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이 필요 없는 영어 글쓰기 - 미국 최대 출판사 랜덤하우스 교열국장의
벤자민 드레이어 지음, 박소현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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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네 가지 기능 가운데 읽고 듣기는 수동적 기능으로, 쓰고 말하기는 능동적 기능으로 분류된다. 그 가운데 가장 어려운 기능은 단연코 쓰기다. 작문이 가능해지면 나머지 기능은 거의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정도다. 게다가 한국어도 아닌 영어를, 취미도 아닌 생계 수단으로 작문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우리나라 인구 가운데 과연 몇 명이나 해당할까? 모르기는 해도 영자 신문기자, 외교관, 해외 영업직, 교수, 작가, 기업가 등 해당 직군을 다 합쳐봐야 인구의 0.05%도 안 될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은 제목처럼 오로지 영어 글쓰기만을, 그것도 기본 원칙부터 차근차근 다루고 있다. 저자처럼 출판 교열자이거나 문법학자라면, 또는 정말로 영어 자체에 관심이 많거나 작문 실력의 향상이 필요한 경우라면, 왜 이제야 세상에 나타났느냐는 애정 어린 원망을 듣기에 충분할 것 같다.


영어는 규칙적으로 쉽게 통제하거나 규제할 수 없다. 영어는 규범화 과정 없이 영국 제도에 외국인들이 발을 들일 때마다 새로운 문형과 어휘를 흡수하면서 발전했고—우리 미국인들이 수백 년에 걸쳐 장난질 치며 훼손한 건 물론이다—무정부 상태로 진화를 거듭했다. 강제할 수 있는 법이 없다는데, 있지도 않은 법을 강제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23쪽)



오늘날의 영어 문법은 성, 시제, 격, 수 등의 문법 요소가 형제 격인 유럽 언어보다 단순해 보인다. 소유격만 해도 영어는 my, your, his/her, their, its 5개인데 비해 프랑스어는 인칭과 성, 수를 구별하여 mon, ma, mes, ton, ta, tes, son, sa, ses 9개로 세분되어있다. 그러나 영어보다 언어 규칙이 엄격한 프랑스어는 변형과 예외가 적은 편으로 문법만 놓고 보자면 영어보다 배우기 수월하다. 영어의 불규칙성이 커진 데에는 노르만족, 게르만족, 프랑크족 등의 외세가 영국 원주민 켈트족을 지배하던 당시에 끼쳤던 언어 역사적 배경이 한몫한다. 더욱더 가깝게는 보스턴 차 사건 이후 미국에 정착한 개척민들의 영어가 모국으로부터의 간섭을 덜 받게 된 결과 오늘날 의미, 철자, 용례가 달라져 소통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변형되었다.

 

단어가 글을 이루는 살과 근육, 뼈대라면 문장부호는 호흡이다. (40쪽)

 

이 책은 미국 랜덤하우스의 교열국장 벤자민 드레이어가 교열 작업 중에 발견한 작문 오류를 집대성한 것으로, 다소 익살스럽고 흥미로운 어조로 피해야 할 일반적인 철자 실수를 비롯하여 문장의 가독성과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글을 단순화하고 조이는 일을 다룬다. 그는 유명 작가들의 글쓰기에 대한 많은 실수와 오해들을 다루면서, 작가들이나 작품에 대한 자신의 편견을 스스럼없이 드러내기도 하고, 보편적인 글쓰기 지침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글쓰기의 모든 걸 알려주겠다며 가르치려 들거나 작문법 종결자로서 해야 할 역할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30년 교열자 경력을 통해 발견하고 축적한 다수의 오류를 제시함으로써 영어 작문이 필요한 이들에게 마땅한 도구를 제공한다. 그의 설명 방식은 교열자로서 겪었을 남모를 고생과 치열한 고민을 담은 동시에 칭찬받을 만한 재치도 겸비하고 있으며, 일방적인 비판이나 힐난이 아닌 매우 절제된 방식의 유머로 코딩되어 있다. 저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편집하고 교정하는 일이 얼마나 멋진지 뽐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는 작가들에 대한 존경심 또한 빠짐없이 표현하고 있다.

 

Here’s one of those grammar rules that infuriate people.

사람들을 격분시키는 문법 규칙들을 하나 알려주겠다. (120쪽)


 

저자는 대부분 사람이 철자와 구두점은 물론 문법과 표기법을 경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 역시 문법이 싫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영어의 적절한 사용법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문장 구성, 구두법, 단어 선택 등의 세부사항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저자의 정성이 고마울 따름이다. 영어 전공자조차도 미처 몰랐던 지독하게 까다로운 내용을 다루면서도 현학적이고 답답하거나 지루하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저자의 어조는 전반적으로 진지하고 강렬하면서도 거의 모든 페이지에 달린 각주를 통해 경쾌하게 사안에 접근한다. 그는 글쓰기와 편집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기까지 여러 사안을 오해하기도 했으며 교열자 특유의 고집으로 작가들의 원성을 산적도 많았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오류를 바로잡으려면 아무리 말 많고 탈 많아도 교열 작업을 멈출 수는 없다고 말하는 걸 보면, 그는 천성이 타고난 교열자인 것 같다.


맞춤법, 문장부호, 문법 등의 기초적인 문제를 처리하는 방대한 기술적 작업을 제쳐 두면, 글에 특정한 표기 원칙을 적용하는 문제는 글을 경청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경청하는 교열자란 작가의 의도를 훤히 꿰뚫어 글 속에서 대화를 나누는 경지에 이를 정도로 작가의 목소리에 열중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다. (141쪽)

 


대부분 편집자와 마찬가지로 그는 단어의 미묘한 뉘앙스, 매끈한 문장의 흐름, 전체적으로 잘 구성된 글이 주는 원초적 즐거움에 감동한다. 독자 취향에 따라 저자가 선호하는 교열 방식에 선뜻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교열자의 영혼을 갈아 넣는 지루한 작업 과정을 통해 개별 단어의 의미는 물론 철자의 뉘앙스까지 세세히 일러주는 그의 세심함에는 찬탄을 금할 수 없다. 특히, 미국과 영국의 철자법 차이점을 논하면서, ‘미국 회색과 영국 회색은 서로 다른 두 가지 색으로, 전자는 빛나다 못해 거의 은빛 광택이 나지만 후자는 더 무겁고, 칙칙하고, 촉촉하다’고 말한다. 단어 하나에도 미국과 영국의 기후조건이 다르다는 뉘앙스를 이렇게 표현하다니.


영어에 관한 많은 재미있는 사실과 함께 문법과 문체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이 책은 영어 학습자들과 특히 새내기 편집자들을 위한 훌륭한 자료집이자 영어 학습 사전이다. 영어 글쓰기의 규칙을 명확하고 우아하게 정해 줄 뿐만 아니라 올바른 글을 원하는 작가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글쓰기 영역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표준화된 언어 사용 규칙(규범성)과 사람들이 실제로 언어를 사용하는 방법(서술성) 사이의 간격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반드시 지켜져야 할 규칙이 있는 한편, 지켜지지 않아도 되는 규칙 역시 있음을 인정한다. 이러한 입장은 “영어가 불규칙적이고 비논리적인 것으로 악명이 높다면, 영어 사용자들 역시 그렇게 해서 안 될 게 뭐냐”는 그의 질문 속에 녹아있다. 기존의 문법 체계에서 어긋나더라도 절대다수가 사용하면 대세가 되었다가 언젠가는 사라지듯, 언어 역시 유기체와 닮은 생로병사의 과정을 겪는다는 뜻으로 읽힌다.

 

맞춤법 검사기는 기막힌 발명품이지만 틀린 철자만 고쳐 줄 뿐 맥락과 무관하게 잘못 쓴 단어는 잡아내지 못한다. 교열 작업의 대부분이 이런 오류를 잡아내는 일인데, 장담컨대 최고의 작가라는 사람들도 이런 실수를 범한다. (219쪽)


끝으로 이 책의 모든 내용을 흡수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래도 굳이 내용을 선별해서 읽고픈 독자에게 조언하자면,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첫 세 장은 정독하시기를 권해드린다. 간결한 영문을 만드는 법과 영어 글쓰기의 원칙과 비원칙 그리고 문장부호를 사용하는 67가지 방법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접하기에 앞서 전체 분량과 내용의 세밀한 정도를 고려해 보시면 좋겠다. 글쓰기와 편집에 관한 지혜를 간결하게 압축했다기보다는, 저자가 수십 년 동안 교열자로서 작업했던 내용을 모아놓은 일련의 장황한 아이디어로 읽힐지도 모르겠다. 영어 글쓰기의 기초를 다룬 20개의 목록이 유익하면서도 체계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기는 하나, 분명한 것은 글쓰기 요령이나 스타일 또는 문법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룬 참고서는 아니란 점이다. 영어 글쓰기의 지침이 필요하다면, 고민하지 마시고 이 책을 곁에 두시기 바란다.

 

 

#영작문 #교정이필요없는영어글쓰기 #영작지침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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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이 필요 없는 영어 글쓰기 - 미국 최대 출판사 랜덤하우스 교열국장의
벤자민 드레이어 지음, 박소현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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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 관한 많은 재미있는 사실과 함께 문법과 문체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이 책은 영어 학습자들과 특히 새내기 편집자들을 위한 훌륭한 자료집이자 영어 학습 사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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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어떻게 행동이 되는가 -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는 인지조절의 뇌과학
데이비드 바드르 지음, 김한영 옮김 / 해나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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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 번만 실행해도 거듭할 필요가 없는 뇌의 자동화 기능 덕분에 아침 식사를 차려 먹거나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는 과정을 일일이 계획하거나 되새기지는 않는다. 우리는 어떻게 상상만 했거나 이전에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상황에 잘 대처하고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것일까? 왜 우리는 나이가 들면 과거를 기억하려 애쓰는 걸까? 미국 브라운 대학의 인지학, 언어학, 심리학 교수이자 이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바드레는 우리의 뇌가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일련의 행동을 실행하며 특정 자극에 산만해지도록 설정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인간은 장기적이고 원대한 목표에서부터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시는 것과 같은 가장 간단한 허드렛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일을 해낸다. 때때로 우리 마음에 새로운 목표가 생기면 시도조차 해 보지 않은 일도 곧잘 해낸다. 일상적으로 보이지만 지구상의 어떤 다른 종이나 인공 지능도 아직 이런 능력에 근접하지 못했다. 문제는 우리가 이것을 ‘어떻게 해내느냐’는 것이고, 이 책은 우리의 뇌가 뭔가를 해내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 한다. 이렇게 일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의 중심에는 신경과학자들이 ‘인지조절’ 또는 ‘실행기능’이라고 부르는 기능이 있다. 인지조절은 우리의 지식을 행동으로 연결하며 목표에 부합하는 일을 수행할 수 있게 해 준다. 신경과학과 심리학은 우리가 어떤 일을 실천에 옮길 욕구를 느끼거나 직접 실행하는데 필요한 규칙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음을 강조해왔다. 우리의 뇌는 지식을 받아들이면 그것을 실행하는데 필요한 계획을 세우며, 그럼으로써 우리는 원하는 바를 조절하며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가 하고픈 일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결정하는 청사진을 그려낸다. 이것이 바로 인지조절의 기능이며 우리가 마음에 품은 생각을 실행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분야에 관한 한 인간은 다른 어떤 종보다도 뛰어나다. 그러나 이 민첩한 인식의 재능은 또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약간의 비용과 한계를 동반한다. 예컨대 우리가 멀티태스킹에서 겪는 어려움, 정신적 노력이 요구될 때 겪는 피로감, 우리가 저지르는 일상적인 실수와 오류, 아동기에서 성년기로 독립성을 향해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보내는 시간 등은 모두 우리의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 생겨난 이 독특한 시스템의 결과물이다.




이 책은 의사 결정, 기억, 생산성, 아동 발달, 노화, '뇌 훈련'의 이점, 정신건강의 도전 등 특정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뇌와 인지에 대해 대체로 궁금해하는 독자들을 위한 안내서이기도 하다. 주로 ‘인지조절’이라는 렌즈를 통해 위의 주제들을 다루고 있는데, 인지 기능의 이런 낯선 측면을 탐색하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상상한 것을 통해 뇌가 어떻게 우리를 행동하게 만드는지를 살펴본다. 인지조절과 뇌의 메커니즘은 우리가 하는 모든 일, 즉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고, 한꺼번에 여러 가지 작업을 하고, 충동을 억누르고, 디지털 세계를 항해하고, 심지어 기억하는 우리의 모든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인지조절은 우리가 독립적인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과 나이가 들면서 그 독립성을 유지하는 방법 모두를 결정한다.

저자는 다양한 측면에서 인지 제어를 이해하기 위한 구조를 과학의 관점에서 제공한다. 인간이 광범위한 환경에서 어떻게 이토록 기발하게 적응할 수 있는지 우리는 오랫동안 마음과 뇌에 대해 궁금증을 품어왔다. 최근 코로나 상황에 인류가 대응해온 것처럼, 인류를 제외한 지구상의 어떤 다른 종들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갑작스레 전개된 상황에 일사불란하게 반응할 수 있었을까? 우리는 코로나 상황에서 다수의 사람이 모이기 어려워지는 새로운 환경에서도 Zoom이나 구글 온라인 클래스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여 원격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방법을 배웠다. 또한, 온라인으로 음식을 찾고, 친구들을 만나고, 우리의 삶을 정리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집을 나설 때마다 마스크를 지참하는 등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일상이 추가되었다. 일상생활이 급격하게 바뀌었지만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 며칠 또는 몇 주 만에 적응하였다. 그러나 이처럼 행동을 발전시키기 위해 수천 번의 시행착오 학습이나 수천 년의 진화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우리의 인지조절 능력 덕택에 거의 순식간에 해낸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만드는 우리의 능력이 놀랍기도 하지만, 왜 이 모든 것이 그렇게 어려운지를 묻는 것도 중요하다. 올해는 왜 이렇게 살기가 힘들었을까? 재택 근무하는 부모와 재택 학습을 하는 아이들이 한 집에 머무는 동안, 그저 한 식구가 한 집에 함께 있을 뿐인데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왜 우리는 전 세계 사람들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아야 한다면서도 정작 완화에 도움 되는 행동을 점점 덜 준수하는 ‘팬데믹 피로’를 흔히 볼 수 있는 걸까? 이 책은 코로나와 같은 주제를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저자는 인지 제어의 신경과학에 초점을 맞추어 이러한 질문들을 연구하며, 자신의 과학적 경력을 바탕으로 비전문가 독자들에게 이 주제를 소개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잠시 시선을 돌려 우리가 마음속에 어떤 목표를 지녔는데 그 목표를 이루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으며 그것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왜 그것을 실행하지 못하는가를 생각해 보자. 호기심 많은 독자라면 이런 질문을 너무나 단순하면서도 여전히 과학적으로 답을 얻지 못하는 수수께끼라고 여길 것이다. 우리의 지식과 목표를 행동으로 연결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무엇을 하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조차도 그것을 실행하는 현실과 연결될 방법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인지조절이 뇌에게 제공하는 기본적인 기능이다. 예를 들어 폴 에슬링거와 안토니오 다마시오에 의해 문헌에 보고된 EVR 이라 칭한 환자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는 뇌종양으로 인지조절 기능에 필수적인 전두엽의 상당 부분을 제거당했으나 수술 후의 임상 평가 결과는 꽤 긍정적이었다. 그의 인지력 검사 결과 뇌 손상으로 인한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그의 병원 밖 생활은 매우 달랐다. 수술받기 전 그는 활동적이며 지역사회의 존경을 받는 잘나가는 회계사였다. 그러나 그는 불과 몇 년 만에 이혼과 재혼을 반복하면서 직장과 삶의 기반을 잃었다. 그가 해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목표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명확히 말할 수 있었지만, 조직적이거나 의미 있는 방법으로 수행할 수 없었다.


우리는 EVR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하고 싶은 바를 떠올리거나 간단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우리의 지식과 행동을 연결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인지조절의 역설을 볼 수 있다. 이 복잡하고 바쁜 세상에서, 우리의 뇌는 우리의 행동을 제때 그리고 무한한 목표를 가지고 조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며, 실행 여부를 추적하는 수단이 필요하다. EVR과 같이 인지조절 기능을 상실한 환자들의 이야기는 오랫동안 과학자들을 궁금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의 흥미 또한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 책을 처음부터 독파하기 부담스럽다면 곧장 흥미로운 주제를 다룬 장으로 건너뛰어도 좋다. 일례로 멀티태스킹을 다룬 5장은 바쁜 디지털 세계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흥미로운 소재이다. 왜 우리가 멀티태스킹을 그렇게도 못하고 어려워하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으며, 우리의 일상생활에 지니는 멀티태스킹의 의미를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인지조절은 우리 삶의 중심이지만 그 이면에 있는 뇌과학에 대한 폭넓은 이해는 거의 없었음을 지적하면서, 저자는 생소한 인지 기능이 널리 이해되기를 바라고 있다. 엄밀히 말해 이 책이 자기계발서는 아니지만, 독자들이 자신의 삶에서 인지조절 능력을 키우기 위해 이 지식을 활용할 만하다. 인지조절은 우리의 통제 안에 있고, 우리의 삶과 환경을 구조화하여 인지조절 체계를 작동할 수 있기에 그렇다. 이처럼 우리는 뇌과학을 과거보다 더 확실히 이해함으로써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특정 주제와 마주쳤을 때 그 본질을 들여다볼 안목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과학자들이 복잡한 과학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을 다룬 이 매혹적인 이야기를 통해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하고 과학적인 생활 방식을 지향하게 된다. 결국, 과학은 우리를 좀 더 잘 이해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이 책이 가진 옥에 티가 있다면 저자의 박식함을 보여주는 전문적인 학술용어와 세밀한 서술이 심리학, 인지과학, 또는 관련 분야의 기초 지식이 불충분한 독자를 압도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하지만 신경과학과 뇌의 특정 구조를 배우는 데 관심이 있거나, 자신의 뇌가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 그 과정이 궁금했던 독자라면 대단히 환영할만한 소재임이 틀림없다. 

 

#뇌과학 #생각은어떻게행동이되는가 #인지조절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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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어떻게 행동이 되는가 -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는 인지조절의 뇌과학
데이비드 바드르 지음, 김한영 옮김 / 해나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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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의 지혜가 담긴 작심삼일의 과학적 원리를 최신 뇌과학 인지조절 이론으로 풀어 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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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종말 - 팽창과 장벽의 신화, 미국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렉 그랜딘 지음, 유혜인 옮김 / 커넥팅(Connecting)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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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 연설에서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델라노 루스벨트는 샌프란시스코 청중에게 미국은 초창기부터 여타 나라들과는 항상 달랐으며 특별한 국가임을 강조하였다. 이미 오래전 개척지에서 출발하여 서해안에 도달한 개척자들의 후예로서 그는 아마도 남다른 자부심을 느꼈을 것이다. 그보다 훨씬 앞서 서부 개척의 논제를 최초로 명료하게 밝힌 사람은 위스콘신 대학의 역사학자 프레더릭 잭슨 터너였다. 1893년, 그는 지친 청중들에게 미국 역사상 국경의 중요성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였으나 질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세상은 빠르게 깨어났다. 터너는 미국이 지리적 행운의 축복을 받았다고 생각하였다. 표면적으로 무한한 확장이 가능해 보이던 서구는 너무 많은 사람이 너무 좁은 공간에 갇힐 때마다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해주곤 했다. 국경은 인종차별을 정당화하고 사람들에게 평화롭게 함께 사는 법을 가르쳐준 동시에 가난, 불평등, 극단주의를 포함한 다른 사회적 문제들도 함께 희석해주었다. 내부의 정치적 문제를 외교적 돌파구로 해결하는 구대륙의 제국주의적 행태가 신대륙에서도 여전히 반복된 것이다. 터너는 국경이야말로 미국이라는 나라에 젊은 활력을 되찾아주는 마법의 샘이라고 선언했다.

 

 

저자는 당시의 이런 배경을 더 깊고 풍부하게 묘사해준다. 터너는 국경을 초원의 잡초처럼 땅에서 개인주의가 싹트는 곳으로 묘사했지만, 저자는 이와 반대로 국가가 국경보다 한발 앞서 있던 현실을 지적한다. 정착민들이 개척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정부가 먼저 땅을 확보한 후 측량하여 도로를 건설했으며, 그 과정에서 미국 군대는 역사상 가장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피를 뿌리며 미국 원주민과 멕시코인들을 삶의 터전에서 제거해 나갔다. 미국은 단연코 비길 데 없는 자유를 기반으로 세워진 나라였다. 국경 신화의 최고 매력은 ‘여기, 지금’의 골칫거리를 국경 너머로 옮길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국경 너머로 팽창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고, 모두가 승자가 되어 지구의 부를 공유할 수 있는 무한한 세계가 약속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 국경은 신기루였으며 넘을 수 없는 장벽이 되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는 흔한 미국인들의 자긍심은 역설적이게도 과거 역사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그들은 오랜 시간 동안 역사의 굴레에서 벗어나려 애써왔다. 북미 대륙 도처에 피를 뿌리며 그들이 질주할 수 있는 모든 경로를 상상했다. 두려움 없이 더 대담하고 자유로운 미래로 달려가고 싶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선조들이 자초한 궁지에 몰렸다. 국경확장과 남북전쟁의 양상이 전 세계로 넓어졌을 뿐 미국은 여전히 똑같은 전쟁을 치르고, 똑같은 학살을 반복하며, 수많은 전쟁 과부들이 똑같은 눈물을 흘려야 할 운명이다. 그런데도 귀신에 홀린 듯 총기 판매와 소지를 합법화하고 아이들의 손에 총을 들려주며 기뻐하고 있다. 점점 규모와 빈도가 커지는 학교 총격사건, 끝없는 해외 파병과 전쟁,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와 대규모 노숙자 캠프, 세계에서 가장 큰 감옥 시스템과 가장 많은 재소자 등, 점점 더 번잡해지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멕시코를 분리하는 상상 속의 선에 집착하였다. 그는 정치적 경계를 실제 물리적 장벽으로 바꾸고 싶었으며 실제로 의회가 그의 장벽에 자금을 대주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연방정부를 폐쇄하기도 했다. 그의 ‘아름다운 벽’은 국가의 다른 모든 기능보다 그와 그를 숭배하는 제삼자들에게 더 큰 의미를 지녔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지 2년이 넘도록 미국 언론은 여전히 트럼프 주의를 부추기는 맹목적인 분노로 혼란스러웠다.

 

이 책의 제목에서 말하는 신화는 다름 아닌 국경 그 자체다. 모든 나라가 국경을 가지고 있지만, 미국의 국경은 항상 변화하며 새로움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미국 역사에서 국경은 계속 확장되는 경계였다. 처음에는 앨러게니 산맥 서쪽의 내륙을 가리켰고, 그 다음에는 미시시피강 서쪽, 그다음에는 로키산맥 서쪽을 가리켰다. 지리적 개념의 국경이 추상적으로 바뀌어 끝없는 경제 성장을 의미하면서, 국경은 본토를 벗어난 미국 은행과 항공모함, 미군 군사기지 등 끊임없이 확장되는 전초기지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저자는 국경이 집단 학살과 폭력이 자행되던 지역이었음을 분명히 지적한다. 초기 정착민들에게 미국은 실제 거주지만큼이나 정신적인 열망의 대상이었다. 이 땅의 명백한 경계는 그들에게 부활과 구원의 기회를 제공하였고 마침내 그들은 동쪽 끝 매사추세츠만 식민지에서 서쪽 끝의 태평양 연안에 도달하였다. 훗날 ‘건국의 아버지’로 신화가 된 이들에게 정복, 즉 ‘백인 정착민들이 원하는 땅을 점령할 수 있는 권리’는 처음부터 자유와 불가분의 관계였다. 미국적인 의미에서 자유란 국경 너머 무한한 땅을 차지할 기회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이쯤에서 톰 크루즈가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서부 개척시대 영화 ‘Far and Away’가 떠오른다. 1889년 당시 미국 정부는 개발 제한 구역으로 지정한 땅을 주민들에게 개방, 미리 나눠놓은 구획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이에게 집을 짓고 살 권리를 주었는데 이 제도는 일명 ‘랜드 러쉬(land rush) 또는 랜드 런(land run)’이라 불린다. 본래 그 땅은 토지 소유의 개념이 없었던 인디언들의 삶터였으며 학살과 폭력으로 원주민을 강제이주시켜 비워낸 곳이었다.

 

 

영리하게도 미국 정부는 계급 갈등을 국경 밖으로 분산시키고 계급의 분노를 인종에 투영시킴으로써 회피할 수 있었는데, 이것은 여러모로 편리했다. 부유층과 무산계급 사이의 사회적 모순, 즉 인간이 소유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갈등을 국경 너머 서쪽으로 밀어냄으로써 해소할 수 있었다. 신생 국가의 인구가 늘거나 사회적 갈등이 긴장하기 시작할 때면 언제든 서쪽으로 구역을 확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848년, 유럽의 노동자들이 시민혁명을 겪는 동안에도 미국은 국가적 내홍을 겪는 대신 멕시코 영토의 절반을 합병할 수 있었다. 멕시코인들은 미국의 잔혹함에 익숙해졌으며 지속적이고 끝없는 팽창과 그에 따라 정부를 조직하는 능력에 익숙해진 나라가 자신들을 흡수했다고 기록한다. 이후 테디 루스벨트나 우드로 윌슨 같은 진보 정치인들은 제국에 적합한 이데올로기로 무장했다. 국경은 폐쇄되지 않았지만, 대양을 가로질러 바깥으로 이동했다. 이 시기 미국 국내에서는 무관심한 인종 테러가 빈번했는데, 남부 국경을 따라 퍼져 있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과 멕시코계 미국인들에 대한 린치 사건이 해외에서의 비일상적이고 말살적인 폭력과 일치했다. 쿠바, 아이티, 필리핀, 도미니카 공화국, 니카라과의 미국 점령지에서 수십만 명이 사망했다. 대다수 백인 미국인들에게 이것은 불협화음의 어떠한 원인도 될 수 없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은 터너의 변형 마법이 통하지 않는 곳, 즉 인종차별과 잔인성의 보고가 되었다. 최초의 실제 울타리는 1945년 일본계 미국인들을 위한 전시 수용소에서 용도 변경된 기둥과 철조망으로 세워졌다. 1990년대에 세워진 국경장벽의 연장은 베트남군이 폐기한 헬리콥터 착륙장으로 건설되었다. 더는 갈 곳이 없는 상황에서 폭력은 계속해서 소용돌이치며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오는데 언제나 이상할 정도로 익숙하다. 물리적으로 국경을 팽창시킬 수 없게 된 오늘날의 미국에게 한국과 독일, 일본 등지의 해외 파병기지, 핵 잠수함과 항공모함, 미국 자본의 첨병인 은행과 금융기관, 심지어 미국산 프랜차이즈 지점 등은 새로운 국경의 개념이 되고 있다.

 

 

무한 확장의 자유와 이상향의 대상이던 국경은 마침내 폐쇄되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오늘날 무기 제조사들과 전쟁광(chicken hawk)처럼 가장 착각에 빠진 사람들만이 끝없이 확대되는 미군의 모험주의를 열망한다. 경제학자나 억만장자가 아닌 이상 국가의 무한성장을 믿을 사람은 거의 없다. 누구도 더는 자기 소모적이며 극단주의적인 세계관을 강요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은 누군가에게는 매우 고통스러운 책이며, 선견지명이 뚜렷하고, 꼼꼼하며 동시에 비난의 대상이다. 저자의 글은 굳이 알아둘 필요가 있을까 싶은 각 시대의 세밀한 세부 사항에도 주의를 기울이며 풍부한 학식과 문체의 우아함을 함께 드러낸다. 그는 당대 우익 세력의 숨겨진 조상이 했던 말과 행동을 밝혀내는데 탁월하며, 오랫동안 미국을 괴롭혀온 이상한 질병에 대해 설득력 있는 원인을 제시한다. 그는 오로지 신화의 영향력이 약해진 것뿐이며 많은 미국인이 아픈지도 모르고 지내왔다는 사실을 절묘하게 파헤치고 있다. 신화의 종말에 당도하여 더는 갈등을 저 국경 너머로 몰아낼 수 없게 된 미국이 과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어떤 자세를 갖출 것인지 궁금한 독자에게 일독을 권해드린다. 

 

#국제정세 #정치외교 #신화의종말 #미국국경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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