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어느 날 노스님께서 동자승들을 불러 모아 씨앗을 하나씩 나누어 줍니다. 수천 년 된 아주 귀한 씨앗이라고 합니다. 본, 정, 안이라는 세 동자승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싹을 틔우려 하지요. 추운 겨울이었음에도 제일 먼저 싹을 틔우고자 한 본은 언 땅에 씨앗을 심어버립니다. 씨앗이 싹을 내지 않자 본은 크게 실망하지요. 정은 멋진 싹을 틔우기 위해 책을 많이 읽고 고민합니다. 그가 선택한 것은 금 화분! 가장 귀하고 좋은 화분에 씨앗을 심어 싹은 틔우지만 싹은 이내 죽어버립니다. 정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겠죠. 너무 소중해 금 뚜껑을 덮어 키운다고 공기와 햇빛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한 까닭입니다. 반면, 안은 평소와 다름없이 일상 생활을 해나갑니다. 묵묵히 주어진 일을 해나가고, 도대체 안은 씨앗에 대해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따뜻한 봄날이 되었습니다. 안은 이제 씨앗을 연못 한쪽에 심습니다. 따뜻한 날씨 덕에 안이 심은 씨앗은 곧 싹이 트고 잘 자라 마침내 아름다운 연꽃을 피웁니다. 저 또한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저의 경우는 본과 같았는데요. 어느 봄날 멋지게 핀 한련화에 반해 씨앗을 구해 덜퍼덕 심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한련화는 이른 봄에 심어야 하는 것이었어요. 여름 무더위에 약하고 장마철엔 특히 시들하기 때문이지요. 늦은 봄에 심은 한련화는 싹은 틔웠지만 금방 무더위와 만나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누렇게 변해가 꽃을 피울 수 없었답니다. 꽃을 보고 싶은 마음 조금만 참고 날씨가 좀 선선한 때를 골라 키웠더라면 하는 후회를 뒤늦게 해보았지요. 작은 씨앗의 이야기이지만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참으로 위대합니다. 하루하루 바삐 살아가다 보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놓치기 쉽습니다. 때를 기다릴 줄 아는 것, 느리게 살아도 결국은 성취해내는 것을 보면 결코 빠르게빠르게 재촉하는 것이 현명하지 못한 것임을 한번 더 알게 되어요. 한박자 쉬어가게 되네요.
평소 아이와 미술 놀이를 즐겨하는데요. 다양한 색깔의 크레파스와 물감을 써보며 심미감도 발달시키고, 마음 속 상상의 세계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하여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있어요. 좀 더 색다른 소재가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반가운 책을 만나게 되었네요. 애플비에서 나온 "손놀이 미술놀이"에요. 이 책은 손을 이용해서 밑그림을 그리거나 손도장, 손가락 도장찍기 등의 방법으로 다양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도와줍니다. 자신의 손바닥을 따라 그리고 색칠하고 꾸미면서 손 모양이 닭도 되고 학도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요. 책 아래부분에 따라하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어 참고가 되어요. 또 주먹을 따라 그리면 곰 얼굴도 되고 달팽이도 되지요. 하다 보면 아..이런 것도 표현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오른답니다. 창의성 발달에도 좋을 것 같네요. 앞 부분에는 이렇게 손을 대고 그려 색칠하는 페이지들이 나오고, 뒤쪽으로 가면 물감을 이용해 도장찍기하는 페이지들이 나와요. 손가락 한마디를 꾹꾹 눌러 사자의 멋진 갈기도 표현해 봐요. 또 큰 손가락과 작은 손가락을 둘 다 이용하거나 한 손가락이라도 찍는 힘을 달리 해 크고 작은 동그라미들을 찍어 참새를 표현한다든지 하는 부분이 참 좋았어요. 이 책을 따라 하다보면 어느새 시간가는 줄 몰라요. 재미난 그림도 그리고 손의 소근육을 움직여서 소근육 발달도 도모하네요. 유아들이 무료해 할 때나 뭔가 참신하고 재미난 미술놀이가 필요할 때 이 책을 꺼내 엄마랑 오손도손 같이 해보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사자와 생쥐』 이야기는 이솝우화로 널리 알려진 것이라 아마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예요. 조그맣고 보잘 것 없는 생쥐이지만 자신을 살려 준 사자의 목숨을 구해주며 은혜를 보답하는 이야기이지요. 작은 생쥐이지만 사자가 갇힌 그물을 이빨로 갉아 끊어내는 끈기와 집념도 보여주구요. 생쥐의 간절함에 목숨을 살려주는 대인배(?) 사자의 배포도 배우구요.. 이 책은 그러한 사자와 생쥐 이야기를 멋진 그림으로 그려낸 글자없는 그림책이랍니다. 제리 핑크니라는 작가는 역량있는 작가인가 봐요. 출판사 소개를 보니 그림책의 노벨상이라 하는 칼데콧 상을 여섯 차례나 수상한 작가라고 하네요. 책장을 넘기며 용맹스러운 사자의 모습과, 작은 몸으로 열심히 그물을 갉아대는 생쥐의 모습이 참 하나하나 정성들여 심혈을 기울여 그려내었구나 하는 감탄을 하게 되었습니다. 책 말미에 있는 작가의 말에서처럼 책 표지 앞면은 사자, 뒷면은 생쥐라서 그 둘이 머리를 맞댄 모습이기도 하네요. (작가의 말은 꼭 읽어보세요.) 동물의 왕 사자의 용맹스러운 기운과, 작고 여리지만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생쥐의 모습이 참 잘 나타나 있습니다. 또한 초원의 다른 동물들 모습도 볼 수 있네요. 마지막 페이지에 사자를 구해주고 새끼들 곁으로 돌아간 생쥐의 모습도 감동적이고(사자가 그를 잡아먹어버렸더라면! ㅜㅜ), 그물을 벗어나 다시 사자 무리로 돌아가 새끼들을 데리고 다니는 사자의 모습도 훈훈한 결말입니다. 글자없는 그림책은 처음엔 많이 어려웠지만 이제 몇번 접하니, 그림에 더욱 집중할 수 있고 활자보다 그림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아이에게 읽어줄 때에도 그때그때 다르게 재미있게 읽어줄 수 있으니 매번 새로운 느낌이 듭니다. 이상, 멋진 그림으로 만나 본 이야기였답니다..
"궁금해? 조심해!" 아이들이 많은 사고를 당해 다치기 쉬운데 오히려 안전할 것 같은 집 안에서 일어나는 사고가 가장 많다고 해요. 집 안에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신기한 물건들이 많이 때문이기도 하지요. 늘 주의를 주고 조심을 시키지만 불안하고 아이가 염려됩니다. 이 책은 "궁금해"라는 친구와 "조심해"라는 마음 속 친구 이야기예요. 궁금한 건 절대 못참아 아이한테 이것저것 해보라는 "궁금해"... "궁금해" 말을 듣고 화장대 위의 화장품을 마셔보기도 하고 책상 위의 칼을 만져보기도 하고 가스레인지의 불도 만져보기도 하는 주인공..결과는? 당연히 배 아프고 피나고 화상입고 다치는 것이죠... 해서는 안될 위험한 행동과, 그 행동을 했을 때의 참담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어요. 왜 그런 일들은 하면 안되는지 그림으로 볼 수 있으니 아이의 호기심을 조금은 누그러뜨릴 수 있겠죠. "궁금해" 때문에 자꾸 다치자 엄마는 "궁금해"를 쫓아버려요. 그러자 "조심해"라는 친구가 나타나지요. 궁금해서 무언가를 실행해볼 때 꼭 조심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일러주는 친구예요. 안전 사고가 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주어야 하는 어린 연령의 아이들에게 책을 보여주어 간접경험을 하게 함으로써 사고 예방을 하는 효과를 볼 수 있어요. 항상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안전 의식, 동화책으로 보여주면 더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