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독서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꼼수 떨거지 토론회에 유시민씨가 나왔었다. 나는 정치에도 인문사회학 교양서에도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아 유시민씨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고 있었고 그분에 대한 호불호도 없었다. 그런데 떨거지 토론회에서 유시민씨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개인적으로 이 분이 현실적이고 깊이있는 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분이 쓰신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즘 나는 내적 자원이 모두 바닥난 상태에서 황량한 평원에 주저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내가 지금 존재하는 곳이 평원이기에 어디로도 갈 수 있고, 어디로 가도 문제는 없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겠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이래저래 탐색을 하고 있는데 생각을 하면 할수록 나의 지식수준과 사유의 깊이가 빈곤하다는 느낌만 깊어질 뿐이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고민하기도 그만두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치 않게 집어든 이 책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은 글과 마주하게 되었다

'길을 잃었다. 많은 친구들이 함께 여정을 떠났지만 갈림길을 지날 때마다 차례차례 다른 길을 선택해 멀어져 갔다. 아픈 다리 서로 달래며 지금까지 동행했던 사람들도, 다른 곳에서 출발했지만 어느 곳에선가부터 함께 걸어왔던 이들도 생각이 조금씩 다르다. 날이 저물어 사방 어두운데, 누구도 자신있게 방향을 잡아 발걸음을 내딛지 못한다. 망연자실 넋 놓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이미 지나온 길을 되돌아가지도 못한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어디에서 무엇이 어긋났던 것인지 살펴보는 일뿐인 것 같다

달그림자와 별을 살펴 방향을 새로 가늠해보고, 갈림길과 장애물이 나타날 때마다 도움받았던 낡은 지도를 써내 살펴본다. 이 지도에 처음부터 오류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혹시 내가 지도를 잘못 읽은 것일까? 온갖 의심이 먹구름처럼 밀려든다. 나는 바위에 걸터앉아 잠시 여유를 가지기로 했다. 그리고 긴 여정을 함께했던 지도를 들여다보면서 지난 시기의 선택이 올바른 것이었는지를 차분히 되짚어보았다.' 

서문의 글을 읽고 길을 잃었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이 나말고도 존재한다는 사실에 많은 위안을 받았다. 그리고 슬프게도 나는 이전의 독서량이 많지 않아서 여정을 함께 했던 지도를 들여다볼 수는 없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지도를 마련해 나가야하는거구나.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는 더 큰 혼란과 마주하겠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유시민씨가 청년시절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으면서 사유하게 된 것에 대한 기록이다. 독서의 폭이 넓지도 깊이가 깊지도 않은 나로서는 사회과학, 생명과학, 러시아문학, 독일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소개되어 있고, 또한 각각의 책에 대해 나름의 화두를 갖고 의미있는 사유를 한 내용을 기록해 놓은 이 책이 친절하고 고마웠다.  

백성을 도탄에 빠뜨렸다고는 해도 선왕이었던 주왕을 쫓아낸 무왕은 반역자가 아니냐고 묻는 선왕에게 '주왕은 인의를 해친 잔혹한 사내에 불과했으니 주 무왕은 한 사내를 죽였을 뿐 임금을 시해한 적이 없다'고 대답하는, 백성이 최고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서슬퍼런 역성혁명론을 펼치는 맹자, 

평범한 사람을 매장시켜버릴 수도 있는 대형 언론사의 무서움을 카타리나 블룸이라는 인물이 겪은 사건을 통해 찬찬히 그려낸 하인리히 뵐,  

사람들이 돈을 벌고 어하는 이유는 필요한 재화를 획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돈으로 다른 사람을 이기기 위한 경쟁심이라고 분석해 낸 베블런

흔히 '사실'은 스스로가 말한다고 하지만 이는 진실이 아니다. 어떤 '사실'에게 발언권을 줄 것인가. 또는 어떤 순서로 어떤 맥락에서 말하도록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역사가인 것이다. 라고 이야기하며 역사는 객관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E.H. 카에 이르기까지

이 책을 통해 나는 많은 석학들의 이야기를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었고.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참 좋은 교양 수업을 하나 들은 듯한 뿌듯함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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