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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마릴린 - 이지민 장편소설
이지민 지음 / 그책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영화가 성공을 해서인지 요즘에는 원래 제목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 앞에 꼭 [모던보이]를 덧붙이는 것 같다. 그래서 그냥도 긴데 꼭 [모던보이,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라고 명명되는 길고도 긴 제목의 작가 이지민.
그녀의 신작 [나와 마릴린]이 출간 되었다는 소식에 망설이지 않고 선택했다.
전작을 워낙 오래전에 읽기는 했지만 어렴풋하게나마 지금까지 남아있는 느낌은 톡톡 튀는 듯한 신선함이랄까. 주인공 두 남녀가 주고받는 말장난 같은 대화가 주는 풋풋한 매력이다.
20대의 패기 넘치던, 젊다기보다는 어리다. 라는 표현이 더 어울렸던 작가가 이제는 서른 중반쯤에 들어섰다.
거의 1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이지형 작가의 글은 어찌 변해있을까? 궁금하고도 반가웠다.
[나와 마릴린]은 전작 [망하거나~~] 에 비해 훨씬 안정적이고 원숙한 느낌을 준다.
삶의 굴곡들이 주는 깊은 상처를 이해하고 끌어안을 줄 아는 사람만이 보여주는 시선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모든 것을 전쟁 탓이나 시대 탓으로 돌리지 않고 자신의 의지로 딛고 서는 힘도 만만치 않다.
작가는 소설 [나와 마릴린]의 모티브를 두 장의 사진에서 얻었다고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다.
[한 장은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과 북한 포로 사이에서 통역을 하던 여자 통역사의 사진이고 또 한 장은 전쟁 직후 미군 위문공연을 왔던 마릴린 먼로의 사진이다.] (249쪽)
단지 두 장의 사진만으로 이리 섬세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풀어내다니.
사실 맨 뒤쪽에 있는 작가의 말을 먼저 읽지 않은 관계로 소설을 읽으면서 진짜 마릴린 먼로가 우리나라에 왔었을까? 궁금증이 일곤 했었다.
‘마릴린 먼로‘라는 미국 여배우로 상징되는 모든 것들.
운명도 바꿀 수 있다는 그 ‘아름다움’
적당히 순진하고 적당히 아름다웠던 한 여성 앨리스를 통해 전쟁이 인간에게 앗아간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나와 마릴린]은.
[나는 그것이 단순히 나이 많은 여자가 나이 어린 여자에게 갖는 연민의 시선만은 아니란 것을 안다. 이미 불행과 친해진 여자가 아직 불행을 낯설어하는 여자에게 갖는 처연한 안타까움이다. 요 몇 년간 깨달은 진리가 있다면 여자의 힘은 나이가 아니라 불행에서 온다는 것이다.] (27쪽)
[나와 마릴린]과 [망하거나~~~]의 중간에 역시 제목이 눈을 확 잡아당기는 느낌을 주는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라는 소설집이 있다. 이지형 작가가 쓴 중단편은 또 어떠한 느낌일지. 작가 이지형의 전작읽기에 도전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