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어 라이어 라이어 - 태어나서 딱 세 번 거짓말한 남자의 엉망진창 인생 이야기
마이클 레비턴 지음, 김마림 옮김 / 문학수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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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우에도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는 말은 사람의 진실함을 강조하는 진부한 격언 같지만, 일상 속 타인과의 관계에서 이를 예외 없이 지켰을 경우 생겨나는 결과는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범죄 스릴러도 아닌 것이 황당함과 공감의 쌍곡선을 넘나들며 책 든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이 회고록을 통해 저자는 원시적인 솔직함의 민낯과 느낌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솔직함을 최고의 가치로 숭배하는 부모로부터 아무리 고통스럽거나 난처한 상황이라도 항상 진실을 말하라는 교육을 받는다. 그렇게 침묵은 고통이요 고백은 소통이며 비판은 사랑인 집안에서 자란 결과, 저자는 교사, 친구, 동료, 애인 등 주변인들이 그의 지나친 솔직함 때문에 질려버리거나 돌아설 때까지 자기표현을 멈추지 않는 괴짜가 된다. 우리 주변에도 이런 피곤한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을 터이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을 놀리거나 자기의 감정을 숨기는 행동이 더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던 아빠의 말을 들려주었지만 이런 논리에 설득되는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59)

 


저자는 자신의 일생을 통해 정직함의 신념에 반하는 거짓말을 세 번 했노라 고백한다. 첫째는 그가 다섯 살 때 유치원 친구들의 산타가 있다고 믿도록 놔둔 것이고, 두 번째는 열여덟 살 때 작업 중이던 여자친구에게 그녀의 본모습 그대로 충분히 사랑받을 만하다고 말한 것이며, 마지막 세 번째는 스물여섯 살 때 동거녀에게 다른 사람을 상대로 환상 같은 건 가지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다. 음악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저자는 항상 정직한 사람의 장단점을 그의 데뷔작인 회고록에 옮겨놓았다


그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 시기는 30대 후반의 그가 동료 음악가 이브와 7년간의 관계를 끝낸 직후였으며, 이를 계기로 남부 캘리포니아에서의 그의 별난 성장 과정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누구보다 아들을 사랑하면서도 사랑할만한 논리적 근거를 찾고, 체스 게임에서 단 한 번도 일부러 져 준 적 없을 만큼 감정적 유대감이 약했던 그의 아버지는 당시 4살에 불과했던 저자에게 항상 진실을 신뢰하며 사람들을 존중하라고 말하곤 했는데, 저자는 바로 그 부분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목 졸라 죽이고픈 충동을 느끼게 했다고 말한다.

 

거짓말을 가려내기 위해서는 딱 두 가지 질문을 떠올려 보면 되었다. 과연 이런 거짓말은 그들이 남에게 남기고 싶은 인상을 심어주는 데 도움이 될까? 이런 인상을 심어주고 싶을 때 이런 식의 이야기를 사용하려고 할까? (107)

 


저자의 기이한 첫 여정은 그가 학교 친구들에게 자신을 수업 때마다 선생님과 말싸움을 벌이는 떼쟁이 울보로 각인시키면서 시작된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위선자라 부르면 어떨 것 같냐는 질문에 사실대로 말해줘서 기쁠 것 같다 답하기도 하고, 라틴계 친구가 선생님으로부터 부당하게 처벌받자 선생님을 인종차별주의자라 비난하며 말싸움을 벌이지만 결국 자신이 백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았던 역설을 발견하기도 한다. 또한, 해마다 가족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참가했지만 결국 부모의 이혼을 초래한 가족 치유 캠프에서도 빛을 발한다. 성인이 되어 불꽃 같은 창작 의지, 우쿨렐레를 잘 다루는 재능, 남들이 종종 오해하는 아치형(또는 자기 파괴형) 유머 감각으로 무장한 저자는 작가로서 일자리를 찾기 위해 뉴욕에 상륙한다. 자신과 동거하다 주기적으로 헤어지곤 했던 그래픽 예술가 이브와의 관계에서 겪은 경험을 묘사하는 부분은 사랑의 아픈 감정을 구구절절이 드러내어 읽어내기에 꽤 눈물겹기도 하다.

 

난 다른 사람이 나한테 맞춰주는 거 싫은데.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다워야 하고 원하는 대로 행동해야 된다고 생각해.” 내가 말했다. 이브가 눈을 굴렸다. “너 바보 아니야? 모든 사람들은 언제나 너한테 맞춰주려고 노력해! 네가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264)


 



결국 저자는 여러모로 자신에게 불리한 진실의 독한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솔직함을 포기하고 거짓말을 배우는 것으로 판단한다. 자신의 초창기 거짓말은 자신을 정상으로 잘못표현하려는 단순한 시도였다고 말한다. 이 경험에 곁들여진 특이한 인간 성공 드라마, 예컨대 자신을 털기 위해 목숨을 위협하는 무장 강도와 철학적으로 논쟁한 끝에 재수 없는 범행 대상이라며 그를 물러가게 만든 일에는 웃음을 참기 어렵다. 웬만해선 굴복하지 않는 강도 피해자라니.

 

사람들은 불편한 진실의 거울을 덮기 위한 천이 필요했다. 나는 그들에게 천이 되어 주었어야 할 때 항상 거울로 존재했다. (349)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거짓말을 하지 않도록 키워진 사람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게 된다. 그 세계에는 단 두 가지 상황만 존재한다. 고요한 폭풍 전야이거나 역대급 폭풍이거나. 저자의 부모는 악의 없는 사소한 거짓말로 다른 사람들을 더 편안하게 해줄 때조차 거짓말하기를 거부하도록 가르쳤으며, 여과 없는 솔직함은 작가가 그의 어린 시절을 묘사하는 대표적인 표현이다


저자는 잔혹한 진실의 껍데기 속에서 자라난 다음, 자신이 배운 것과 정반대로 돌아가는 세상에 첫발을 디딘다. 지나친 솔직함으로 인해 취업 면접자와 말다툼까지 벌이기도 하고, 냉담하고 불친절한 사람으로 취급받으며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이 기발한 소재의 회고록은 저자 자신의 진정성과 감성 또한 여과 없이 보여준다.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거짓말을 배운다는 통설은 독자들에게 반향을 불러일으킬 만하며, 우리는 왜 일상생활에서 거짓말을 해야만 하는가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에세이 #라이어 라이어 라이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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