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속 클래식 콘서트 - 나의 하루를 덮어주는 클래식 이야기
나웅준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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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펫 연주자이자 콘서트 가이드로 활동하는 나웅준 씨가 계절별, 상황별, 시간별에 어울리는 클래식을 소개해 주는 책이다. 클래식이라고 하면 진입 장벽이 높아 가까이하고 싶어도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위해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에 어울리는 클래식을 추천해 주고 있어서 좋았다. 각 곡마다 QR코드가 있어서 바로 들어볼 수 있었고, 해당 곡에 대한 일화나 작곡가에 관한 이야기도 간략하게 실려 있었다.



1장은 일상을 굿모닝, 해피, 인조이, 굿나잇으로 나눠 여러 클래식을 소개해 줬다.
아침에 포근한 이불 속에 더 머물고 싶을 때,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야 할 때의 상황에 걸맞은 클래식을 시작으로 여러 곡들 사이에 단연 눈에 띄었던 곡은 화장실에서 중요한 일을 해결할 때 추천하는 클래식이었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천둥과 번개 폴카"의 곡명부터 재미있었는데, 해당 곡을 들으니 상황에 퍽 어울리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났다. 양치할 때는 앞서 소개한 음악가의 "트리치 트라치 폴카"를 추천했는데 곡명이 치카치카와 어감이 비슷했고, 연주시간이 2분 30초에서 3분 내외라 양치 시간에 딱 적당했다.
점심시간엔 텔레만의 "식탁음악"을, 이후 커피타임엔 당연히 바흐의 "커피 칸타타"가 등장했다.

2장은 자연을 노래하는 클래식을 주제로 하고 있었다.
봄엔 당연히 등장해야 마땅한 비발디의 "사계"중 봄이 있었고, 봄에는 모든 게 시작한다는 의미에 걸맞게 여러 클래식을 소개해 줬다. 여름에 잘 어울리는 곡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헨델의 "하프 협주곡" 1악장이다. 하프라는 악기가 이렇게 상큼한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주로 듣는 피아노, 바이올린이 주가 되는 클래식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쇼팽의 "전주곡" 중 15번 빗방울은 딱 들었을 때부터 귀에 익숙했다. 곡만 알고 곡명은 모르는 게 상당히 많은 것 같다.

3장에서는 세계의 여러 도시를 배경으로, 각기 다른 도시의 풍경에 잘 어울리는 클래식을 소개해 주고 있었다.
로마의 트레비 분수, 오스트리아 빈,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심지어는 스코틀랜드의 동굴까지 등장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었다. 이 곡은 너무나 유명해서 아마 많은 사람들이 잘 아는 클래식일 것이다. 그러나 이 곡을 연주하는 기타의 주법이 "트레몰로"라는 건 처음 알았다.

이 외에 기억에 남는 곡은 호아킨 로드리고의 "아랑훼즈 기타 협주곡" 2악장인데, 작곡가는 물론이고 곡명까지 너무나 생소하지만 딱 들으면 아는 "토요 명화" 타이틀 곡이라 인상적이었다. 알게 모르게 클래식과 엄청 가까이 있었다.



몇 달 전에 클래식 관련 책을 읽은 후 오랜만에 다시 읽게 됐는데, 여전히 생소하고 낯설지만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런지 클래식과 나 사이의 경계가 조금은 허물어진 느낌이다. 특히 이 책은 일상생활에 어울리는 클래식을 추천해 준 점이 좋았고, 때로는 재치 있는 소개 덕분에 더욱 즐거웠다.

다만 아쉬운 건 QR코드로 곡을 들을 때 책에 소개된 곡 순서대로 재생 목록을 배치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순서대로 되어있지 않아서 매번 목록 중에서 찾거나 QR코드를 다시 확인해야 했다는 점이다. 그래도 곡을 다 들을 수 있었다는 건 좋았다.



* 이 리뷰는 페이스메이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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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환자
재스퍼 드윗 지음, 서은원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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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성적으로 의대를 졸업한 파커는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약혼녀 조슬린과 함께 지내기 위해 코네티컷 주립 정신 병원의 면접을 보기로 한다. 어릴 적 어머니가 망상형 조현병으로 정신병원에 수용된 이후 파커에게 의사라는 직업은 그저 일이 아닌 사명이 되었기에 병원의 재정 상태가 아무리 형편없어도 개의치 않았다.

인력난을 겪고 있는 병원이었기에 파커는 당연히 그곳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면접을 보러 갔던 날 간호조무사가 동료들에게 끌려갔던 것만 제외하면 아직까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그러다 병원마다 존재한다는 "그 환자"에 대해 알게 된다. 본명은 그 누구도 모르지만 조라고 불리는 그 환자는 6살 때인 30년 전에 이곳에 처음 발을 들였다고 했다. 당시엔 야경증 때문에 병원에 이틀 동안 입원했었지만, 퇴원한 직후 상태가 급속히 나빠져 곧장 다시 입원한 이후 한 번도 병원을 나가지 못했다. 조가 다른 환자들과 유독 다른 특이한 사항은 그와 자주 접촉한 의료진들 모두 미쳐버렸거나 자살했다는 것이었다. 파커는 젊은 의사의 혈기로 조를 치료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이 소설이 다른 소설과 달랐던 건 전문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웹 포럼에 게재됐다는 설명 덕분이었다. 책을 쓴 작가인 재스퍼 드윗 역시 가명이고 소설 속에 등장한 사람들의 이름이나 코네티컷 주 등 모든 것들을 지어냈다고 했는데, 실제로 겪은 듯한 느낌을 풀풀 풍겼다. 진짜인지 아닌지는 이 글을 쓴 사람만이 알고 있겠지만 소설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게시된 몇 줄의 문장 때문인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젊은 의사 파커는 유능한 졸업생이라 원하는 곳 어느 병원이든 갈 수 있었지만 명예와 부를 추구하기보다는 환자를 치료하는 것에 더 의의를 두는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걸린 병으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 이후 오랫동안 트라우마가 남아 사명감을 가지게 됐다. 그래서 파커에게 조는 두려운 존재가 아닌 진단하고 치료하고 싶은 환자였다.
조를 직접 마주한 적은 없어도 얼마나 무시무시한 환자인지는 소문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오랫동안 관련 공부를 한 의료인을 미치게 만들고 심지어 자살까지 하게 만든다는 소문만 들어도 섬뜩했다. 혹시 우연히라도 만났다가 생각을 조종당하게 되는 건 아닐까 겁이 났지만, 파커는 패기 있는 사람이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래서 기록물을 보관실에 들어가 우연히 알게 된 조의 풀네임으로 그의 기록을 찾아본다. 하지만 파커가 보게 된 환자 기록물은 드문드문 공백이 있었고, 관련 녹음 자료 역시 접근이 불가능했다. 파커가 열람한 한정적 자료만으로는 조의 증세가 가벼운 듯 보였다.

그러다 병원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한 노련한 수간호사 네시가 평소처럼 조의 방에 들어갔다 나온 이후 옥상에서 자살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병원장 로즈는 조에게 관심을 보이는 파커와 면담 후에 그에게 조를 담당할 것을 지시했다. 그래서 파커는 처음으로 병원의 VIP 조를 만나게 되지만, 김이 빠지게도 그는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오랫동안 병원에 수용된 탓에 약간의 우울증 말고는 정신 질환의 기미를 느낄 수가 없었다.
파커가 조를 대면하는 장면에서 나도 덩달아 두근두근 긴장이 됐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괴물 같은 인물이 아니라 조금 허무해지기도 했다. 30년가량 병원에 수용된 것치고는 너무나 멀쩡해서 그랬던 것 같다. 사이코패스처럼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거나 오랫동안 봐 온 네시의 죽음에 무감하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를 처음 만나고 온 이후 파커는 정신병원에 어머니를 면회 갔을 때의 기억을 악몽으로 꾸게 됐고, 이후엔 병원 측에서 재정난 때문에 멀쩡한 조를 퇴원시키지 않고 부유한 부모에게서 돈을 뜯어내는 거라 여기며 그를 탈출시키려고 했다. 파커가 조를 어떻게 그렇게 여길 수 있었는지 의문이었다. 무슨 주술을 걸지도 않았는데 파커는 조가 정상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서 의사 생명을 포기하고서라도 그를 내보내기 위해 계획을 짰다.

그렇지만 병원에도 수많은 눈이 있었고, 더군다나 조처럼 위험 등급이 높은 환자에게 향하는 시선은 수도 없을 터였다. 물론 여기엔 뒤통수를 친 반전도 있었다. 파커의 계획을 병원장 로즈에게 들킨 이후 조의 전 담당의이자 은퇴한 지금까지도 관심을 갖고 있는 토머스를 만난다. 그들을 통해 파커는 기록물의 공백을 접할 수 있게 됐고, 이후엔 조의 부모를 찾아가게 된다.
전반부가 심리 스릴러 같았다면 후반부는 호러, 오컬트스러운 분위기로 바뀌었다. 조의 어릴 적 상담 기록을 통해 뭔가가 있을 것 같았는데 역시나 무시무시한 게 숨어있었다. 그 존재가 대체 뭐였길래 수많은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알아내 피폐하게 만들고 심지어는 자살까지 하게 했는지 의문이다. 악마의 현신이라도 됐었나 싶은 생각에 소름이 끼쳤다. 마지막 결말까지 그렇게 되어 실제로 그런 괴물이 세상에 돌아다니고 있으면 어쩌나 싶어 괜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소설인지 아니면 실화인지 모를 이 책은 읽는 순간부터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읽다가 내리기 직전까지 붙잡고 있었고, 내용 때문에 무서운데도 밤에 계속 이어서 읽었다. 아무래도 실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이 더 흥미로웠나 보다.
무시무시한 매력을 가진 책이라 할리우드에서 당연히 영화화 준비 중이라고 한다. 책을 읽으며 상상한 무서운 이미지와 소름 끼치는 분위기를 제대로 영상화해주길 바란다.

정신 병동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모든 병원에는 꼭, 반드시, ‘그 환자‘가 있기 마련이다. 정신 병원임을 감안하더라도 유독 이상한 환자, 아무리 경험이 풍부한 의사라도 두 손 두 발 다 들고 꺼리게 되는 인물 말이다. - P28.29

자료를 모두 확인하고 나니 더욱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조를 한 달간 관찰하겠다는 결심을 바꾸지는 않았지만, 가엾은 한 남자가 비윤리적이고 잔혹한 병원에 의해 얼마만큼 학대를 당했는지 의학계 상급 기관에 입증하려면 뭐가 필요할까 벌써부터 궁금해졌다. - P128

"괴물 하나가 세상을 망쳐버리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막고 있는 내 사명감을 자네는 몰라. 앞으로도 절대 알지 못하겠지."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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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대문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6
최윤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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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근교의 도시에서 살고 있는 상미와 정우 부부. 출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정우는 현관문에 슬리퍼가 끼워진 것을 보고 S가 떠오른다. 상미, 정우, S 세 사람은 구름샘 마을에서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였기에 그의 습관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부재 중일 때 상미가 S를 만났다는 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들어간 정우는 누군가의 습격을 받은 듯한 거실 상황에 놀란다. 침대에 쓰러져 미약한 숨을 쉬고 있는 상미를 발견하곤 구급차를 불러 함께 타고 병원에 갔다. 상미에게 다량의 수면제가 투여된 상태라 호흡이 돌아오는 데 3일, 몸의 독소를 빼는 데 일주일이 걸렸다. 결혼 10년 만에 찾아온 아기는 그렇게 유산되고 말았다.

정신이 든 상미는 아기를 잃은 허망함에 죽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 그러나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을 간호하는 정우로 인해 조금씩 회복이 되어간다. 정우는 여​행을 하자며 퇴원한 상미와 함께 차를 몰고 프랑스 시골 곳곳으로 떠났고, 아파트로 돌아온 뒤에 마음에 들었던 여행지로 다시 떠나 자리를 잡는다.



어린 시절, 상미와 정우, S 세 사람이 함께 살며 놀았던 구름샘 마을이 소설 도입에 잠깐 스쳐 지나갔다. 그리움이 물씬 담긴 찰나의 장면은 상미가 꾼 꿈이었다. 사촌지간인 정우와 S, 그들 사이에 낀 소녀 상미의 관계를 보여주는 듯했으나 사실은 태어났을 때부터 구름샘 마을에서 함께 자란 상미와 S 사이에 나중에 이사 온 정우가 그들 사이에 뒤늦게 합류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 이러나저러나 세 사람의 이야기라는 건 변함없었지만 예상보다 더 놀라운 사연이 숨어있었다. 당연히 소설은 처음부터 그 사연을 들려주지는 않았다.
시작부터 집에서 알 수 없는 큰 사고를 당한 상미를 보며 S가 현재의 사건과 어느 정도는 관련이 있는 것 같은 뉘앙스를 풍겼다. 하지만 그건 S와 전혀 관련이 없었고, 앞으로 밝혀질 비밀과도 무관했다. 현재 벌어진 사건으로 정우가 과거에 있었던 사건을 떠올리도록 부채질을 해준 것뿐이었다.

무슨 사연이길래 정우는 수년 동안 S를 보려고도 하지 않으며 여기저기, 심지어는 다른 나라로까지 피해 다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정우로 인해 상미마저 어느 곳에도 발을 붙이지 못하고 떠돌아야 했다. 무슨 일 때문이건 정우가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마침내 밝혀진 진실은 무슨 재연 프로그램에 나올 법한 누군가의 경험인 것 같기도 했다. 술 마시길 좋아하는 성격 탓에 가끔씩 누군가에 쫓겨 이사를 해야 했던 정우의 아버지가 자신의 형이자 구름샘 마을의 유지였던 S의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오면서부터 비극은 예견된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놀라웠던 건 정우가 그 비극을 도왔다는 데에 있었다.

그런데 소설의 초점은 형제, 사촌 지간에 벌어진 사건보다는 그 사건으로 인한 결과가 언어에 미친 영향에 집중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떠난 뒤 아버지가 몸 져 눕고, 오래 지나지 않아 돌아가시자 S는 그때부터 말을 조금씩 더듬었다. 사건이 연거푸 일어나 S가 충격을 받은 탓도 있겠지만, 직접적으로는 정우가 원인이었다. 믿었던 사람의 큰 배신은 S에게 말더듬증을 남기고 말았다.
반대로 가해자의 입장이었던 정우는 이후 중요한 일이 일어날 때마다 무언의 입장을 고수했다. 해야 할 말을 하기보다는 말을 하지 않는 선택을 했다.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상미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며 그 어떤 말도 하지 않는 그가 비겁해 보였다. 더듬더라도 말을 하며 정우 형을 찾는 피해자 S와는 다르게 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 도망을 치고 있었으니 말이다.

언어에 담긴 무게가 새삼 느껴졌다. 말을 하는 것, 하지 않는 것, 더듬으며 하는 것에는 각기 다른 의미가 있었다. 어쩌면 정우에게 말이란 너무나 무거운 것이라 하지 않는 선택을 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특히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 그랬기에 그가 결국 사실을 밝히고 용서를 구하려 했던 방법은 언어를 수단으로 삼은 것이기는 하지만 직접적이기보다는 간접적인 방식이었다. 마음에 영 들지 않긴 하지만 그래도 진실을 밝혔으니 정우의 입장에서는 큰 용기를 낸 것이라 볼 수 있었다.

초반에 보여준 분위기에서 예상할 수 있었던 전개를 완전히 벗어난 소설이었다. 그래서 조금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언어라는 소재를 숨겨두고 이런 소설을 쓸 수 있구나 싶어서 말이다. 그래서 자연스레 말이 주는 무게감을 생각해 보게 됐다. 몸짓과 눈빛으로도 언어가 통하긴 하지만, 때때로 소리 내어 말하는 언어에는 깊이가 있어서 진심이 담기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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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소년들의 목소리는 대체로 비슷하다. 때로 그 나이의 목소리에는 성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 목소리는 소년들이 커가면서 변성기를 거치고 그들이 슬픔과 고통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목소리도 변하고 구별되기 시작한다. 아주 후에. 그렇게 목소리에 존재가 담기기 시작한다. - P12.13

우리는 말을 하지 않고 몇 시간이고 나란히 앉아 있어도 불편하지 않다. 너무 오래 같이 있었기에 할 얘기가 없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할 얘기는 많지만 그 얘기들은 해서는 안 되는 주제들이다. - P67

나는 알았다. 우리 셋 사이의 무언의 약속이 이때 완전히 깨져버렸다는 것을. 우리는 둘이 되어서는 안 되었다. 우리는 셋일 때, 다수일 때 아름답고 많은 일을 할 수 있으며 그것은 지켜졌어야 했는데 정우도 나도 그것을 지키지 못했다. 그것은 변질되지 않을 수도 있는 명사의 사랑이고 그렇기에 멋진 동사들로 완결될 수 있었는데……. - P127.128

나는 느끼고는 있었지만 아직 말이 되어 나오지 않아 말하지 못했지. 그래서 불행한 사건들은 일어나는 거야. 맘과 말 사이에 다리가 끊겨서 말이지. 인간의 많은 불행은 그렇게 시작돼. 우리의 말에 대한 감각은 퇴화됐거든.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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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으로 가는 문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김창규 옮김 / 아작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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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12월.
천재 공학자이자 발명가인 댄은 앞길이 막막해져 좌절했다. 그토록 믿었던 친구이자 동업자 마일스와 회사 회계를 맡은 담당자이면서 약혼녀였던 벨이 댄의 뒤통수를 친 것이었다. 벨과 약혼을 하면서 주식 일부를 선물로 준 게 화근이 되어 대표이사였음에도 주주총회에서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회사는 물론이고 주식, 그가 직접 설계하고 만든 발명품까지 모조리 빼앗겼다. 댄에게 남은 건 오랜 친구인 말하는 고양이 피트뿐이었다.
그들에게 복수하고 싶었지만 이렇다 할 방법이 없었던 댄은 냉동 수면을 받기로 한다. 30년 뒤인 2000년에 깨어나 서른 살의 나이로 늙은 벨을 마주하면 복수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댄은 복잡한 절차를 밟아 고양이 피트와 함께 냉동 수면을 받기로 하지만, 불미스러운 사고가 일어나 혼자 냉동 수면을 받게 된다.

2000년.
냉동 수면 요청 기간이 끝나 성소에서 눈을 뜬 댄은 병원에서 환자 케어에 사용되고 있는 자신의 발명품을 맞닥뜨린다. 이후 마일스와 벨에게 빼앗긴 회사와 그 외의 발명품들에 대해 확인해보지만, 현재 그들은 회사와는 관련이 없었다. 자신의 발명품들을 되찾아오고 싶었던 댄은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의 문을 두드려 창립자라는 걸 인정받아 명예연구기술자로 일하게 된다. 그곳에서 만나 가까워진 수석기술자 척에게서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는다.



제목이 왠지 감성적이라 SF 소설이라 느껴지지 않았던 이 책은 시작부터 말하는 고양이가 등장해 장르 소설이라는 걸 확인시켜줬다. 그리고 주인공 댄이 1970년대에 로봇을 발명해 가사도우미로 판매하고 있다는 점 또한 SF 소설다웠다.
그런데 그 두 가지의 설정을 제외하면 냉동 수면 전까지 약간 정신이 없었다. 회사를 설립한 대표이사와 뒤통수를 친 친구, 약혼녀와의 대립각을 이루며 주식과 양도, 특허 관련 등의 평소에 접할 일이 없는 주제를 가지고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생소한 단어가 여러 번 등장해서 초반에는 조금 집중이 힘들었다. 치정 싸움으로 댄이 많은 면에서 배신을 당했다는 사실이 핵심이라는 것만 되새기고 책을 계속 읽었다.

댄이 자의로 냉동 수면을 신청했지만 마음이 바뀌어 하지 않으려 했는데, 이후엔 타의에 의해 강제적으로 냉동 수면을 받게 됐다. 앞날을 조금이나마 예측했기 때문인지 댄은 자신에게 남은 주식을 마일스의 의붓딸 리키에게 남긴다는 증서를 작성했다. 벨 사건 이전에 마일스와는 그럭저럭 괜찮은 관계였고, 의붓딸 리키와는 너무나 사이좋은 삼촌과 조카 같은 관계였기 때문이다. 열한 살 리키는 서른 살 댄 삼촌에게 결혼하자고 했을 정도로 그를 따랐었다. 마일스가 배신을 했어도 리키는 그런 것과는 전혀 무관했다. 그래서 고양이 피트 외에 사랑하는 존재인 리키를 위해 재산을 남긴 것이었다.
하지만 2000년에 깨어났을 때 회사와 발명품은 물론이고 리키에게 남긴 재산까지 공중분해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이유 때문에라도 댄은 어서 빨리 새로운 시대에 적응해 모든 것을 되돌릴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러다 시간 여행이 비밀리에 존재하고 성공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일종의 수동적 시간 여행인 냉동 수면은 미래로만 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고, 그것에 큰 영향을 받은 게 댄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인 댄 앞에 갑작스레 등장한 시간 여행의 존재가 좀 뜬금없긴 했다. 사람을 냉동 수면을 시켜 깨우는 일이 빈번한 세상에 기술적인 시간 여행 또한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타난 시점이 정말 기가 막힌 우연이었다. 어찌 됐든 작가의 마음이니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아무튼, 댄은 시간 여행의 실재를 알게 된 후에 그것을 발명한 박사에게 거짓으로 접근해서 도발한 후에 자신이 살았던 과거, 발명품이 세상에 나오기 전의 1970년의 5월로 되돌아간다. 이때부터 댄의 똑똑한 두뇌가 발휘되어 복수를 향한 흥미진진한 여정이 시작됐다.
그 과정에서 냉동 수면과 시간 여행이라는 설정이 주를 이뤘고, 다중 우주 역시 잠깐 스치고 지나갔다. 기니피그로 복잡하게 설명하는 부분이 있어서 잠깐 머리가 터질 뻔했으나 그럭저럭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SF를 표면에 내세운 소설이지만 본질은 그게 아닌 복수와 나름의 로맨스였다. 가만 생각해 보면 댄이 결국에 결혼한 사람과의 관계를 이성적으로는 조금 납득할 수 없는데, 어찌 됐든 냉동 수면을 통해 비슷해졌으니 상관없다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선의에는 선의로 대갚음하는 걸 보면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하는 것 같다.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C. 클라크와 함께 "SF 문학계의 빅 3" 중 한 사람이라 불리는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책을 처음으로 읽어봤다. 아시모프의 책은 아직 못 읽어봤고 클라크의 책은 두 권 정도 읽었다. 하인라인의 책 중에서 이 소설이 가장 유명하다는데 왜 그렇게 인기를 끌었는지 알 것 같다. 복수와 로맨스는 시대와 장르를 불문하고 흥미진진한 소재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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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 계절은 겨울이었고 나는 ‘여름으로 가는 문‘을 찾고 있었다. - P13

"상식이란 게 있거든 현 상태를 돌아본 다음 결정하세요. 문제점을 내버려 두고 도망 칠지… 아니면 용감하게 맞서 싸우든지." - P33

"난 문제가 많은 구식 시간 여행으로 여기에 왔어. 여기란 건 ‘지금‘을 말하는 거야. 문제라는 게 뭐냐 하면, 돌아갈 수 없다는 점이야. 그런데 내 걱정거리들은 전부 30년 전 과거에 있어. 난 돌아가서 진실을 파헤치고 싶다고. 만약에 진짜 시간 여행이라는 게 가능하다면 말이지."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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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터
김호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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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진출을 코앞에 둔 야구선수 박준석은 경기에서 여느 때처럼 좋은 기량을 보여줘 승리를 했다. 차를 몰아 집으로 향하던 준석은 자신의 차를 향해 돌진하는 트럭에 받혀 사고가 나 의식을 잃었다. 깨어난 그는 병원에 있다는 걸 깨닫고 몸 상태 먼저 확인했다. 트럭에 받힌 것치고는 몸은 멀쩡했다.
준석은 곧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자신을 쳐다보는 여자를 보고 깜짝 놀란다. 세상을 떠난 연인 지수와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었다. 최경이라는 이름의 그녀는 준석의 사고를 자신이 계획한 거라 말했다. 준석이 놀라서 따지기도 전에 경은 MRI 사진을 내밀며 그의 머릿속에 거머리가 있다고 했다. 준석의 뇌에 연결체를 심어 그의 감각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며 때로는 준석을 입맛에 맞게 조종하기까지 하는 노인 "파우스트"가 있다고 말한다. 코웃음을 칠만큼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믿을 수밖에 없게 만든 이유는 경의 아버지인 선진그룹 최 회장이 파우스트였고, 파우스트 최 회장과 파우스터였던 지수의 죽음에 대한 말 때문이었다.
그때부터 준석은 경과 은밀히 접촉하여 자신의 파우스트가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 애를 쓴다.

명동 사채업계의 큰 손 백남선은 친구 동광의 소개로 메피스토에 입성했다. 오로지 돈만 보고 달려오느라 청춘과 사랑은 물론 가족까지 없었던 그녀의 지난 세월에 아쉬운 게 딱 하나 있었다. 젊은 아름다움으로 대학 생활을 누려보고 싶은 마음에 남선은 메피스토에 100억의 가입비를 내고 파우스트가 됐다.
그녀는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미술을 포기하고 공무원이 되기 위해 애를 쓰는 스물다섯 살의 예쁜 미대생 차은민을 파우스터로 선택한다. 남선은 메피스토의 운영 가이드에 따라 넛지와 백업을 오가며 은민이 전념하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생활을 마련해 주었고, 은민의 삶에 접속할수록 그녀를 더욱 우아하고 가치 있게 만들어주고 싶다.
그 덕분에 남선은 메피스토 라운지 쇼에서 메피스토 코리아를 있게 한 이태근의 파우스터 준석을 위협할 정도의 높은 점수를 받는다.



메피스토펠레스는 미국에 본사가 있는 메피스토로, 영혼을 파는 게 아니라 돈으로 앞날이 창창한 청춘을 사들인 노인들은 파우스트로, 아무것도 모른 채 파우스트의 조종을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 착각하는 마리오네트가 된 젊은이들은 파우스터가 됐다. 기술이 발전된 시대답게 파우스터의 뇌 속에 연결체를 심고 안마의자 같은 것에 몸을 맡기면 아픈 데가 없는 싱싱한 젊은 몸으로 세상을 보고 느끼고 맛볼 수 있는 새로운 삶이 펼쳐졌다. 어마어마한 기술과 국가 기밀에 가까운 보안 때문에 부와 권력을 가진 최상위 노인들만 가입할 수 있었다.

야구선수 준석의 시점으로 시작된 소설은 그의 파우스트 태근, 신입 회원 남선, 남선의 파우스터 은민을 오가며 진행됐다. 소설의 초반엔 네 사람이 현재 어느 위치인지 보여줬고, 파우스트 시스템에 관한 설정도 설명해 주었다. 그리 어렵지 않은 설정 덕분에 초반부터 소설에 몰입할 수 있었다.

준석은 자신도 모르게 파우스터로 살아온 지 10년이 됐다는 사실을 알고 놀람과 동시에 파우스트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오른다. 처음에 준석은 너무 허무맹랑한 소리라 믿을 수가 없었지만, 죽은 연인 지수가 언급되자 조금은 다르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인생이 꽤 오랫동안 누군가의 조종의 결과물이었다면 얼마나 큰 충격일까 싶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동안 가깝게 지내온 동료 등 주변 사람들마저 믿을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돌아가신 준석의 할머니마저 파우스트가 뻗은 마수의 몇 단계를 거쳐 있었다. 사람을 손바닥 위에서 가지고 노는 파우스트를 쉽게 찾을 수 없는 건 당연했다. 죽음까지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력자였기 때문이다.
이제 막 파우스터가 된 은민은 막막하던 앞길에 믿지 못할 기회가 열려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온전히 손에 넣으려고 했다. 꿈이 있고 재능도 있지만 가난이라는 현실 앞에 애써 마음을 다잡던 은민은 이내 행운에 적응해나가고 있었다. 전시회를 열 정도로 자신의 행운을 만끽했지만 은민의 뒤에 남선이 존재하리라곤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두 사람은 파우스터라는 공통점이 있었으나 파우스터로 살아온 세월에 현저한 차이가 있었기에 삶을 대하는 자세가 달랐고, 이후 파우스트에 관련된 모든 비밀을 알게 된 후에 행동하는 모습 역시 차이가 있었다. 처음엔 서로를 알지 못했던 준석과 은민이지만 나중엔 상대방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모습을 보였다.

삶을 잠식당한 가여운 청춘들과 달리 파우스트 태근과 남선은 악마처럼 탐욕스러웠다. 명예, 돈 같은 것을 이미 가진 그들이 원하는 건 살아보지 못한 삶, 한 번쯤 꿈꿔본 삶이었다. 그런 꿈을 늙은 제 몸뚱어리 대신 가능성 있는 청춘들에게 접속해 혈기왕성하게 젊음을 누리고 마치 아바타처럼, 성장 게임처럼 제 뜻대로 제2의 삶을 살 수 있게 해준다는데 마다할 리가 없었다. 이 늙은 악마들은 파우스터에게 접속하는 시간, 기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들을 향한 독점욕이 늘어갔고, 지배력 또한 주체할 수 없었다. 살아있고 존재하는 젊은이들을 제 것인 양 굴며 손바닥 안에서 가지고 놀았던 태근과 남선이 정말 꼴도 보기 싫었다. 이런 인간들은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방식은 다르지만 실제로도 있을 같아 몸서리를 쳤다.

그래서 준석과 경을 응원하며 소설을 읽었지만 늙은 악마들의 존재를 알아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더 끔찍했던 건 2장이 끝나갈 무렵 마지막까지 함께 하리라 예상했던 캐릭터들이 무너져 준석이 혼자의 힘으로 싸우고 버텨야 했던 것이었다. 그 누구도 믿어줄 것 같지 않은 미친 상황에 제정신을 차리고 생활하는 게 너무 어려울 것 같았지만, 준석은 이겨야겠다는 승부욕과 복수심으로 꿋꿋하게 버티며 파우스트 태근을 향해 한 발자국씩 나아갔다.

후반으로 갈수록 소설을 읽기에 속도가 붙었을 만큼 흥미진진, 스릴 만점이었다. 준석이 이기느냐 태근이 이기느냐가 가장 큰 줄기였고, 태근과 남선의 신경전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에 관한 건 또 다른 재미였다. 그러다 이대로 끝나는 건가 싶은 순간에 어마어마한 비밀로 뒤통수를 그냥 후려쳤다. 그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소름이 돋았다. 너무 충격적이라 끔찍했고 동시에 꼴좋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말엔 스케일이 엄청 커져서 준석과 은민이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었는데 권선징악으로 끝이 나 다행이었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파우스트>를 모티프로 쓴 소설 <파우스터>는 21세기형 파우스트라고 볼 수 있었다. 요즘 세상은 실재하는지 아닌지 모르는 악마라는 존재보다 탐욕스러운 인간이 더 악마 같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기술이 조금 더 발전할 가까운 미래에 진짜로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날로 발전하고 인간의 욕심은 언제까지나 끝이 없을 테니 말이다.

소설을 다 읽고 영화로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작가의 이름과 책 제목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어려울 것 같은 예감이 팍팍 드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미루지 말고 올해 안에는 꼭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나로서 존재한다. 내 인생은 내가 컨트롤해왔다. 놈이 어떤 영향을 주었건 난 아무것도 대체하지 않는다. - P136

나는 다시 태어났다가 다시 죽었다.
죽음이야말로 속죄의 시작이다.
영원한 젊음을 탐한 대가로 끝없는 속죄가 시작될 것이다.
순간이여 멈추어라, 너 정말 추악하기 그지없구나. - P137.138

파우스터는 자식들이 해줄 수 없는 모든 것을 대체해 준다. 파우스터는 새로 태어난 나다. 내가 되고 싶었던 청년이고 내게 없었으면 하는 것들을 제거한 젊음이다. 그리고 내 마음대로 그를 부림에도 거기에 대한 저항이나 반감이 없다. 무엇보다 나 혼자의 것이다. 자식은 아내와 함께 만들고 간섭을 받아야 하지만 파우스터는 온전히 나만의 것이고 그 누구도 끼어들 수 없다. - P244.245

그녀는 나의 아이이자 나의 청춘이자 나의 분신이다. 나는 그녀의 후원자이자 절대자가 되고 싶다. 아니 그녀가 나고 내가 그녀가 되고 싶다. - P299

"유리 수조에 갇혀 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유리벽에 머리를 박아댔던 거예요. 주인들은 그 금붕어를 한심하다 여기겠죠? 가만있으면 먹이 잘 주고 물도 갈아줄 텐데…… 쟤는 미친 금붕어라고 생각하겠죠?"
"미친 건 그들입니다."
"그래도 난 어떻게든 수조 밖으로 나갈 거예요." - P425.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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