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풀 플레이스 더블린 살인수사과 시리즈
타나 프렌치 지음, 권도희 옮김 / 엘릭시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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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 리버풀의 어느 동네 '페이스풀 플레이스'에 사는 19살 프랭크와 로지는 함께 이곳을 떠나 잉글랜드에서 새로운 삶을 살기로 계획했다. 여기에 계속 살다가는 부모, 형제, 이웃들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게 될 것 같다는 게 너무 끔찍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강압적인 아버지에게 눌려 억압된 생활을 하는 로지와 변변한 직장에 다니지 않으면서 술만 마시면 폭력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프랭크의 아버지로 인해 가족들에게 벗어나야 한다는 마음이 절실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날짜와 시간, 만날 장소까지 정했지만, 로지는 나오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갈 마음이 전혀 없는 프랭크는 혼자서라도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배신감을 안고 페이스풀 플레이스를 떠났다.

22년 뒤.
형사가 된 프랭크는 올리비아와 결혼 후 딸 홀리를 낳았고, 이혼 후에 종종 딸과 시간을 보내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리고 가족 중 유일하게 막냇동생 재키와 연락을 하고 있었다.
홀리와 함께 주말을 보내기 위해 집에 도착한 프랭크는 음성 메시지가 다섯 통이나 와 있는 걸 보게 된다. 재키는 집 전화로만 통화하기 때문에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연락을 한 건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재키에게 전화를 한 프랭크는 22년 전 자신과 함께 떠나려고 했던 로지의 여행 가방이 이제서야 발견되었다고 했다. 프랭크는 로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혀내기 위해 페이스풀 플레이스로 향한다.




19살 때의 프랭크는 첫사랑 로지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만큼 사랑했다. 그런 그녀와 함께 떠나 새로운 삶을 꿈꿨지만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아 어마어마한 배신감에 휩싸였다. 결국 혼자서라도 떠나는 선택을 했지만 22년이 지난 지금에도 프랭크는 왜 로지가 나오지 않았는지 궁금한 마음이 조금은 남아 있었다. 그래서 로지의 가방이 발견됐다는 재키의 말에 22년 동안 단 한 번도 찾지 않았던 페이스풀 플레이스로 향했다. 그것도 너무나 사랑하는 딸 홀리를 다시 엄마에게로 돌려보내는 선택을 하면서까지 말이다.
프랭크가 돌아간 집에서 만난 가족들은 여전했다. 오래전에 집을 떠나게 만든 아버지는 이제는 노쇠해졌지만 여전히 술을 숨겨놓고 마시고 있었고, 어머니 또한 변한 게 없었다. 마음이 여린 큰누나 카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이 프랭크를 향해 냉소적인 모습을 보이는 셰이 형, 겁이 많고 다정한 케빈, 그리고 종종 만나던 재키까지 말이다. 그리고 그토록 떠나고 싶었던 동네 또한 그대로였다. 프랭크가 돌아온 지 몇 분 만에 끔찍했던 이곳에서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날 정도였다.

하지만 프랭크는 로지의 행방에 대한 궁금증을 밝혀내기 위해 이 모든 걸 참아내야 했다. 가족들 앞에서 형사다운 면모를 보이며 가방을 살펴본 그는 다음 날 케빈을 데리고 가방이 발견된 16번지로 향한다. 그곳은 프랭크가 10대였을 때 동네 아이들의 아지트처럼 사용되던 곳이었다. 형사의 촉이 발동한 프랭크는 음침한 지하를 훑어보다가 뭔가를 느끼곤 감식반에 전화를 한다. 결국 그 지하에서 로지로 추정되는 여자의 유골을 발견한다.
로지는 프랭크를 두고 떠난 게 아니었다. 두개골이 함몰됐다는 부검 결과로 인해 누군가에게 살해되어 자신을 만나러 올 수 없었다는 걸 알게 됐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프랭크는 그녀를 위해 범인을 찾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었는데, 경찰학교 동기인 스코처가 수사에서 빠지라는 압박을 넣었다. 하지만 그의 의지를 꺾을 수 없게 만든 사건이 또다시 일어나 충격을 안겼다.
다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어쩌다 그런 일이 또 생겼을까 하는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애먼 생각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쯤 되니 페이스풀 플레이스에 사는 모든 사람이 의심스러워질 지경이었다.

소설은 살해됐다고 추정되는 로지 사건과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한 사건을 함께 조사하는 프랭크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페이스풀 플레이스에 사는 그의 가족과 이웃, 오래전 사귀었던 친구들의 현재를 이야기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마을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 완전히 반대되는 행동을 보여주고 있어서 참 모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협소하고 희망 없는 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19살의 프랭크가 이해가 됐다. 가족까지도 지긋지긋한 면이 있었기 때문에 의지할 데 없는 프랭크는 떠나고 싶었던 것일 터였다.
소설이 진행될수록 의심스러운 사람들은 늘어나서 누가 두 사건을 일으켰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프랭크가 로지와 떠나기로 계획했던 날 이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밝히면서 결국 그런 이유로 인해 이런 끔찍한 결과가 일어났다는 걸 보여줬다. 어떻게 보면 뒤통수를 맞은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일관적인 캐릭터였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사람 속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었다. 가까운 친구와 연인, 심지어는 가족들까지 말이다. 그 굴레에서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프랭크가 마지막엔 참 안타깝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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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과 그 가방은 오랫동안 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놈들은 이제 내게 갈고리를 걸었으니 그날 밤보다 더 많은 것을 앗아 갈 것이다. - P32

"로지가 나를 버렸어, 맨디. 완전히 짓밟아버렸지. 나로선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는데 지금껏 이유도 몰라. 어딘가에 그 이유가 남아있다면 알아내고 싶어. 그게 뭐든 알고 싶고, 내가 이 상황들을 바꿀 수 있을지 궁금해." - P107

"난 가족들과 달라요. 완전히 다르다고요.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이 집에서 나간 거니까. 확실하게 달라지기 위해 평생을 보냈어요." - P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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