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카 HAKA! - 네 인생의 그라운드에 우뚝 서라
김익철 지음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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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이를 먹으면 저절로 알아지고 저절로 현명해지리라고. 그것이 바로 세월의 힘이라고.

그래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에 강력히 반발하곤 했다.

이제 결코 적지 않은 나이가 된 지금,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음에 당혹스럽다. 어어어 하는 사이 떠 밀려 온 것만 같은 억울함.

어리버리한 상태로 엉거주춤 서 있는 나에게 사방에서 닦달한다. 삶은 치열한 것이라고. 그것은 전쟁과도 같은 한판 승부라고.

처음 [하카]라는 제목의 책을 만났을 때 선뜻 선택하지 못하고 망설임이 길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나는 너무 오랜 시간을 그냥 낭비해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회의. 이제 내가 내 인생의 그라운드를 다시 뛸 힘이 남아 있을까 하는 불안함.

 

[하카]의 저자 김익철 소장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럭비와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짐작하듯 강하게, 무조건을 외치지는 않는다. 편안하게 들려주는 긍정의 철학이라고 할까.

경기침체로 인해 본인이 하던 사업을 접어야 했을 때의 울분과 회의. 그리고 좌절을 딛고 우뚝 서게 해준 것이 바로 럭비정신이었다고.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럭비에 대한 것이라고는 공을 가지고 하는 운동이라는 것, 그 공이 타원형으로 생겼다는 것, 그리고 운동을 하는 선수들의 어깨에 무엇인가를 덧대어 과장되게 우람해 보인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인생은 럭비와 같습니다.

당신의 공을 놓치지 마세요.

주어진 환경을 탓하기보다 오히려 인정하고,

한 걸음, 한 걸음 열심히 달리세요.

훌륭한 선수는 장애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다만 언제나 조금 앞으로 나아갈 뿐] (174쪽)

 

올 포 원, 원 포 올, 고 포워드, 노 사이드 등 럭비의 규칙과 정신을 우리네 인생에 빗대어서 설명하는 김익철 소장의 이야기가 귀에 쏙쏙 잘 들어오는 이유는, 자신의 삶이 그 안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카 HAKA] 는 ‘하자! 가자! 함께 가자!’라는 뜻을 지닌 고유명사라고 한다.

인생의 그라운드에서 공을 놓치고 망연히 서 있을 수는 없다. 꽉 움켜쥐고 달려야 하리라.

내 마음에 용기를 불어넣기 위해 크게 외쳐본다.

하자! 가자! 함께 가자! 하카! 하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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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 연인
이시다 이라 지음, 최선임 옮김 / 작품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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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이 우리 집에 놀러 왔다. 들어서면서 첫마디가 비명이다. 책이 많다고. 그리고 이어 말한다. “로맨스 소설도 있어요? 저는 로맨스 소설만 읽는데“ 순간 난감했다. 연애 소설을 따로 분류해야 하나. 소재를 연애로 다룬 소설들은 물론 많다. 하지만 딱 꼬집어 로맨스 소설이라 함은... 내가 말끝을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대중 소설과 순수 소설의 경계조차도 예전처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어서이다. 하물며 연애소설이라니. 대체 어떤 소설을 연애소설이라 칭하는 것일까 난감했다. 내가 어물어물하자 책꽂이의 일본 소설칸에서 [조제와~~~]로 시작하는 소설을 꺼내들고 ”여기 있네.“ 한다. ”그거 로맨스 소설 아닌데.... 우물우물....“

이시다 이라 작가의 [엄지 연인]을 읽으면서 맨 처음 드는 생각이 ‘그 이웃이 찾던 바로 그 로맨스 소설이로구나.’ 였다. 결말이 달콤하든, 비극적이든 말이다.

이제 막 청춘을 시작하는 20대 초반의 열정적인 연인들의 이야기. 삶의 모든 에너지는 둘의 사랑에만 집중적으로 몰려있다.

어려서 자살한 어머니를 목격했던 상처를 가진 스미오는 자신의 삶에 열정이 없는 대학생이다. 부유한 아버지의 돈으로 생활하면서 매사에 냉소적이고 그런 모습이 주위의 지인들에게는 이기적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역시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도박과 술에 중독된 아버지와 함께 사는 쥬리아는 자신의 현재 처지를 뛰어넘기 위해 그야말로 물불 안 가리고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중이다.

만남 사이트에서 알바생으로 일하던 쥬리아는 우연한 기회에 스미오와 문자를 주고받다가 연인으로 발전한다. 신분의 차이가 큰 두 연인에게 앞으로 일어날 일들은 독자들로서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

두 연인의 슬픈 선택이 밤잠을 설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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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정진영 지음 / 징검다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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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세계가 우리를 실망시킬수록,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이 힘에 겨울수록 우리는 더 옛사람들을 그리워하게 된다. 잊혀지지 않고 지금까지 회자되는 성현들을 그리워하는 마음 때문이리라. 그것은 일종의 유행병처럼 번져간다.

 

지인과의 약속시간이 조금 일러 오랜만에 오프라인 서점을 방문했었다. 신간코너를 둘러보니 [선덕여왕]을 제목으로 한 소설이 7~8편정도 나와 있는 것을 보고 놀랐었다. 어쩜 시기까지 비슷비슷하게 같은 소재로, 제목까지 동일하게 출간될 수 있을까? 이제 소설도 유행에 민감한 세상이 되었구나 하는 느낌. 대강 책표지를 훓어 보니 같은 제목으로 티비에서 드라마로도 방영되고 있다고 한다.

난세에 성군을 그리는 마음의 표현일까.

 

정진영작가의 [선덕여왕]은 역사 최초의 여왕으로서의 이미지, 난세를 헤쳐 나가는 성군의 기질, 삼국통일의 기반을 닦은 위대함 등을 마음에 그리고 소설을 읽는다면 약간의 실망이랄까, 의아함을 가질 것이다. 그보다는 보다 성적으로 자유로운 시대에 모든 것을 갖춘 여인의 자유로운 연애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리고 시대적 배경이 삼국통일 직전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자연 삼국간의 대립과 갈등, 그리고 전쟁 상황을 묘사하는 부분이 등장하는데 삼국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공평하지 못하다는 느낌이다.

 

며칠 전 본 페미니즘 성격이 강한 영화를 보면서 현대의 여성과 선덕여왕을 비교해 보았다.

물론 그 시대의 여성들 모두가 선덕여왕처럼 자유롭지는 않았겠지만 우리 여성들은 그 시대에서 많이 뒷걸음 쳐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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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 상처에서 치유까지, 트라우마에 관한 24가지 이야기
김준기 지음 / 시그마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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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결코 낯설지 않은 단어이다. 어렴풋하게 짐작만 하고 있던 트라우마의 정확한 명칭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서 신체적, 정신적 충격을 경험한 후 나타나는 심리적 외상이라고 한다.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은 바로 이 트라우마에 관한 이야기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화 속의 주인공을 모델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들이 겪는 상처와 치유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총 24편의 영화를 예로 들어 24가지의 사연들이 나오는데 실제의 임상사례들을 예로 들어 쓴 책보다는 우리에게 친근한 영화이야기로 풀어 나가기 때문에 다가가기도 편하고 이해하기도 쉽다.

사실 실제의 임상사례들을 예로 든 책을 보면서는 남의 감추고 싶어 하는 치부를 빤히 들여다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했었다. 물론 미리 환자의 양해를 구했겠지. 실제 사례에다 약간의 각색을 했겠지 하면서도 불편한 마음은 여전해 올바른 책읽기를 하기에 방해가 되곤 했다.

한편의 영화이야기 끝에는 그 사례에 알맞은 의학 상식이 뒤따르는 구성도 탁월하다.

특히 생소한 단어인 EMDR (안구 운동 민감 소실 및 재처리 요법) 이라는 특수한 상담치료에 관심이 간다.

“과거의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리며 눈을 양쪽으로 움직이면 막혀 있던 기억의 회로가 통합되어 현재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증상이 사라진다” (248쪽) 라고 하는데 좀 더 자세한 방법이 나와 있지 않은 것이 좀 아쉽다고나 할까. 굳이 병원을 찾을 정도가 아닌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들에 자가 치료로 사용해도 훌륭할 것 같다.

이 EMDR 의 발견도 프랜신 샤피로라는 미국 여성이 “자신의 고통스러운 문제로 고민하면서 공원을 산책하던 중, 눈을 움직이면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니까 갑자기 그 기억과 연관된 고통이 사라진다는 것을 깨닫게”(248쪽) 되면서 이러한 현상에 대한 연구와 실험을 시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24편의 영화 중에는 본 영화보다는 못보고 지나간 영화들이 더 많다. 이제 차근차근 책속의 영화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시작해볼까 한다. 그래서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내 안의 상처들과 정면으로 마주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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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 feed
M. T. 앤더슨 지음, 조현업 옮김 / 지양어린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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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먼 미래에는 정말 우리 아이들의 머릿속에 칩을 장착해서 손가락이 아닌 생각만으로 모든 사이트를 열어보고 백과사전을 펼쳐볼 수 있을까? ‘에이 설마’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럴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아주 먼먼 미래에는.

우선 아이들은 신이 날 것 같다. 그 지겨운 공부에서 해방 아닌가. 특히 우리나라처럼 교육정책이 엉망인 나라에서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반가워 할 소식이다. 그 짓누르는 사교육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시대. 자국어도 구사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엉터리 영어 교육에 열을 올려야하는 요상스런 교육열에서 벗어날 수 있을테니 말이다.

먼저 미래소설로서 1949년에 발표된 조지오웰의 [1984]년의 세계를 보면 그 시대의 상상이 많이 과장되고 훨씬 더 진보적임을 알 수 있다. M.T. 앤더슨 작가의 [피드] 또한 그러한 점이 없지 않으리라 짐작하면서도 소설 [피드]에서 보여주는 세계가 상상만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은 예감이다.

방학이면 달나라로 휴가를 가서 무중력을 즐기고, 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경비행기 같은 도구로 공중을 달리는 시대. 모든 사람들의 두뇌에 칩을 장착해 인간 컴퓨터화가 가능한 시대.

물론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들이 많다.

[피드]에서는 과학과 물질문명의 노예가 되어가는 미래가 인간을 어떻게 조종하고 파괴시키는 지를 바이올렛이라는 소녀를 통해 잔잔히 보여준다.

아무런 저항의식 없이 단순히 자기가 즐길 수 있는 것들만을 탐하는 시대에 바이올렛은 “왜” 와 “아니다” 라는 의식을 지니고 있다.

아이들이 태어나면 모두 두뇌에 피드라는 중앙 컴퓨터에 네트워크로 연결시킨다. 하지만 의무조항은 아니고 국가에서 지원해 주지도 않는다. 일부 저항의식이 있거나 혹은 가난한 사람들은 스스로 거부하거나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피드를 장착하지 못한다.

바이올렛의 부모님들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가난하기도 했지만 기계의 노예가 되어가는데 저항의식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에 속한 부류이다. 하지만 바이올렛이 점차 자라면서 주위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고통을 겪는다. 요새말로 왕따를 당하는 것. 나중에 결국 바이올렛도 피드를 장착하지만 영아가 아닌 자란 다음에 피드를 장착하는 데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따른다.

 

지은이 M.T. 앤더슨은 작가와의 대화에서 본인은 소설 [피드]를 미래소설이 아닌 “우리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것들을 논하기 위해 비유적인 방법을 쓴”(328쪽)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가상의 미래에서 온 이미지들을 사용한 소설”(328~329쪽)이라고.

먼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경고의 멧세지이리라. 소설 [피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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