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한 자전거 여행 창비아동문고 250
김남중 지음, 허태준 그림 / 창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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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출, 모험(여행)이 되다.

 

   페리 노들먼은 /바깥/집 패턴은 어린이 문학에서 가장 보편적인 플롯이다.’라고 말한다

. (페리 노들먼, 어린이 문학의 즐거움2, 시공주니어, 2001, p320)

 

실제로 그림책에서 청소년소설에 이르기까지 많은 아동청소년 문학 작품에서 주인공은 집을 나선다. 이는 가출, 모험, 여행과 같이 다양하게 명명될 수 있다.

 

   가출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가장 널리 사용되는 정의는 ‘18세 미만의 청소년이 부모나 보호자의 동의 없이 집을 떠나서 24시간 이상 집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김향초, 가출 청소년의 이해(누구에게 속한 아이들인가?, 학지사 1998, p51)

우리 사회에서 가출청소년은 문제청소년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인만큼 가출이라는 단어에서는 부정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에 비하면 모험과 여행은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될 만한 경험이라는 비교적 긍정적 느낌의 개념이다. 물론 모험이 좀 더 위험을 무릅쓰고 과업을 해결해내는 여행이라는 데에 두 개념에도 약간의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아동청소년 문학작품에서는 주인공의 가출을 이후 경험하는 사건의 성격에 따라 모험, 여행이라 부르기도 한다. 우에노 료는 클로디아의 비밀(E.L.코닉스버그, 1967)에 등장하는 클로디아의 가출을 '모험으로서의 가출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 시대 우리 아이들의 가출이 모험 또는 여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 아이들의 생활 영역에서 숲을 비롯하여 좋은 모험의 장소가 되는 자연은 멀어졌다.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 자본주의 사회이지만 아이들은 돈을 벌 능력이 없다. 뉴스는 흉악한 범죄 소식을 계속 전하기에 모르는 사람과의 인연을 기대하며 길을 나서기에는 부담스럽다.

 

  그래도 여전히 아이들은 모험을, 여행을 꿈꾼다. 한국 아동문학 작품 중 위와 같은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만한 작품은 무엇이 있을까? 본고에서는 불량한 자전거 여행을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고찰해보고자 한다.

 

 

2. 나와 싸우며 성장하는 여행

 

  『불량한 자전거 여행의 주인공 호진은 학원과 공부밖에 모르는 엄마, 그리고 회사 좀비 아빠와 함께 산다. 그는 학원에 빠진 일 때문에 엄마에게 대들다가 아빠에게 뺨을 맞는다. 그리고 부모님이 이혼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의사는 전혀 물어보지 않는 것에 화가 난다. 그래서 부모님을 걱정하고 후회하게 만들기 위해 가출을 결심한다. 하지만 호진이의 가출은 자전거 여행사를 운영하는 삼촌 덕분에 여행으로 변화한다.

 

   여행은 누구와 함께 하는가, 어떤 이동 수단을 이용 하는가 등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호진의 여행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1회 세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정유정, 비룡소, 2007)와 제1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하이킹 걸즈(김혜정, 비룡소, 2008)는 모두 여행의 과정을 중심서사로 한다.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의 준호, 하이킹 걸즈의 은영에게는 대립관계이지만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일행이 있고, 주인공은 그들과의 갈등 과정에서 성장한다. 하지만 호진에게는 갈등관계의 일행이 없다. 여행 초반부에 호진은 삼촌에게 불만이 가득하다. 하지만 여차하면 호진을 여행에서 내보낼 권한을 갖고, 대안적 삶의 모습을 제시해주는 삼촌을 갈등관계의 일행이라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은 생각의 산파라고 말한다

. (알랭드 보통, 여행의 기술, 이레, 2004, p83~84)

하지만 자전거는 오히려 여행이 생각의 산파가 되는 것을 막는다. 꼼짝하지 않고 고민만 하는 건 고통이다. 빨리 아침이 오면 좋겠다. 자전거를 타는 동안에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p123)는 호진의 표현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호진이 정말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자전거를 타는 것은 아니다. 호진의 자전거 여행은 주변의 풍경을 보며 사색에 젖을 여유는 제공하지 않지만, 자신의 몸과 철저히 부딪히는 과정에서 자전거를 타는 마음 자세에 대해서 계속 생각해보게 만든다. 호진은 가지산을 오를 때 산은 그냥 가만히 있을 뿐이다. 나와 싸우는 거다. 내 속에 있는 나, 포기하고 싶은 나와 싸우는 거다.’(p130) 하며 마음을 다잡고, 미시령을 오르며 무리할 필요는 없다. 일등 한다고 상을 주는 것도 아니고 몸부림친다고 일등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꼭 이겨야 하는 것도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늦지 않게, 방해가 되지 않게 내 속도만 내면 그만이다.’(p186~187) 하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자전거를 타는 마음에 대한 사유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사유로 확장된다

 

  광주에서 부산을 거쳐 통일전망대까지 1100km12일 동안 달리는 자전거여행은 참가자 각자가 고독하게 치러야 하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호진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과 싸우며 성장한다. 여행의 다른 참가자들이 자전거여행에 임하는 태도를 살펴보면 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영우아저씨는 알콜 중독과 싸우기 위해, 배병진 아저씨는 암 수술이라는 큰 싸움을 잘 치르기 위해 자전거여행을 한다.

 

   보통 자신의 존재를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부모에 맞서 가출했다면, 부모와 싸움으로 갈등을 해소한다. 하지만 호진의 가출은 자전거여행으로 성격이 바뀌어 자신과의 싸움이 주가 된다. 호진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나름대로 성장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부모님과의 관계에서도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아빠께 엄마와 삼겹살을 함께 구워먹으라고 이야기하거나 부모님이 자전거여행을 경험하도록 계획을 세우는 모습은 호진이 성장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물론 부모님이 함께 자전거여행을 떠나는 것이 현실적인가, 그것이 이혼을 막는데 기여를 할 것인가에는 의문이 남는다. 하지만 호진이 자신의 몸과 부딪히고 땀 흘리는 과정을 통해 성장을 이루어내는 모습은 서사에 있어서 참신한 시도로 다가온다.

 

 

3. 일탈이 없는 여행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고 있지만 내 마음대로 나의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한국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학교에서 학원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시간표가 짜여 진 삶을 살아가고 있다. 시간표는 실제 경험에 앞서 존재하면서, 가능한 구체적 행위들이 무엇인지, 그것들이 어느 시간에 행해져야 하는지, 얼마만큼의 기간 동안 행해져야 하는지를 규정한다.

(오창섭, 근대의 역습-우리를 디자인한 근대의 장치들, 홍시, 2013, p31)

 

   호진은 여행 중에도 시간표를 갖는다. 1100km를 달리기 위해서는 매일 성실하게 목표한 거리를 채워야 한다. 다 같이 두 줄 또는 한 줄로 이동하기에 혼자 빠져나가지도 못한다. 우연히 발길 닿은 곳에서 새로운 사람과 예기치 못한 사건을 접할 일은 없다. 호진의 여행은 일탈이 불가능하도록 틀이 견고하다. 물론 그 틀 내에서 호진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예기치 못한 사건을 접하고 결국 의미 있는 성장을 이루어낸다. 하지만 호진이 주체적인 위치에서 여행을 하였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어렵다. 그 날 향할 목적지도, 달려야 하는 양도 호진이 의견을 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전거여행의 주체는 호진이 아니라 호진의 삼촌이다.

 

  삼촌은 일탈을 경험해 본 인생의 선배로서 호진을 이해하고 이끌어준다. 생전 연락이 없던 조카가 불쑥 찾아오겠다고 했을 때 이유를 묻지 않고 받아주고, 호진이 집을 나왔음을 알게 되고도 네가 오고 싶어서 왔으니까 네가 가고 싶을 때 가.”라고 말한다. 또한 대화 과정에서 호진이 자신도 모르게 내면화한 부모님의 논리-"사람은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없잖아.“(p117) “사람 일이 맘대로 돼?”(p172)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도록 한다. 호진은 아빠에게는 정신 나간 놈이고, 엄마에게는 팔다리 멀쩡하면서 빈둥빈둥 인생을 낭비하는 사람인 삼촌을 자전거여행 과정에서 재발견한다. 그런 삼촌이 주체가 되는 여행이 호진에게 독이 될 리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여행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가출하고 참가하게 된 여행에서도 자신의 시간을 주체적으로 운용하지 못하는 호진의 모습에서 요즘 유행하는 각종 체험캠프가 겹쳐 보이는 것은 왜일까. 호진이 좀 더 주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짜여 진 프로그램이 있어서는 안 된다. 여행 중에도 일탈을 경험하지 못하는 호진의 모습은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4. 모험이 되지 못한 여행

 

  『불량한 자전거 여행은 땀 흘리는 여행을 조명한다. “난 그저 너를 힘들게 한 것들을 잊고 땀 흘리게 해 주고 싶었어. 땀은 고민을 없애 주고 자전거는 즐겁게 땀을 흘리게 하지.” (p173~174) 라는 삼촌의 말처럼 호진은 자전거여행의 과정에서 땀을 흘리고 자신과의 싸우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탐색의 기회를 갖는다. 그리고 그것을 계기로 부모님께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한다. 자신의 몸과 부딪히는 새로운 형식의 여행서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분명히 의미가 있다. 특히나 요즘처럼 몸을 움직이는 즐거움에서 점점 멀어지는 아이들에게 땀 흘리는 것의 의미와 즐거움을 여행서사를 통해 자연스레 제시한 점은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호진이 여행 중에도 주체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모습은 아쉬움을 남긴다. 삼촌은 호진에게 대안적인 삶의 모습을 제시해주지만, 그 존재감이 너무 크다. 호진은 삼촌의 여행을 따라다닐 뿐 자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달리고 싶은 속도로 달릴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시작은 가출이었지만 땀 흘리고, 포기하고 싶은 자신과 싸우고, 일탈도 없이 끝까지 달리는 호진의 여행은 불량하다고 명명하기에 너무 건전하다. 여행조차 짜인 프로그램에서 경험하는 호진의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는 호진의 여행이 모험이라 불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외국의 작품과 우리의 작품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호진의 여행을 보면 구덩이(루이스 새커, 창비, 2008)의 스탠리의 모험이 떠오른다. 초록호수캠프에서 정해진 프로그램에 맞추어 구덩이를 파던 스탠리가 친구인 제로를 찾아서 탈출하듯 호진도 자신의 의지대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모든 여행이 꼭 모험으로 귀결되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호진의 여행은 조금 더 모험에 가까이 갈 필요가 있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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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박깜박 도깨비 옛이야기 그림책 13
권문희 글.그림 / 사계절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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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깨비와 친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도깨비 방망이를 빌려서 가지고 싶은 것도 잔뜩 갖고, 도깨비감투를 쓰고 투명인간이 되어 신나게 돌아다니고 하루하루가 재미있는 일로 가득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도깨비와 오래 두고 만나는 친구가 된다면 정말 좋을까? 의외로 생각을 해보지 못한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 있다. 깜박깜박 도깨비(권문희, 사계절, 2014)이다

 

   부모님 없이 홀로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아이가 있다. 어느 날 아이는 그 날 번 돈의 전부인 서 푼을 빌려달라고 하는 도깨비를 만난다. 도깨비가 뭐든 잘 까먹는다는 것 때문에 망설여졌지만 아이는 겁이 나서 돈을 빌려준다. 하지만 도깨비는 돈을 빌렸다는 것이 아닌 돈을 갚았다는 것을 까먹고 매일 서 푼의 돈을 갚으러 온다. 아이는 매번 어제 갚았잖아!”를 외치지만 도깨비는 기억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찾아온다. 한 술 더 떠서 아이의 집에 있는 낡은 냄비를 보고 저런 것을 어떻게 쓰냐고 매일 서 푼과 요술 냄비를 가져오고, 또 아이의 낡은 다듬잇방망이를 보고나서는 도깨비 방망이까지 추가한다. 시간이 지나고 도깨비는 재산을 헤프게 써서 하늘나라로 벌을 받으러 가야 한다고 울며 찾아온다. 아이는 준 것들을 도로 가져가라고 말하려 했지만 도깨비는 틈을 주지 않고 돈을 못 갚아서 미안해.”라 하며 떠난다. 어른이 되어 행복하게 살던 아이는 도깨비야, 도깨비야.”하며 세상을 떠난다.

 

   돈을 갚은 것을 잊고 계속해서 돈을 가져오는 도깨비가 등장하는 구전설화는 전라, 강원등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각각의 이야기는 조금의 차이가 있지만 주인공이 건망증이 있는 도깨비 덕분에 부자가 되지만, 곧 귀찮아져 도깨비가 싫어하는 일을 해서 더 이상 찾아오지 못하게 한다.’는 서사를 공통으로 한다. 강원도 영월군에서 전해지는 이야기에서 주인공은 도깨비를 쫓아내기 위해 도깨비의 약점을 물어보고, 도깨비에게는 자신의 약점을 돈이라 말한다. 이에 도깨비는 자신의 약점을 공격한 주인공에게 복수한답시고 돈을 잔뜩 던져주고 간다. 세상물정에 밝은 주인공이 기지를 발휘하여 잘 살게 되는 이 이야기는 세상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꾀가 필요함을 말해준다. 다만 주인공이 자신을 도와준 도깨비에게 너무 비정한 것은 아닌가하는 느낌이 든다.

 

  『깜박깜박 도깨비는 구전설화와는 성격이 다른 도깨비와 주인공을 등장시켜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인다. 깜박깜박 도깨비는 주인공을 좀 더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매일 서 푼의 돈을 갚는 것과 별도로 아이의 낡은 물건들을 보고 요술냄비와 도깨비방망이를 선물로 가져온다. 반면 깜박깜박 도깨비의 주인공은 착하고 어수룩한 성격으로 좀처럼 도깨비의 선물을 쓸 줄 모른다. 도깨비가 준 돈과 요술냄비와 도깨비방망이이면 집도 세간도 으리으리하게 갖출 수 있을 텐데 아이는 그것들을 별로 사용하지도 팔지도 않는다. 이러한 설정 때문에 요술냄비와 도깨비 방망이도 마법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방에만 쌓여 있다. 어쩌면 옛이야기의 환상성과 흥미가 반감될 수도 있는 지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반가운 표정으로 아이를 찾아와서 선물을 건네는 도깨비와 도깨비의 선물을 함부로 쓰지 못하는 아이를 보면 이들이 서로를 진심으로 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는 구전설화의 주인공들처럼 도깨비를 재산을 늘리는데 적극 활용하지는 못하지만 그 대신 친구를 얻는다. 매일 밤 돈을 갚았다 안 갚았다 실랑이를 하는 것이 전부인 관계이지만 부모님 없이 외딴 곳에 혼자 살며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던 아이에게 도깨비는 많은 의지가 되었을 것이다.

 

   작가가 통념을 깨고 도깨비를 인간과 거의 같은 모습으로 그려낸다. 대부분의 그림책에서 도깨비는 피부색이나 생김새에서 인간과 뚜렷이 구별된다. 하지만 한국의 도깨비는 일본과 중국의 도깨비와는 달리 그 형상이 단순히 규정되어있지 않아서, 다양한 형태로 묘사될 수 있다. 어린아이 같은 외모에 표정변화가 귀여운 도깨비의 모습은 아이와 도깨비가 친구가 되는 서사가 자연스러울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이야기의 서사의 진행에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이왕 도깨비와 주인공을 친구로 그리기로 했다면 그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어라, 얘 좀 봐? 어제 꿨는데 어떻게 어제 갚아?”라는 말로 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도깨비와 추억이 많은 친구가 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이 도와줄 기회조차 제공하지 않고 하늘나라에 벌을 받으러간 도깨비, “도깨비야. 도깨비야.”하면서 죽었다는 주인공의 모습은 이 둘의 관계에 살짝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주인공 역시 도깨비에게 무엇인가를 줄 수 있었다면 아이들이 이들의 관계에 좀 더 몰입하고 우정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오랜 세월 많은 사람에게 전해져 내려오며 다듬어진 옛이야기는 그 나름의 완결성과 가치를 갖는다. 더 이상 구전이 이루어지지 않는 지금 시대에 이야기를 다듬어 들려주는 역할은 전문 이야기꾼인 작가가 담당한다. 뉴스를 통해 일상적으로 비정한 사건을 접하게 되는 이 시대의 아이들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건네주는 것이 좋을까. 꾀를 내어 부자가 되기는 하지만 주인공이 비정하게 느껴질 수 있는 옛이야기를 진심으로 관계 맺어나가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는 이야기로 재화한 깜박깜박 도깨비에서 옛이야기를 시대에 맞게 다듬어서 펼쳐보이고자 한 이야기꾼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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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지 않을 권리 - 욕망에 흔들리는 삶을 위한 인문학적 보고서
강신주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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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라는 것은 그다지 오랜 시간을 들여 읽어본 적도 없고.철학이라는 것은 임용고사에 나올만한 교육철학자들의 이름과 그들의 주장을 깊은 이해도 없이 단편적으로 외운 기억 밖에 없는 사람이다

나에게 시인은 너무 발달한 감성 때문에 사는게 참 힘들 것 같은 안쓰러운 사람일 뿐이고나에게 철학자란 너무 생각이 많아서 머리가 혼미할 것 같은 사람들에 불과하다

그들의 언어는 나에게는 너무나 어렵고나는 그들의 어렵고 힘든 이야기들에 귀기울이기에는 너무나 바쁘고 지친 사람이다

그런데 저자인 강신주씨는 내가 그들의 어려운 언어에 귀를 기울이도록 그들의 이야기를 수준에 맞게 해석해준다. (물론 100% 이해하지는 못했다...) '비슷한 사회현상 또는 개념을 이야기한 시인과 철학자를 엮고 그들의 아주 어려운 통찰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풀어서 제시하고 있는 친절한 책.' 이것이 이 책에 대한 나의 첫번째 인상이었다

이런 접근 방식은 강신주씨가 애용하는 방식인 듯 하다. 요즘 읽고 있는 강신주씨의 책인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에서도 이런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이 다양한 주제에 대하여 짤막한 이야기를 늘어 놓은 '단편소설집'의 느낌임에 반해 이 책은 좀 더 깊이 있게 '자본주의'라는 커다란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장편소설'의 느낌이다  

 

절대적 교환가치를 지닌 자본주의의 신적 존재. (화폐). 

''신의 은총을 간절히 기다리며 위험을 무릅쓰고 경건한 마음으로 도전하는 행위. '도박

인간 허영의 전투장인 동시에 욕망의 학습장. 백화점

다른 계층의 사람들과 구별짓기를 위해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시도하는 변화. 유행

다양하고 화려한 외적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주변세계에 대해 점점 냉담해지는 도시인. 그리고 그들의 권태

이 책은 내가 '당연히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자본주의사회'의 구조적 산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작가는 '자본주의''전자본주의(자본주의 이전의 시대)'와 비교해서 분석해줄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인간군상들의 심리와 행동. 그리고 이를 주도하는 '산업자본'의 다양한 시도에 대하여 다각적으로 제시해준다

무엇보다 이 책이 좋았던 것은 이 책이 다양한 철학자와 시인과의 '깊이 있는 만남'을 매개해주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철학자'란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이 책을 빌어서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은 상당한 뿌듯함으로 남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만의 개성, 생활방식'이라고 생각했던 것들도 모두 '자본주의적 사회 구조를 살아가면서 나도 모르게 학습 받은 것 일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상당히 많이 불쾌해졌다

개인의 욕망도 결국 사회에서 학습받은 것에 불과한 것일까

내가 원하고 추구하던 것들이 결국 모두 남들에 의해 결정되었다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머리에 자꾸 맴돌아 혼란스럽다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진실과 마주하게 해 주는 책. '몸에 병이 있다'는 진단 결과를 통보받게 한 '건강검진' 같은 느낌의 책이다. (ㅠ) 

그래도 건강검진은 받아야 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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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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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 떨거지 토론회에 유시민씨가 나왔었다. 나는 정치에도 인문사회학 교양서에도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아 유시민씨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고 있었고 그분에 대한 호불호도 없었다. 그런데 떨거지 토론회에서 유시민씨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개인적으로 이 분이 현실적이고 깊이있는 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분이 쓰신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즘 나는 내적 자원이 모두 바닥난 상태에서 황량한 평원에 주저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내가 지금 존재하는 곳이 평원이기에 어디로도 갈 수 있고, 어디로 가도 문제는 없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겠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이래저래 탐색을 하고 있는데 생각을 하면 할수록 나의 지식수준과 사유의 깊이가 빈곤하다는 느낌만 깊어질 뿐이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고민하기도 그만두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치 않게 집어든 이 책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은 글과 마주하게 되었다

'길을 잃었다. 많은 친구들이 함께 여정을 떠났지만 갈림길을 지날 때마다 차례차례 다른 길을 선택해 멀어져 갔다. 아픈 다리 서로 달래며 지금까지 동행했던 사람들도, 다른 곳에서 출발했지만 어느 곳에선가부터 함께 걸어왔던 이들도 생각이 조금씩 다르다. 날이 저물어 사방 어두운데, 누구도 자신있게 방향을 잡아 발걸음을 내딛지 못한다. 망연자실 넋 놓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이미 지나온 길을 되돌아가지도 못한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어디에서 무엇이 어긋났던 것인지 살펴보는 일뿐인 것 같다

달그림자와 별을 살펴 방향을 새로 가늠해보고, 갈림길과 장애물이 나타날 때마다 도움받았던 낡은 지도를 써내 살펴본다. 이 지도에 처음부터 오류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혹시 내가 지도를 잘못 읽은 것일까? 온갖 의심이 먹구름처럼 밀려든다. 나는 바위에 걸터앉아 잠시 여유를 가지기로 했다. 그리고 긴 여정을 함께했던 지도를 들여다보면서 지난 시기의 선택이 올바른 것이었는지를 차분히 되짚어보았다.' 

서문의 글을 읽고 길을 잃었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이 나말고도 존재한다는 사실에 많은 위안을 받았다. 그리고 슬프게도 나는 이전의 독서량이 많지 않아서 여정을 함께 했던 지도를 들여다볼 수는 없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지도를 마련해 나가야하는거구나.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는 더 큰 혼란과 마주하겠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유시민씨가 청년시절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으면서 사유하게 된 것에 대한 기록이다. 독서의 폭이 넓지도 깊이가 깊지도 않은 나로서는 사회과학, 생명과학, 러시아문학, 독일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소개되어 있고, 또한 각각의 책에 대해 나름의 화두를 갖고 의미있는 사유를 한 내용을 기록해 놓은 이 책이 친절하고 고마웠다.  

백성을 도탄에 빠뜨렸다고는 해도 선왕이었던 주왕을 쫓아낸 무왕은 반역자가 아니냐고 묻는 선왕에게 '주왕은 인의를 해친 잔혹한 사내에 불과했으니 주 무왕은 한 사내를 죽였을 뿐 임금을 시해한 적이 없다'고 대답하는, 백성이 최고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서슬퍼런 역성혁명론을 펼치는 맹자, 

평범한 사람을 매장시켜버릴 수도 있는 대형 언론사의 무서움을 카타리나 블룸이라는 인물이 겪은 사건을 통해 찬찬히 그려낸 하인리히 뵐,  

사람들이 돈을 벌고 어하는 이유는 필요한 재화를 획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돈으로 다른 사람을 이기기 위한 경쟁심이라고 분석해 낸 베블런

흔히 '사실'은 스스로가 말한다고 하지만 이는 진실이 아니다. 어떤 '사실'에게 발언권을 줄 것인가. 또는 어떤 순서로 어떤 맥락에서 말하도록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역사가인 것이다. 라고 이야기하며 역사는 객관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E.H. 카에 이르기까지

이 책을 통해 나는 많은 석학들의 이야기를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었고.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참 좋은 교양 수업을 하나 들은 듯한 뿌듯함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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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 동화 보물창고 4
구드룬 파우제방 지음, 함미라 옮김, 최혜란 그림 / 보물창고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전쟁’ ‘자연재해’ ‘전염병’

 섬뜩하리만큼 무서운 이러한 소재들은 ‘미디어의 홍수’라는 명칭이 적절한 요즘 세상에서 적당히 아름답고 감동적인 드라마로 포장되어 소비되고 있다. 전쟁이나 자연재해가 터져서 발생되는 냉혹하고 비참한 현실은 주인공의 뛰어난 능력을 포장해주는 ‘소재’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뿐이다. 재난영화 또는 전쟁영화라고 불리는 류의 영화를 보고 나면 나는 왠지 전쟁이 터지더라도 자연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운 좋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며 심지어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드라마틱한 운명의 사람을 만나 뜨거운 사랑’을 할 것만 같다.

  ‘원자폭탄’, ‘핵무기’등에 대하여서는 위와 같은 형식으로 포장되고 소비되는 이야기들은 없는 것 같다. 다른 재난들이 과도하게 이야기의 소재로 사용되고 있음에 비하면 핵, 그리고 원자력과 관련된 이야기는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일본의 원전사태에서 보았듯 언제부터인가 ‘방사능 오염’이라는 것도 우리 생활과 그리 멀지 않은 재난이 되었다.

  언젠가 시사주간지에서 우리나라는 ‘원자력은 안전한 에너지’라는 것을 홍보하기 위해 엄청난 세금을 쓰고 있으며 ‘원자력 재단’에서 제공하고 있는 밥 맛있고 편안한 연수 덕에 교사집단도 ‘원자력’에 대하여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읽은 적이 있다. 물론 아이들은 원자력과 ‘핵무기’의 관련성을 스스로 연결 지을 정도의 수준은 되지 못하지만, 과도하게 회자되는 다른 재난들과 ‘핵문제’는 어쩌면 거리가 있을 수도 있지만. 현재 우리 사회는 ‘재난’에 대하여 사실적으로 그려내지도 이야기하지도 못하고 있는 분위기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이를 고려할 때 비록 외국 작품이지만 ‘원자폭탄으로 인한 무서운 방사능 피해’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이 책은 분명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 책의 이야기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를 방문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 롤란트의 가족이 여행을 가던 도중에 갑작스레 섬광과 돌풍을 맞이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혹시나 했던 그 섬광과 돌풍은 역시나 원자 폭탄의 폭발로 인한 것이었고,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던 이들 가족들은 점점 더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삶을 위한 사투를 시작하게 된다.

  얼마 남지 않은 식량을 아끼기 위해 식량이 모자란 사람들을 외면하는 것, 물을 구하기가 어렵기에 고양이 목욕을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사랑하는 가족들이 원자병과 전염병으로 죽어가는 것, 비참한 현실에 마을 사람들이 점점 매몰차지고 미쳐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 살아남기 위해 서로의 식량을 훔치고 훔쳐간 사람을 죽이는 것, 사람들이 워낙 많이 죽어서 짐짝처럼 처리되는 것 등 이 책은 재난 상황에서 벌어질만한 극한의 이야기들을 담담하고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위와 같은 내용이 충격적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이 ‘희망’을 그리고 있는 따뜻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인 롤란트는 어린 소년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을 돕고 싶은 마음으로 시체들이 쌓여 있는 병원을 꾸준히 찾으며 죽어가는 사람들을 돕는다. 또한 다른 사람들과 식량을 나누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롤란트의 어머니도 어려운 아이들을 돕기 위해 지하실을 하나 마련하고 아이들을 꾸준히 보살핀다. 물론 결국은 굶주림과 전염병으로 롤란트와 롤란트의 어머니가 돌보던 모든 이들, 마지막에는 롤란트의 어머니마저 죽어버리지만 그래도 작가가 극한의 상황에서 누군가를 도우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준 것을 보면서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또한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서 롤란트는 아버지와 함께 마지막까지 살아남고, 살아남은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지어 아이들을 가르치기까지 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주인공인 롤란트가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믿어주는 가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라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전쟁의 상처를 주로 소재로 삼아 소설을 쓰셨던 박완서 선생님의 단편을 읽고 너무나도 커다란 충격에 빠져서 한동안 헤어 나오지 못한 적이 있었다. 한국 전쟁 이후를 배경으로 했던 그 이야기는 가난하고 형제들이 많은 집에서 장녀로 태어난 고등학생인가 대학생 나이의 딸을 주인공으로 한다. 전쟁 후 폐허가 된 마을에서 먹고 살 수 있는 것은 미군에게 몸을 파는 것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몸을 팔고 싶지는 않은 주인공. 그러자 굶어 죽어가는 자식들을 보다 못한 주인공의 어머니가 요란한 파마에 천박한 화장을 하고 미군들에게 몸을 팔기 위해 거리로 나선다. 식구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몸을 파는 것은 정말 싫은 주인공을 날이 지날수록 ‘식구 생각 안 하고 혼자만 고고하려고 애쓰다가 결국은 에미가 몸 팔도록 하는 몹쓸 딸년’으로 바라보는 어머니의 모습. 이야기의 중간에 그려진 그 어머니의 모습은 아직도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진다.

  극한의 상황에서는 ‘가족’조차도 흔들리고 상상도 할 수 없는 방식으로 분열되게 마련이다. 하지만 작가는 롤란트의 가족에게 가족의 분열을 요구하는 가혹한 시련을 제시하지 않았고, 또한 무엇보다도 작가는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힘이 충만한 가족을 주인공으로 한다. 살아 있던 사람들도 모두 죽어 나가는 상황에서 임신을 한 롤란트의 어머니. 롤란트의 어머니는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아이를 낳는 것이 싫어서 원래 집인 프랑크푸르트로 떠나자고 막무가내로 우긴다. 프랑크푸르트는 이미 폐허가 되었다는 소문이 자자하지만 두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어머니. 이런 어머니의 의견을 존중하여 다시 돌아올 것을 알고도 함께 프랑크푸르트로 떠난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이 책이 그리고 있는 희망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급하게 책을 읽기 위해서 쉬는 시간에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 다가와 슬쩍 제목을 보더니 도서실에서 빌려봐야겠다고 한 아이가 잠시 후 돌아오더니 도서실에는 이 책이 없다고 아쉬워한다. 물론 다른 성인문학과 비교했을 때 희망을 노래하고 있으며 매우 사실적이고 의미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 책이지만. 내가 이 책을 아이들에게 선뜻 권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조용히 학급 문고에 꽂아 놓고 이 책을 선택할 아이를 기다리고 싶은 느낌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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