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의 역사 - 알지 못하거나 알기를 거부해온 격동의 인류사
피터 버크 지음, 이정민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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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 시대를 맞아 새로운 무지를 각성하게 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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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사건들
김형민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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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 독식을 뜻하는 ‘Winner takes it all’이라는 표현처럼 인류 역사에서 승자는 전쟁이나 갈등에서 권력을 쥔 세력이었다. 모든 것을 다 가졌기에 이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후세에 전할 자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승자는 국가의 통제권을 가지며 이를 통해 교육, 문서 보관, 미디어 등을 통제하면서 자신들의 업적을 강조하고, 패배자의 시각은 무시하거나 왜곡할 수 있는 힘을 지닌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권력층에 속해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사건을 기록하고, 불편한 사실이나 패배자의 목소리는 삭제하거나 축소하였다. 역사 기록이 대부분 문자로 남겨졌던 과거에는 특히 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기록을 남길 수 있었기에, 승자의 이야기가 역사로 남는 경우가 많았다.

 

승자는 자신의 정당성을 강화하고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자신들이 정의롭고 올바른 세력으로 그려지도록 역사를 기록하려 했다. 이를 통해 사회적, 정치적 안정성을 유지하고 자신의 통치를 정당화할 수 있었다. 패배자의 시각은 자신들의 통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의도적으로 배제되거나 왜곡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처럼 승자의 관점에서 기록된 역사에는 종종 중요한 사실이 생략되거나 왜곡되곤 한다. 특히 식민주의나 제국주의 시대에는 정복자들이 피정복 민족의 문화를 억압하거나 지우면서 자신들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역사를 기록했다. 이런 역사는 후대에 걸쳐 그대로 전승되면서 당대의 가치관과 정치적 이익에 부합하도록 재해석되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패배자의 기록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다양한 사료의 발굴, 기술의 발달, 다각적인 역사 연구를 통해 억압받은 목소리나 패배자의 관점이 조명되면서, 역사를 더욱 공정하고 다층적으로 바라보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보여주는 특별한 한 가지가 있다. 뻔한 승리자의 기록보다는 패배자의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려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리앗이라 불리는 절대권력, 거대 악에 맞서 싸운 수많은 다윗의 절대 사소하다고 할 수 없는 이야기라니, 멋지지 않은가?

 

사전적 정의로 'underdog'은 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낮거나 더 약한 사람 또는 팀을 의미한다. ,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이들을 가리키며 종종 예상치 못하게 승리하는 경우로도 사용된다. 보다 확장적으로는 사회, 경제, 정치 분야에서 약자나 불평등한 상황에 부닥친 사람들을 의미하기도 한다. 본래 이 단어는 19세기 영국의 목재 공업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1조로 목재를 톱질할 때 한 사람은 나무 위에서, 다른 사람은 나무 아래에서 자르는 작업을 했다. 이때 아래에서 톱질하던 사람을 ‘underdog’이라고 불렀으며, 불리한 위치에서 힘든 일을 맡았다는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이후 이 단어는 점차 스포츠와 경쟁의 맥락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나 팀을 지칭하는 데 사용되기 시작했다.

 

산하의 오역으로 유명한 저자 김형민의 신간 세계사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사건들은 역사의 흐름을 뒤바꾼 결정적인 사건들을 조명하며, 특히 강력한 권력에 도전한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의 핵심 주제는 흔히 '다윗과 골리앗'의 구도로 설명될 수 있는, 강자에 맞선 약자들의 이야기다. 김형민은 이러한 약자들을 '언더독(underdog)'이라고 표현하며, 이들이 어떻게 거대한 권력에 맞서 역사를 바꾸었는지에 주목한다.

 

1. 역사적 사건을 통해 보는 '언더독'의 의미

저자는 동서고금 역사 속에서 약자가 강자에 맞서 승리한 사건들을 면밀히 분석한다. 약자들은 단순한 패배자가 아니라 그들만의 지혜와 용기, 상황을 읽는 능력 등을 통해 승리를 끌어낸 다윗들이었다고 강조한다. 사건마다 고유의 배경과 맥락을 제공하면서 독자들에게 다양한 역사적 사건들이 왜 중요한지 설명한다. 예를 들어, 스파르타쿠스의 반란은 단순한 노예들의 저항이 아니라 로마 제국의 정치적, 사회적 균열을 폭로한 사건으로 해석된다. 단지 힘의 싸움이 아니라 지배 체제에 대한 도전이었으며, 이러한 도전이 로마의 권력을 근본적으로 위협했음을 강조한다. 저자는 이러한 접근법으로 독자가 역사 속 사건들을 더욱 심층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2. 다양한 시대와 인물들

책에서 다룬 사건들은 특정한 시대나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고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시대와 인물들을 포괄한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각 시대의 정치적, 사회적 맥락을 꼼꼼하게 분석하며, 사건들이 단순한 우연이 아닌 필연적 결과임을 논증한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저자가 다루는 인물들의 다양성이다. 예를 들어, 여성 권리 운동가, 반제국주의자, 인권 운동가, 독립투사, 평범한 시민 등 전통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약자와 소수자 인물들이 '언더독'의 전형으로 제시된다. 이를 통해 저자는 역사적 사건들을 단순히 위대한 영웅들의 이야기가 아닌, 시대를 움직인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로 재조명한다.


전체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1장 생존을 위해선 못할 게 없다(전략 편)에서 핀란드의 소련 침공 저지, 베트남 전쟁 등 생존을 위한 전략을 세운 여러 민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들 사건을 통해 약자가 강자에 맞서 싸운 예를 찾아볼 수 있다.

2장 용기 있는 자만이 역사를 바꾼다(용기 편)에서는 아우슈비츠에 자진 입소한 비톨트 필레츠키와 같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개인의 용기가 역사적 변화를 어떻게 이끌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들은 강자에 맞서 싸우며 역사에 중요한 흔적을 남겼다.

3장 한목숨 바쳐 강자에 맞선 약자(결의 편)에서는 대대로 왕권의 보호를 받던 송나라 시씨 가문이 망국의 위기를 맞아 은혜를 갚기 위해 몽골과의 전투에 나섰던 사례 등 약자가 강자에 맞서 어떻게 저항했는지를 다루면서 희생과 투쟁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4장 지혜롭게 대처할 줄 알아야 한다(지혜 편)에서는 칭기스칸이나 메넬리크 2세와 같은 인물들이 역사적 상황에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통해 지혜와 전략이 전쟁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한다.

5장 신념을 지니면 아무도 막을 수 없다(신념 편)에서는 나치에 저항한 유대인 축구 선수들의 이야기를 통해 개인의 신념이 어떻게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는지를 강조한다. 그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신념을 지켰다.

 

3. '언더독'의 전략과 특징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약자가 강자를 이긴 사건들을 나열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언더독'들이 보여준 공통적인 특징을 분석하는 데에 있다. 저자는 이들이 단순히 물리적인 힘에서는 약했을지 몰라도 심리적, 전략적 측면에서는 결코 약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히틀러를 암살하기 위해 집회 건물의 기둥 속을 파서 폭약을 설치한 평범한 농부처럼, 약자들은 종종 예상치 못한 전략을 사용하거나 그들의 작은 힘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고안해냈으며 이러한 전략적 사고는 전쟁, 정치, 혁명 등 여러 분야에서 공통으로 나타난다. 저자는 이와 같은 사례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며, 독자들에게 '언더독'의 힘이 단지 우연이나 운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약자들이 자신의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그에 맞는 결정을 내렸는지를 깊이 있게 파헤침으로써 '언더독'들이 왜 역사를 바꿀 수 있었는지를 알려준다.

 

4. 역사적 맥락 속에서의 현대적 통찰

이 책은 단순히 과거의 사건들을 다루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오늘날의 독자들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약자들이 보여준 전략적 사고와 용기는 오늘날의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며, 많은 사람이 직면한 불평등과 권력 구조에 대한 문제를 재고하기에 충분하다. 이를 통해 독자는 역사적 사건들을 단순한 과거의 일이 아닌, 현재에도 적용될 수 있는 교훈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언더독'의 개념은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점을 강조하며 약자의 역할이 단지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역설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자 높이 평가하고 싶은 것은, 저자가 여전히 진행형인 역사의 흐름 속에 서 있는 우리의 현 상황과 위치를 끊임없이 상기하며 주지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잊어서는 안 될 것이 바로 우리의 현재이며 이는 곧 과거와 미래의 연결지점이라는 시각이다.

 

5. 결론: 역사에서 배우는 약자의 힘

이 책은 역사를 바꾼 중요한 사건들을 흥미롭게 풀어내며, 약자들이 어떻게 거대한 권력에 맞서 싸웠는지를 세밀하게 분석한다. 저자는 각 사건의 배경과 맥락을 꼼꼼히 설명하며, 독자들이 역사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단순히 과거의 사건들을 나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도도히 흐르는 강물처럼 끊임없는 인류의 의지와 도전을 강조한다. 저자는 각 사건이 단순한 역사적 사실을 넘어 인류의 생존 본능과 가치관의 변화를 나타낸다고 본다. 또한, 인물의 선택과 행동이 어떻게 역사적 흐름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이 책을 통해 역사 속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언더독'들의 힘을 새롭게 조명하면서, 자기 가족의 안위를 위해 국민의 안위를 미끼로 전쟁까지 저울질하는 함량 미달의 국가 지도자와 그들을 옹호하는 세력 덕분에 언더독이 되어야 할 처지에 놓인 수많은 독자께서 역사를 움직이는 진정한 힘은 어디서 비롯되는지 깊은 통찰을 얻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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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끗 어휘력 - 어른의 문해력 차이를 만드는
박선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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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쉽게 혼동하는 '어휘력 vocabulary''문해력 literacy'은 모두 언어 능력과 관련된 개념이지만 그 의미와 활용에서 차이가 있다. 어휘력은 한 사람이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단어나 표현의 수와 그 능력을 의미한다. , 얼마나 많은 단어를 알고 그 단어들을 얼마나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를 가리킨다. 그래서 학력과 연령대 별로 아동과 성인이 이해하는 어휘의 개수는 큰 차이를 보인다. 만약 아이가 다양한 단어를 알고 있고 그 단어들의 뜻을 정확히 이해하여 적절한 상황에 쓸 수 있다면 그 아이는 어휘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문해력은 글을 읽고 그 의미를 이해하며 비판적 사고를 통해 그 정보를 평가하거나 재구성하는 능력이다. 단순히 글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그 내용을 바르게 해석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는 능력까지 포함한다. 누군가가 복잡한 텍스트를 읽고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며 이를 자신의 언어로 풀어 설명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문해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이 둘의 차이를 말하자면, 어휘력은 단어 자체의 이해와 사용 능력에 집중하는 반면, 문해력은 단어를 포함한 텍스트 전반을 읽고 그 의미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어휘력이 좋은 사람은 모르는 단어를 거의 만나지 않거나 만난다고 해도 그 뜻을 쉽게 유추할 수 있지만, 문해력이 좋은 사람은 텍스트의 전체적 맥락과 논지를 이해하고 그 속에 담긴 정보를 비판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요라는 단어를 정확히 이해하고 일기에서 적절하게 사용했다면 어휘력, 소설을 읽고 등장인물의 심리를 잘 이해하며 그 의미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했다면 문해력인 것이다. 결국 두 개념은 서로 관련이 있지만, 어휘력은 주로 단어 수준의 능력을 말하고 문해력은 그 단어들이 포함된 텍스트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에 초점을 둔다. 그렇다면 정숙표지판 앞에서 큰 소리로 잡담하거나 금연표시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어휘력과 문해력 둘 다 수준 이하라고 보아야 할까?

 

이 책의 목적은 언어의 미세한 차이를 깊이 있게 다룸으로써 어휘력을 향상하는 데 있다.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단어와 표현들의 뉘앙스를 분석하고, 그 차이를 이해하며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어휘의 미묘한 차이가 어떻게 문장의 의미와 감정을 바꿀 수 있는지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설명하며, 독자들이 이를 통해 말과 글을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1. 서문: 언어의 힘과 중요성

이 책의 서문은 언어가 인간 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 도구인지 강조한다. 언어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감정과 의도를 정확히 표현하고 상대방과의 관계를 형성하며, 더 나아가 사회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어휘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그저 많은 단어를 알고 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단어들의 정확한 뉘앙스까지 파악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한다.

 

2. 어휘의 미세한 차이

책의 본격적인 시작은 일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단어 간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출연과 출현처럼 비슷한 철자를 가진 두 단어가 실제로는 어떻게 다른 상황에서 사용되는지, ‘결단과 결딴처럼 발음이 똑같은 단어라도 문맥에 따라 그 의미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이 과정을 통해 독자들이 단어를 더 깊이 이해하고, 보다 세련된 표현을 구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이러한 어휘 차이를 무시하거나 간과하면 일어날 수 있는 오해나 불필요한 감정적 충돌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단순히 "차이가 별로 없겠지"라고 넘겨짚는 대신 미세한 차이를 통해 더 정확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3. 실용적인 어휘력 향상 방법

저자는 이 책에서 어휘력을 효과적으로 향상하기 위한 실용적인 방법들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특정 단어가 자주 쓰이는 문장 패턴을 익히는 것, 문맥 속에서 그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는 연습을 하는 것, 일상에서 들리는 단어들을 유심히 듣고 분석하는 것 등이 있다. 또한, 어휘를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팁과 기술을 공유하며 독자들이 학습한 어휘를 장기적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돕는다.


4. 어휘력과 창의적 사고

책의 후반부에서는 어휘력이 창의적 사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다룬다. 단어를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은 단순히 말이나 글을 더 풍부하게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고의 폭을 넓혀주고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하는 데에도 이바지한다. 어휘력이 풍부해질수록 생각의 유연성이 향상하고, 이를 통해 더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5. 독자의 관점에서 본 장단점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독자들이 어휘의 뉘앙스를 쉽게 이해하고, 이를 실생활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제시한다는 점이다. 저자의 설명은 매우 구체적이고 실용적이어서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으며, 다양한 예시와 사례를 통해 독자들이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돕는다. 그러나 한편으로 일부 독자들에게는 지나치게 세세한 분석이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휘의 미세한 차이에 집중하는 것이 모든 독자에게 필요하거나 흥미롭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이 부분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6. 엉뚱한 제안

이 책은 혼동하기 쉬운 각각 두 개의 단어로 짝지어진 비교 쌍 형식으로 제시하고 있다. 단어마다 고유의 의미를 적어두고 있는데, 만일 의미 차이를 확실히 설명하기 위해 한글 단어 뜻 이외에 영어 단어나 구로 유의어를 제시해보면 어떨까 싶어 사전을 뒤적여가며 영어 단어를 끄적여 봤다. 의외로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본의 역할로도 썩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물을 가리키는 명사는 비교적 습득이 쉽겠지만, 품사도 같은데다 철자만 조금씩 다른 단어들은 배우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은 단순한 모음 철자의 차이로 뜻이 완전히 멀어지는 한국어 용례를 위해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 방면으로 특화된 면이 있다. 세계적으로 한국어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는데 그 유행에 편승하는 데 그치지 말고, 만국 공용어인 영어로 확연한 뉘앙스 차이를 설명해주는 해설을 덧붙여 준다면 국제적이고 독보적인 한국어 교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예컨대 ~다고 해의 줄임말인 It is said that~, 종결어미 I found the fact that~처럼 설명을 달아 줄 수 있겠다.

 

7. 결론

이 책은 단순히 많은 단어를 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휘의 정확한 사용법을 이해하는 데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언어의 미묘한 차이를 인식하고 더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저자의 깊이 있는 분석과 실용적인 조언은 일상적인 대화나 글쓰기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상황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어휘력 향상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으며, 특히 언어의 힘을 제대로 활용하고 싶은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해 드린다.

 

 

 

#한끗어휘력 #박선주 #도서추천 #인문교양 #문해력 #어휘력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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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끗 어휘력 - 어른의 문해력 차이를 만드는
박선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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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어휘력으로 당신의 소중한 교양을 지켜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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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난 사람들 - 도시의 빈곤에 관한 생생한 기록
매튜 데스몬드 지음, 황성원 옮김 / 동녘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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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현대 미국 사회에서 주거 불안정과 빈곤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탐구한 사회학적 논문이자 심도 있는 다큐멘터리이다. 2016년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미국 위스콘신 주 밀워키의 저소득층 주거 지역을 배경으로, 주거 환경이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여러모로 조명한다. 책은 여덟 명 주인공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이들은 모두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집을 잃거나 임대료를 내기 어려워 퇴거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각기 다른 사연을 갖고 있으며 공통적으로 부당한 주거 환경에서 고통받는다. 이 책은 단순히 빈곤 문제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퇴거의 원인과 결과 그리고 이를 둘러싼 복잡한 경제적, 사회적 구조를 자세히 분석한다.

 

현장에서의 연구를 기반으로 한 이 책은 놀라운 통찰력과 분석력을 보여준다. 미국의 퇴거 문화는 번성하는 주택임대 산업을 지탱하는 기초이며 정확한 금액까지 해부된다. 저자는 자신이 연구하는 동안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불안정한 생활을 은밀하게 그려낸다. 이 잘 알려지지 않은 세상에 대한 조사는 녹음기의 도움을 받아 이루어졌으며, 현대 미국 빈곤에 대한 가장 개인적이고 완성도 높은 탐구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절망에 빠지고 마약에 중독된 빈곤한 사람들과 이들의 삶을 형성하는 '집주인'이 좌지우지하는 위험하고 불안정한 사회적 환경, 즉 집이라 불리는 공간을 목격하게 된다.

 

저자는 독자에게 각 개인의 삶에 깊숙이 들어가게 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그려낸다. 사회복지 시스템의 결함과 임대 시장의 잔혹함을 보여주며, 독자들은 주인공들이 겪는 현실을 통해 미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특히, 주거 문제는 단순한 경제적 어려움이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 걸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연구는 마치 소설처럼 부드럽게 읽히도록 자연스럽게 서술되었고, 퇴거 현장이 사람들의 삶 속에 잘 녹아있어 정보가 더 쉽게 흡수된다. 대화체 위주의 표현으로 건조하고 지루한 사실로 가득한 교과서처럼 읽히지 않도록 했다. 저자가 연대기적으로 다룬 퇴거민의 삶은 인류가 실패와 생존을 반복하며 극복해온 과정과 다르지 않으며, 역설적으로 이들 실패한 자들의 공동체에서 위안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다. 동시에 빈곤층을 착취하고 그들을 소모품처럼 대하며 날로 번창하는 빈민가 주택 임대 산업의 민낯을 드러낸다.

 

저자는 공정 주택법이 제정되었던 민권 운동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며 진실을 해부한다. 때로 감동적이자 감성에 호소하는 이 책은 미국의 얼굴을 비추는 반짝이는 거울과 같다. 퇴거 과정, 아니 퇴거 문화는 범죄와 퇴거가 놀라운 빈도로 서로를 이끌며 공동체에 파급 효과를 미치는 악순환이자 제도적으로 빈곤층을 착취하는 수단임을 보여준다. 또한 퇴거가 범죄로 이어지며 범죄의 온상이 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이 책의 주요 주제 중 하나는 주거 불안정이 빈곤을 어떻게 악화시키는지에 대한 문제다. 퇴거는 단순히 집을 잃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이 계속해서 빈곤의 악순환에 갇히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임을 드러낸다. 집을 잃으면 직업을 유지하기 어렵고 아이들의 교육이 방해받으며 정신적 스트레스와 불안정이 심화된다. 저자는 퇴거가 빈곤의 결과일 뿐만 아니라 원인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또한 이익의 문제도 이 책의 중요한 주제다. 임대주들이 저소득층 주민들에게서 이익을 착취하는 구조를 가감없이 드러낸다. 임대주와 임차인 간의 불균형한 권력관계는 가난한 사람들이 더욱 소외되고, 불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단순한 개인의 도덕적 실패가 아니라 체계적인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은 사회학적 연구에 근거한 논문이지만, 저자는 전문적인 사회학 용어에 갇히지 않고 이야기 방식으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현장 연구에 기반한 생생한 인터뷰와 경험을 통해 밀도 있는 감정적 연결을 형성한다. 저자는 밀워키에서 직접 현장 연구를 수행하며 1년 이상 주인공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이 과정을 통해 임상적 연구나 통계적 분석을 넘어 퇴거인들과의 인간적 공감과 깊은 이해를 이끌어낸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빈곤과 주거 불안정의 복잡한 문제를 성공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저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순한 정책 변화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주거 지원 정책의 확대와 더불어, 임대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를 통해서만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이 책이 너무 감정적인 면에 치우쳐서 보다 넓은 경제적·정치적 맥락에서 문제를 다루는 데 한계를 보이기도 한다. 구체적인 해결책보다는 문제 제기에 집중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청사진은 부족해 보인다. 일개 사회학자가 온전한 사회 정책의 실현을 주도하기는 어렵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처음 이 책의 제목과 소개 글을 읽었을 때 강렬한 흥미를 느꼈고, 결과는 실망스럽지 않았다. 이 책은 비록 초현실적으로 생생하게 묘사되지는 않지만, 한 번 손에 쥐면 몰입해서 읽게 된다. 빈곤선에서 사는 사람들이 겪는 정신적, 감정적 고통은 가까운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잠시나마 위로를 받으며, 그들의 고통 뒤에 숨은 통계를 설명하는 연구에서는 간간이 위안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은 이 책의 핵심일 뿐만 아니라, 독자에게 지적인 이익을 주는 요인이다. 일상에서 퇴거의 고난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은 모든 도시에 존재하는 상상의 선, '가진 자''못 가진 자' 사이의 선을 넘게 될 것이다. 혹시라도 한 번쯤은 넘나들 가능성이 있는 선이기에,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이 책을 집어 들고 채비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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