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의 돌
아티크 라히미 지음, 임희근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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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새롭게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주제가 바로 ‘자아 찾기’이다.

그래서인지 전혀 상관없는 강좌를 듣거나 책을 읽더라도 그 안에 담겨있는 자아를 찾아가는 메세지에만 귀를 기울이게 된다.

아프카니스탄 출신으로서 프랑스어로 소설을 쓰고 더불어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했다는 작가 아티크 라히미의 특이한 이력도 눈길을 잡았지만 내가 [인내의 돌]을 선택한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여성의 인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아프카니스탄이라는 나라에서 자아를 찾아 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라는 점이었다.

전에 읽은 [연을 쫓는 아이들]과 [천개의 찬란한 태양]으로 아프카니스탄의 현실을 약간 맛 본데서 오는 친밀함도 한몫 했으리라.

 

[인내의 돌]은 마치 잘 짜여진 연극이랄까, 한편의 모노드라마를 보는 듯한 기분이다.

주인공 자신의 이념이나 희망과는 상관없는 전쟁의 한 복판에 던져진 여인.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남편의 옆에 앉아 염주를 한 알 한 알 돌리며 자신의 믿음과는 동 떨어진 신들의 이름을 왼다. 그녀가 남편의 옆에 앉아 행하는 것은 남편의 회복에 대한 기원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 바라보기이다. 정면으로 자신을 응시하고 인정하기. 갇히고 숨겨져 있던 나를 드러내기. 억압되어 있던 욕망과 제대로 된 마주 서기를 경험한다.

 

우리의 현실은 그 다음의 길을 제시해 줄 수는 결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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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 - 소통의 기술, 세상을 향해 나를 여는 방법
유정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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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기술, 세상을 향해 나를 여는 방법‘ 사실 제목 [서울대 말하기 강의] 보다는 부제가 훨씬 마음을 잡아당긴다. 세상을 향해 나를 여는 방법이라니. 나이를 먹을수록, 산 날들이 많아질수록 점점 더 어렵게만 느껴지던 터였다.

마치 명쾌한 해답을 발견한 듯 무릎을 치고 싶은 기분이다. ‘그래, 맞아. 바로 말하는 방법의 문제였었어.’ 하고 말이다.

모임이나 회식을 가질 때 유난히 부딪히는 사람이 있다. 그 당사자가 내가 아닐 경우 나도 편안하게 이기적으로 생각한다. ‘손뼉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지’ 하고. 즉 둘 다 거기서 거기란 이야기이다. 하지만 문제의 당사자가 바로 ‘나‘일 경우는 좀 심각해진다.

나이를 먹으면서 터득한 지혜라는 것 또한 한없이 이기적이기만 하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먼저 나의 잘못이 무엇인가 생각해보고 잘못이 있으면 반성하고 사과한다. 나의 잘못은 없고 상대의 잘못이라고 생각되면 그냥 놔둔다. 나 자신을, 내 가족을 바꾸려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남을 내가 어쩌겠는가.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면 확실하게 이분법으로 나눠지지 않는 것이 세상사이다.

제대로 자신의 뜻을 말로 옮기지 못해 생겨나는 오해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말은 할 줄 알지만 제대로 말할 줄 몰라서 잘 되지 않던 세상과의 소통.

무엇 때문인지도 모르고 늘 혼란스럽고 어리둥절하던 나에게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는 바로 샘물. 그것이다.

 

[말에 대해 배우는 것은 자신의 바깥에 있는 것을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안에 있는 것을 밖으로 꺼내는 작업이다.](9쪽)

 

그 긴 시간을 교육을 받았건만 내 안의 것을 꺼내는 작업에 대해 제대로 배워본 적은 없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오랫동안 난 세상을 향한 문을 닫고 있었음을.

 

[소통의 궁극적인 목적은 관계 맺기를 통해 서로의 자아를 인정하고 인정받기 위해서이다.](28쪽)

 

초반부를 읽으며 마치 심리학 강의를 듣던 20대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초롱초롱 눈을 빛내서 책에 열심히 줄을 그으며 그렇게 [말하기 강의]에 빠져 들었다.

열린 자아/ 눈먼 자아/ 숨겨진 자아/ 미지의 자아 등 자신의 내면을 잘 들여다보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자신을 인정하는 사람이 타인과도 제대로 소통할 수 있다고 유정아 교수는 말한다.

타인과의 제대로 된 소통을 위해서는 말 잘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우선 타인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성악가나 아나운서가 아니면 특별히 훈련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발성법과 발음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도 필요하다.

흔하게 나누는 대화의 방법에서 말실수를 피하는 방법까지. 그리고 사회로 첫 발을 내딛어야 하는 초보들을 위한 인터뷰 방법까지. 말하기를 통해 나를 제대로 꺼내 보이는 방법을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단지 기술을 열거하는 것이 아닌 제대로 된 세상과의 소통의 한 길을 열어주는 귀중한 책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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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만원으로 22채 만든 생생 경매 성공기
안정일 지음 / 지상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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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외국생활을 접고 노년을 고국에서 보내려고 귀국한 지인이 있다. 퇴직 후 고국으로 돌아왔으니 당연 현재로서는 수입이 없는 상태라서 지인은 재테크에 관심이 높다. 그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노라면 항상 부동산의 전망에 대한 자문을 구하곤 한다. 그래도 이 땅에서 그 세월을 보냈다면 당연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으리라 생각하신 듯하다.

하지만 나는 보통의 내 나이대의 사람들과는 다르게 경제라든가 재테크에 대해서는 전혀 무지한 상태이다. 평소 관심이 없었으니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가만 돌아보니 그것은 태만을 지나 죄악의 수준으로도 볼 수 있겠다. 나의 게으름과 무지함으로 인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만 뒷걸음이었으니 새삼 가족들에게도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

내 자신을 바꿔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보통의 전업 주부가 할 수 있는 재테크를 생각해보니 주식, 부동산, 경매 등이 떠오른다. 막연하게나마 들어본 적이 있는 단어일 뿐 내게는 너무 생소한 주식, 부동산, 경매이다.

그래서 공부하는 마음으로 선택한 책이 [3000만원으로 22채 만든 생생 경매 성공기]이다.

나는 그래도 재테크라면 소위 말하는 ‘억’ 이상은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3000만원으로 22채라니, 책을 읽기도 전에 행복한 상상을 마구 해본다. 온 몸과 나의 뇌에 엔돌핀이 가득한 상태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3000만원으로 22채 만든 생생 경매 성공기]의 저자 안정일씨는 경매의 고수로서 경매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이 책도 그동안 카페에 게시판에 올렸던 글들을 엮어서 책으로 출판한 것이다.

 

[본격적인 재테크 투자를 시작하려면

1. 종자돈

2. 본인의 의지

3. 가족(특히 배우자)의 이해와 지지가 있어야 합니다.] (7쪽)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정말 중요한 내용이다.

여기서 저자는 종자돈을 모으는 과정은 단순하고 지루하고 오래 걸리지만 이 과정을 참고 견디는 사람만이 재테크에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종자돈을 모으는 기간 중에 꾸준한 공부도 필수이다. 관련 책도 읽고 사이트에 가입도 하고 관련 강의도 들어두어야 한다.

그렇게 종자돈이 모이면 이제 본격적인 경매재테크의 시작이다.

실습과 참관, 경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지만 특히 명심해야 할 점은 경매의 목적은 ‘낙찰’이 아니라 ‘수익’이라는 것. 놓치고 후회하는 것이 묶이는 것보다 100번 낫다는 점이다. 그리고 함께할 수 있는 동료가 꼭 필요하다.

 

정말 재미있고 흥미진진해서 책을 읽는 동안 다른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이제 사이트에 가입하고 이사하면서 중단했던 경제신문을 다시 구독해야겠다. 성공해서 부모님과 여행도 다니고 동생들에게도 한턱 크게 쓰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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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빛 매드 픽션 클럽
미우라 시온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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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즐겨 읽으면서 문득 의문을 가졌었다.

나는 왜 소설을 이리 좋아할까. 그 긴 세월을 변함없이 말이다.

삶이 무료해서, 소설을 읽으면 위로가 돼서, 남의 상처를 바라보면서 내 모습이 읽혀서,

수 없이 떠오르는 여러 가지 이유 가운데 선명히 다가오는 것.

그것은 나를 들여다보기이다. 내가 의식하지 못한 마음 저 밑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또 다른 나를 들여다보기.

아직 만나보지 못한 작가 미우라 시온. 그와의 만남은 강렬한 선전문구에 매혹되어서였다.

‘현재 일본에서 인간을 묘사하는 능력이 가장 뛰어난 젊은 작가’

더 이상의 미사여구가 필요 없이 바로 내가 바라고 기다리던 작가 아닌가.

그렇게 소설 [검은 빛]은 내게로 왔다.

 

[검은 빛]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역시 어둡다.

전체적으로 폭력이 난무하고 그 폭력에 슬프게 길들여지는 나약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마치 평범한 일상을 묘사하듯이 담담하게 기술하는 능력. 미우라 시온은 역시 대단한 작가이다.

원제 빛[광]을 [검은 빛]으로 해석한 것은 정말 탁월하다.

아기가 태어나서 걸음마를 배우고 평생 걷는 방법을 잊지 않듯이 중학교 때 만난 미카를, 미카만을 평생 사랑하는 노부유키. 그의 모든 출구는 오로지 미카에게로만 향한다. 다른 문은 모두 닫혀 있다. 아니 존재하지도 않았다. 아내에게도 심지어는 딸에게도.

유아시절부터 친부의 폭력에 희생되었던 다스쿠. 그는 성인이 되어 아버지보다 훨씬 크고 강한 육체를 가진 뒤에도 여전히 아버지를 두려워하며 아버지의 폭력 앞에서는 무력하다.

늘 두려운 대상을 가진 다스쿠의 애정은 비정상적으로 노부유키에게로만 향한다.

 

한적하고 평화로운 섬에서 마치 고여 있는 물 같은 일상을 보내던 노부유키와 미카. 그리고 친부의 폭력으로 온몸이 멍투성이인 불행한 아이 다스쿠.

거대한 자연의 폭력인 쓰나미는 하루아침에 그들의 운명을 바꿔 놓는다.

 

미우라 시온 작가.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으로 제 135회 나오키상을 수상했는데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은 이번의 [검은 빛]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라고 한다. 또 다른 어떤 색깔로 인간의 내면을 보여줄지 설레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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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 달라도 우리는 친구 세용그림동화 3
에런 블레이비 지음, 김현좌 옮김, 발레리아 도캄포 그림 / 세용출판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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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 발리와 찰리 파슬리의 예쁘고 아름다운 이야기 [성격이 달라도 우리는 친구].

마음속으로 하는 이런 저런 계산 없이 순수하게 친구라고 칭할 수 있는 그야말로 정말 친구를 가져본 것이 언제일까.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친구야. 하고 가만히 불러본다.

가슴이 아릿해지는 기분.

 

노란 표지의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한 두 아이는 어떻게 보면 친구로, 어떻게 보면 사이좋은 오누이로, 또 다르게는 부부의 모습으로도 보인다.

무궁무진한 그들의 미래가 조금 엿보이는 것도 같고 무엇보다도 그들의 성격이 웃는 표정에서 드러나 보인다. 밝은 성격일 것 같은 여자 아이. 보다 신중하고 따뜻한 마음씨를 가졌으리라 짐작되는 남자 아이.

행복이 마구마구 퍼져 나오는 듯한 표지의 그림책이다. [성격이 달라도 우리는 친구]는.

 

큰 소리로 웃고 떠들기 좋아하는 동적인 아이 펄 발리. 그리고 조용히 책 읽기를 좋아하는 정적인 아이 찰리 파슬리. 둘은 아주 많이 다르지만 친구이다.

추운 날 덤벙거리며 장갑을 잊고 나온 펄 발리의 손을 따뜻하게 감싸 주는 찰리 파슬리.

찰리 파슬리가 외로워할 때 옆에서 위로해 주는 펄 발리.

정말 다른 두 아이. 펄과 찰리. 거의 모든 점이 다른 두 아이. 펄 발리와 찰리 파슬리.

그래서 둘은 서로에게 정말 소중한 친구이다.

 

이런 친구를 가졌다는 것은 얼마나 커다란 축복인가.

시작된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펄과 찰리가 그 우정을 오래도록 이어가리라 믿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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