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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괜찮아 - 엄마를 잃고서야 진짜 엄마가 보였다
김도윤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오랫동안 우울증으로 입원생활을 하던 엄마가 외박으로 집에 갔다가 병원으로 돌아간 후 집에 가고 싶다고 하셨다. 작가와 아버지는 희망적인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간 엄마는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는 것으로 스스로의 생을 마감하셨다.
이 책은 우울증을 앓았던 엄마가 자살을 택하리라고 절대 믿지 않았던 아들의 회고이자, 자신마저도 우울증에 잠식되어버린 경험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엄마가 왜 우울증을 앓게 되었는지는 형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어릴 때부터 똑똑하고 인기도 많았던 형이 갑자기 우울증에 빠졌고 나중엔 더 심각해져 폐쇄병동에까지 입원하게 되면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아버렸다. 몸이 아프면 약을 발라 치료를 해줄 수 있지만, 마음이 아프다는 자식에게 그 무엇도 해줄 수 없다는 게 엄마에게도 큰 상처가 되었을 것 같았다. 그 후 병원에 입원을 하고 퇴원하기를 반복하며, 때로는 형처럼 엄마도 폐쇄병동에 입원하셨다고 한다.
엄마가 죽고 싶다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의사가 자살 위험에 대해 경고해도 엄마는 겁이 많은 사람이라며 그럴 리 없다고 믿었지만, 결국 엄마의 호소를 들어주지 않은 셈이 되어버렸다.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그리고 얼마나 자신을 원망했을까. 가족은 아니지만 가까운 친구가 갑자기 삶을 끝내버렸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작가의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었다. 나에겐 친구였지만, 작가는 자신을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엄마였으니 그 마음은 오죽 아팠을까.

그 후 엄마에 대한 기억들을 하나둘씩 꺼내놓았다. 자기 자신은 없이 오로지 자식만 바라보는 엄마,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았던 엄마, 자식이 성인이 되고 난 뒤에는 항상 기다림에 익숙했던 엄마였다.
엄마라는 호칭은 언제나 애틋한 마음을 가지게 하는데, 작가의 경험과 엄마를 잃은 후의 마음이 담긴 글을 읽고 있으니 여느 소설을 읽을 때와는 달리 수시로 울컥울컥 눈물이 솟아오르게 했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서 그랬고, 소설로 쓴 글이 아닌 진심이 담긴 글이었기에 눈물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읽다가 잠깐 멈추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며 읽었다.
그러면서 작가는 "우리 엄마"라는 존재가 아직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당부했다. 특별한 그 무엇을 하는 것도 좋지만, 엄마와 함께 보내는 평범한 일상도 되돌아보면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말이다. 엄마와 함께 먹는 집밥, 누워서 함께 TV를 보는 시간 등의 사소한 일을 하는 게 엄마에게도, 자신에게도 사소하지만 소중한 행복일 터였다.

부모가 자살 시도를 했다면 그 자식도 자살 기도 가능성이 커진다는 결과가 있단다. 우울증과 같은 마음의 병을 가진 부모와 그들의 자녀에 대해 조사한 결과, 부모가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경우 자녀가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은 그런 적 없는 부모의 자녀에 비해 5배가량 높다고 한다. 우울증 역시 굉장히 높은 비율로 나타난다.
그렇게 엄마를 떠나보내고 2년이 흘렀을 무렵, 작가에게 갑작스레 우울증이 찾아왔다. 형과 엄마에 이어 자신까지 우울증 증상이 나타나 겁이 많이 났었을 테지만, 다행히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심리상담센터와 정신과를 찾아갔다고 한다. 가까운 친구들보다 때로는 묵묵하게 들어주는 전문가의 모습이 더 도움이 되기도 했단다.
요즘엔 정신과에 대한 이미지가 과거와는 달라졌기 때문에 상담을 받는 것을 주저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뼈가 부러지면 정형외과에 가고 아기를 낳을 땐 산부인과에 가듯, 마음에 병이 생겼을 땐 마음을 치료해 주는 정신과에 가면 된다. 세상 사는 건 빡빡하고 마음은 다치기 쉬우니까 말이다.

작가는 이 책에 엄마와의 추억을 꺼내놓았고, 엄마에게 해주지 못한 말들과 보여주지 못한 마음을 뒤늦게 글로 내보여줬다. 거기에 가정의 일과 자신의 우울증까지 고백하기까지 굉장한 용기도 내야 했다. 그 모든 것을 해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고, 더불어 고생했다는 위로 또한 해주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도 잘해나갈 수 있을 거라고 말하고 싶다.
당연하지만 엄마를 자꾸만 생각나게 하는 책이었다.우리 남매를 키우느라 온갖 고생을 했어도 늘 우리 먼저 걱정하는 우리 엄마. 엄마한테 더 잘해야지라는 다짐을 되새긴다.
* 이 리뷰는 아르테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마음이 다친 사람의 상처는 눈에 잘 안 보이니까 주변 사람들은 그냥 그 순간에 급급한 말을 하기 마련이다. 나 또한 내가 아프고 나서야 엄마의 마음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154
엄마의 사전에는 ‘괜찮지 않다‘는 말이 없는 게 아닐까. 그저 괜찮다는 말로 가족들을 안심시키고 싶은 사람, 모든 걸 괜찮게 만들고 싶은 사람, 엄마는 그런 사람일지도 모른다. - P151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싶은 마음보다 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클 때 그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은, 어린 왕자의 오후 3시와 같다는 것을 알려준 사람이 나에게는 엄마였다. - P89
우리는 자신의 마음이 괜찮은지 자주 들여다봐야 한다. 그 마음을 살피지 않으면 아주 작은 상처도 언젠가 암처럼 커져 온몸을 휘감아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내가 그랬다. 나 자신을 전부 안다는 생각에, 나는 언제나 나를 통제할 수 있다고, 나는 괜찮다고 생각하다 병을 더 키웠다. - P53
엄마, 엄마는 내가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어른이었으니까 늘 괜찮을 줄 알았어. 엄마, 미안해.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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