에 시어니는 그의 심장을 되찾아오기 위해 온갖 크기의 종이와 개 펜넬을 데리고 리라를 뒤쫓았다.

리라는 마법 세계에서 금지된 신체 마법사라고 했다. 손에 피를 묻혀 상대방과 닿게 되면 치명상을 입었다. 그런 강력한 마법사와 약할 것만 같은 종이 마법사도 아닌 견습생이 대결을 벌인다고 생각하니 앞이 캄캄했다. 종이는 쉽게 젖을뿐더러 잘 찢어지기까지 해서 도무지 상대가 되질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전개는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싸우는 게 주된 목적이 아닌 지키는 게 목적이었다.

세인의 심장을 되찾으러 간 곳에서 시어니는 그의 심장 안에 들어가게 된다. 그 안에서 시어니는 세인이 아주 어렸을 때와 사랑으로 가득한 순간의 행복했던 기억, 영광스러운 날의 좋은 기억을 보고, 슬프고 화가 나는 등의 아픈 기억 또한 보게 된다. 그런가 하면 그가 진심으로 바라는 현재와 미래의 희망 또한 본다. 그 과정을 통해 시어니는 세인에 대한 사랑을 깨달아가며 심장을 반드시 되찾아 그를 살려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지키려는 시어니와 망가뜨리려는 리라 사이의 대결에서 승자는 당연히 더 간절한 사람일 수밖에 없었다. 물리적으로 불리할 거라 예상했던 대결 역시 의외의 방법이 위험한 순간에 도움이 됐다. 그게 그렇게 활용될 줄은 몰랐기 때문에 조금 놀라웠다. 작가가 단서를 잘 이용한 셈이었다.

 

이 소설은 1900년대 초반의 영국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로맨스였다. 처음엔 시대적 배경에 대한 설명이 등장하지 않아서 현대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알고 보니 거의 100년 전 과거의 마법사들의 이야기였다. 그래서인지 뭔가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예전부터 판타지를 안 좋아해서 "해리 포터 시리즈"도 오래전에 1권만 읽었을 정도인데 이제는 취향이 좀 바뀐 건지 제법 괜찮게 읽었다. 대신 소설의 몇몇 장면은 상상하며 읽으니 약간 오글거리긴 했다. 그 부분은 내 성향 탓인 것 같다.

아무래도 로맨스가 가미되어 있어서 호감 요소가 작용한 듯싶다. 시어니가 세인과 딱히 뭘 하진 않았지만, 이 사람에 대해 깊이 알아가면서 감정 역시 깊어지는 과정이 애틋하면서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특히 자꾸만 웃음이 새어 나왔던 마지막 부분 덕분에 다음 편이 궁금해졌다.

 

 

 

* 이 리뷰는 이덴슬리벨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종이 마법은 예리한 시각과 재빠른 손놀림을 필요로 하는데, 자네는 그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인재야. 다른 선배들도 운명을 받아들였으니 자네도 그래야 해." - P29

"내가 지켜줄게요. 언젠가는 이런 날을 맞이하게 될 거예요. 약속드려요."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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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곰탕 1~2 세트 - 전2권 - 김영탁 장편소설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부산에서 쓰나미가 반복적으로 일어난 이후의 2063년은 가난한 사람들이 더 살기 힘들어진 시대였다. 그래서 그들은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시간 여행을 부자들 대신 떠난다. 있는 자들의 사소한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많은 돈을 받고 과거로 떠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시간 여행 도중에 사망했다. 하지만 목적을 이루고 살아돌아온다면 약속한 금액을 전부 받을 수 있었다.

 

고아원에서 자라 성인이 됐을 때부터 식당 주방장 보조로 일하는 40대 중반의 이우환은 사장이 오래전에 맛본 곰탕 비법을 배우기 위해 과거로 떠나게 됐다. 부양할 가족이 없는 우환은 이 일에 제격이었다. 13명이 함께 배를 타고 떠나가는 도중에 11명이 사망했고, 우환과 아직 소년티를 벗지 못한 김화영만 살아남아 2019년 부산에 도착했다. 그려준 약도로 "부산국밥"을 찾아 곰탕 맛을 본 우환은 비법을 꼭 배워서 살던 곳으로 돌아가 주방장이 되겠다고 결심한다.

 

교실에서 남학생들이 싸우던 와중에 어떤 남자가 갑자기 나타났다. 그 남자는 어디서 걸어들어온 흔적이 없이 말 그대로 짠 하고 나타난 사람이었다. 그 남자는 옆구리가 원형으로 파여 안에 들어있어야 할 장기가 바깥으로 쏟아져 나와 엄청난 피를 흘리고 있었다. 하필이면 그 남자와 가장 가까이에 있던 남학생 이순희가 용의자로 몰려 경찰서에 잡혀간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육류가 사라진 시대에 사장이 원하는 곰탕 비법을 전수받겠다고 목숨을 걸고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 상황이 뭔가 씁쓸했다. 얼마나 많은 돈을 주길래 생명까지 담보로 잡혀야 하나 싶었다. 우환은 곰탕이 목적이었고, 이후에 등장한 누군가는 이제는 생산되지 않는 라면이 목적이었다. 가난한 자들은 더 살기 힘들어진 미래가 그들을 사지로 몰고 있었다.

 

다소 하찮은 이유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된 우환이 찾아가 전수받아야 될 가게가 이후 일어날 모든 사건의 시발점이 된다. 날 때부터 고아원에서 살았던 우환이 부모에 대해 유일하게 알고 있는 건 아버지 이순희, 어머니 유강희라는 이름뿐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부산국밥은 이순희의 아버지, 그러니까 우환의 할아버지 종인이 하는 식당이었고, 아버지인 순희는 사고만 치고 다니는 19살의 고등학생이었으며, 순희의 여자친구는 당연히 강희였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인 우환은 미래에 대해 발설하면 절대 안 된다는 시간 여행 규칙을 알고 있었기에 그들을 모른 척 헤어지게 하려는 수작으로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우환에게 그들은 자신을 버린 부모였지만, 현재의 순희와 강희는 날티가 나고 사고를 좀 칠 뿐 19살 또래와 크게 다른 점이 없다는 걸 깨달아갔다. 처음엔 버릇없게 굴던 아이들도 우환과 가까워지면서 순희의 아버지 종인보다 친밀한 사이가 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과거의 어린 부모와 미래의 늙은 아들의 기묘한 관계였다. 그리고 그 관계에서 생전 느껴보지 못한 따스함을 알게 된 우환이 이 삶에 미련을 가지게 된다. 그쪽 삶에는 우환을 반겨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드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시간 여행을 주관하는 여행사 입장에서는 당연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 여행을 한 사람들은 이쪽에서는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다.

 

이런 와중에 신체가 뚫려 나타난 남자의 사건을 형사 양창근과 강도영이 수사한다. 그러면서 상상도 못했던 시간 여행에 대한 비밀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무언가를 알고 있는 듯한 부동산 중개인 박종대가 나타나고, 우환과 함께 살아남았던 화영이 과거로 온 목적을 이루기 위해 신비한 능력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면서 누군가를 위협하게 된다.

시간 여행에 대한 거대한 비밀이 조금씩 밝혀지는데 어찌나 궁금하게 만들었는지 안달을 하며 읽었다. 1권 말미에 화영이 죽여야 할 사람에 대한 실체가 밝혀져서 소름이 쫙 돋았다. 이후 2권에서 복잡하게 얽혀있던 박종대의 야심이 거침없었는데 또 그게 굉장히 정교해서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시간 여행자인 우환을 비롯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고등학생인 순희까지 엮여 스릴에 스릴을 더했다. 이들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 모든 게 끝나고 마치 에필로그처럼 이어진 그들의 모습을 보며 감탄을 하다가 마지막엔 울컥 눈물이 나고 말았다. 과거로 돌아갔을 때 무언가를 바꾸려 해서는 안 됐는데, 그들이 나의 부모, 할아버지라고 하는데 어찌 마음을 쓰지 않을 수 있었을까 싶다. 우환의 선택이 엄청나게 이기적인 결과를 낳기도 했지만, 평생 가져보지 못했던 행복을 과거에 와서야 손에 넣었다고 생각한 그의 마음이 너무나도 이해가 됐다.

그리고 사건을 수사하면서 당최 믿을 수 없던 사실을 하나씩 알아가다 마침내 가장 중요한 것을 깨달은 형사의 따스한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았고, 그에 대한 또 다른 진실이 밝혀진 부분에서 놀라고 말았다. 또한 화영을 사주한 자의 정체도 이렇게 연결되나 싶어 충격을 받았다.

앞서 흘려놓은 단서들이 1권 후반부터 회수되면서 마지막엔 다 밝혀지는데 계속 놀라면서 읽었다. 설계가 정말 정교한 소설이었다. 잘 설계된 구성뿐만이 아니라 쫓고 쫓기는 부분이 많이 등장해 스릴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읽다가 소리 내서 웃었을 정도로 코믹한 포인트로 즐겁게 했고, 마지막엔 진한 감동까지 줬다.

 

보통 재미있게 읽은 책들은 영화화가 되기를 바라는데, 이 소설은 짧은 영화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방대한 내용이라 드라마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드라마를 보면 헤어 나오기 힘들 만큼 푹 빠지고 매회를 안달하며 기다리기 싫어서 잘 안 보는 편이지만, 이 소설을 드라마화한다면 100% 볼 의향이 있다.

 

소설을 읽고 웬만하면 재미있다고 잘 안 하는 편인데 진짜 재미있게 읽었다. 재미있어서 빨리 읽었지만 페이지가 줄어드는 게 아까웠을 만큼 진짜 재미있었다. 이 책을 왜 이제야 읽었을까 싶으면서 이제라도 읽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소설을 읽어서 기분이 좋다.

 

남자는 두고 온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두고 온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앞으로의 시간들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 시간 속에서 가능할지도 모르는 행복에 대해서 생각했다.
(……중략)
남자는 왜 이곳에서 살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의심했다.
남자는 왜 자신이 행복해지면 안 되는지, 의심했다. 남자는 왜 여기서 흐르는 시간이 자신의 현재가 되면 안 되는지, 의심했다. 1권 - P301

"우리는 조금 더 악착같이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이곳에 살기 위해, 그곳에서보다 더, 악착같이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2권 - P240

맛이란 건 좋은 기억 같은 건가 보다. 잊을 수 없는 맛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인가 보다. 1권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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