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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죽어도 등교
송헌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차례 및 간략한 내용
송헌 × 밀실 연애편지 사건 여름이는 분명 잠가뒀던 사물함에서 연애편지를 발견한다. 여름이가 이래서 좋다고 말하던 편지를 쓴 사람은 자신이 누군지 밝힐 생각이 없어 보였다. 여름이는 친구들과 함께 편지를 썼을 거라고 추정되는 사람을 찾기 시작한다.
위래 × 우리 수업이 시작한 지 10분이 지났는데 선생님이 오지 않았다. 반장이 교무실에 선생님을 찾으러 갔지만 역시나 돌아오지 않았고, 반장을 찾으러 간 부반장 또한 오지 않는다. 아무 생각이 없는 아이들은 화장실에 가거나 매점에도 갔는데, 그들 역시 돌아오지 않았다.
아소 × 연기 '나'와 인희는 에어컨만은 정말 잘 틀어주게 해주는 사립학교에 다니고 있다. 야자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도중에 인희가 에어컨을 끄지 않았다고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그날 담임에게 한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함께 학교로 돌아갔는데, 에어컨 앞에 벌거벗은 남자들이 모여 찬 바람을 쐬고 있는 걸 보게 된다.
차삼동 × 비공개 안건 학급 회의 시간에 담임 선생님이 들어오지 않아 반장 성재는 비공개 안건에 대해 말한다. 요즘 학교에서 귀신을 보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직접 목격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곤 성재는 아이들에게 떠밀려 윤희와 함께 귀신에 대해 조사를 하게 된다.
쩌리 × 신나는 나라 이야기 '나'는 길면 반 년, 짧으면 하루 동안 사람들의 몸속에 들어가 살고 나오기를 반복하고 있다. 언제 이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몸의 주인들은 다 우울한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다 이번엔 왕따 중학생 신나라의 몸에 들어아게 됐는데, 알고 보니 신나라는 직전에 몸에 머물렀던 남자의 딸이었다. 남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던 나는 신나라의 인생을 좀 편안하게 해주고자 왕따시키는 아이를 골려주기로 작정했다.
한유 × 신의 사탕 시골 학교에 전학 온 케이는 사흘째 되던 날, 앞자리에 앉은 봉봉의 뒤통수에서 얼굴이 나오는 걸 보고 기절할 뻔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반 아이들은 물론이고, 학교 학생들, 선생님들까지 뒤통수 얼굴을 프랑이라고 부르며 좋아하고 있었다. 정작 몸 주인인 봉봉은 괴롭히면서 말이다. 프랑은 반대로 된 몸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관절은 물론이고 내장까지 뒤집는 거사를 치른다.
손장훈 × 고딩 연애 수사 전선 서지아는 남자 사람 친구인 조재석에게서 짝사랑하는 권민아의 썸남이 누군지 알아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영 들어주고 싶지 않았지만, 오랜 친구의 부탁으로 서지아는 수사를 시작하게 된다.
송이문 × 11월의 마지막 경기 시골 고등학교 축구부 부원이었던 장이 산속나무에 목을 매달아 죽었다. 그 일이 있기 전, 재단 이사장의 친척이라며 새로 온 코치가 캄보디아 혼혈인 장을 갖은 방식으로 괴롭혔기에 그 사달이 났다는 걸 아는 사람은 다 알았다. 그리고 얼마 뒤, 장의 어머니가 '나'를 찾아와 부탁을 하나 한다.
학교를 소재로 한 앤솔러지는 다양한 장르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부터 신선했다. 나름 평범하게 연애 수사물도 있었고, 사물함을 밀실로 여기며 추리를 하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종말물에 버금가는 이야기와 귀신이 나오는 공포물, SF 장르, 나중엔 민간신앙과 결합된 섬뜩한 복수물까지 있었다. 학교를 소재로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지어낼 수 있다는 것에 책을 읽는 재미가 있었다.
왕따 여중생의 몸에 들어간 주인공이 복수를 다짐하는 <신나는 신나라 이야기>는 통쾌했다. 안타깝게도 처음부터 반란을 꿈꿀 수는 없었지만, 나름 머리를 쓰고 몸도 쓰면서 열과 성을 다해 복수를 하는 과정이 좋았다. 분위기가 밝은 이야기는 이 단편과 <밀실 연애편지 사건>, <고딩 연애 수사 전선>뿐이었기에 귀한 유쾌함이 돋보였다.
읽으면서 섬뜩했던 작품이 많았다. <우리>는 교실 밖을 나가기만 하면 아이들이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였는데,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이 밝혀진 후에 이어진 마지막 장면이 소름 돋게 무서웠다. <신의 사탕>은 알고 싶지 않았던 비밀을 알게 된 결말이 앞날을 예상할 수 있어서 섬뜩했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인 <11월의 마지막 경기>는 시작부터 씁쓸했는데, 마지막엔 공포 장르라는 걸 일깨우며 무서움에 떨게 만들었다. 이런 걸 보면 학교는 공포와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학교를 다닐 적에도 무시무시한 괴담 같은 게 학교마다 있었으니 말이다.
짧은 이야기들이라 가볍게 읽기 좋았고, 단편마다 장르가 달라 매력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