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읽었다 - 각 분야 전문가가 말하는 영역별 책읽기
이권우 외 지음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학 새내기 시절 필수도 아니고 선택이라 학점에 부담 없던 어느 전공과목 강의 첫날이었다. 연세 지긋하신 교수님께서 자신과 과목에 대해 침을 튀겨가며 소개하신 후, 이번 학기 수업을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한다며 참고도서 목록을 나눠주셨다. A4용지 앞뒤 가득히 원서 제목과 저자명이 적혀 있었는데, 독서를 게을리하면 수업 따라잡기가 쉽지 않으리라 하셨다. 엄청난 양의 원서 목록에 숨이 막혀왔다. 그러나 매일같이 벌어진 민주화 시위에 참여하느라 어차피 수업을 따라잡지 못한 대신 최루탄 연기 속에서도 숨 쉬는 법을 익혔다. 1학기 중간고사만 겨우 치렀을 뿐, 그 해가 다 가도록 못 본 시험은 보고서로 대체되었다. 그 당시 배워두었으면 정말 좋았을 영역별 책 읽기 안내서를 30년도 더 지난 후 만났다.



이 책은 교양, 문학, 인문고전, 사회과학, 자연과학, 예술 각 분야의 현직 경희대학교 교수들이 신입생들을 주요 대상으로 한 책 읽기 길라잡이다. 분야마다 공통으로 책을 읽는 이유, 방법, 글을 쓰게 된 배경 및 추천 도서로 구성되어 꼭 대학생이 아니더라도 알아두면 유익할 내용을 제공한다.분야별로 읽는 법을 살펴보자.

 

1. 교양도서 읽는 법(이권우)

-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절박함, 새로운 앎에 대한 강렬한 갈망, 금기를 넘어 참된 것을 알고자 하는 청년의 도전 의식, 그리고 지금보다 더 나은 나 자신과 공동체가 되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책을 읽게 만든다. 나의 경우 지금보다 더 나은 나 자신이 가장 강력한 책 읽는 동기가 아닌가 싶다.

- 책 읽기가 익숙하지 않다면 우선 자신감부터 갖춘 후 책 읽은 습관이 몸에 배게 하고 자신의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른다. 만약 생각보다 어렵다면 훑어보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책을 꾸준히 읽다 보면 책을 읽는 속도가 빨라진다.

- 본문을 읽기 전에 먼저 책 제목을 통해 전체 주제를 짐작하고, 책 뒷면에 있는 저자나 번역자의 글귀를 눈여겨본다. 서문을 읽으면 책의 주제와 관점, 저자의 필력을 알 수 있다. 번역서의 경우는 번역자의 후기가 큰 도움이 되며, 목차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으로 책의 내용을 요약할 수 있다.

본문을 읽을 때는 저자가 쓴 핵심 열쇳말을 어떤 의미로 썼는지 파악하고, 중요한 논증 구조를 찾아 해석하며 읽는다.

읽기를 마치면 책을 주제로 토론하고 글을 써본다. 토론을 전제로 하면 독서 방식이 달라지는데 내용을 생각하고 메모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내재화가 일어난다. 독후감 또는 서평을 쓰게 되면 읽는 이에서 쓰는 이로 전환하는 데 바탕 힘이 된다.

 

2. 문학도서 읽는 법(고봉준)

우리는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우리의 삶에 놓여있는 지점을 이해하는 경험을 한다.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타인의 삶이란 결국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의 또 다른 모습일 수밖에 없다. 감성 능력의 회복, 타인의 삶에 대한 경험, 그것들을 통해 의 삶을 성찰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 이것들이 바로 우리가 문학작품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p.63)

소설은 첫 문장에 집중하라. 작품이 겨냥하는 바를 발견하라

시는 이야기가 아니라 언어예술임을 이해하고 시에 형상화된 주관성을 상상하며 읽어라. 시를 읽을 때는 미리 정해진 규칙을 염두에 두기보다는 경험에 비추어 읽는 것이다. , 시 읽기의 빈도를 늘림으로써 자기만의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 읽기는 말한 것을 통해 말하지 않은 것에 도달하는 일이다.



 

3. 인문고전 읽는 법(전호근)

사전을 옆에 두고 읽어라. 밑줄을 긋고 자기 생각을 적거나 감상을 적어두면 다음에 읽을 때 더 쉽고 재미있다.

반복해서 읽고 필사하고 머릿속에 기억하라. 정말 간절하게 내용을 알고 싶다면 암기하라.

눈으로만 읽지 말고 입으로 소리 내어 읽어라. 큰 소리가 아니더라도 buzzing은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읽기 방법이다.

입을 넘어 몸으로 읽어라. 몸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기억한다.

책을 덮고 탄식하거나 눈물 흘릴 줄 알아야 한다. 마치 바늘에 찔리고 잠이 확 깨는 정도라야 글에서 감흥을 받은 것이다.

나를 성찰하며 읽어라. 윤봉길 의사와 매국노 이완용 모두 논어를 읽었지만, 성찰의 여부는 애국과 매국으로 드러났다.

멋진 문장을 찾아라. 대개 첫 문장에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자료형 고전은 빠르게 읽어라. 그 자체로 읽는 재미는 없지만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한 밑거름이 된다.

비판하면서 읽어라. 공인된 견해를 읽을 때조차 나를 지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읽었으면 읽은 대로 실천하라. 위대한 고전은 그 자체로 위대한 것이 아니라 읽는 이가 위대해져야 비로소 위대한 고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좋은 벗을 찾아 함께 읽어라. 적어도 살만한 인생이 될 것이다.

좋은 스승을 찾아 배워라. 어려운 고전을 혼자 읽지 말고 전문가나 교육기관을 이용하자.

 

4. 사회과학도서 읽는 법(이병주)

좋은 사회과학 책들은 고유명사의 유일함과 보통명사의 공통됨을 동시에 담고 있으며, 고유명사로서의 삶과 보통명사로서의 삶을 사회적 삶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어준다.

현상(경험)과 본질(사회관계). 자연과학이 자연법칙을 캐낸다면, 사회과학은 사회현상의 근간이 되는 사회관계를 캐낸다.

저자의 입장과 질문 파악하기. 사회과학자의 입장에 따라 질문이 달라지고 보아야 할 범위가 달라지며 사회과학 지식과 문제해결 방식이 달라진다.

개념과 개념화 과정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기. 책을 읽는 이유는 비판적으로 질문하기 위함이다.

사회를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과정으로 이해하기. 사회과학은 어떤 주제를 다루든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으로 다룬다.

사회과학 책의 내용을 구체적인 장면으로 그려보기. 사회는 비결정적이기 때문에 실천의 질문을 독자에게 열어놓으며 사회학적 상상력을 정치적 상상력으로 발전시키라고 요구한다.



 

5. 자연과학도서 읽는 법(전중환)

* 이해(문법 단계 독서)

객관적 해설서 vs 저자의 이론서. 과학교양서를 고를 때는 특정 과학 분야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입문, 객관적인 입장에서 상세히 설명하는 해설, 과학자가 자신의 독창적인 이론이나 관점을 주장하는 총설의 단계로 높아지는 수준을 고려한다.

개요를 읽은 다음 독서에 몰입하라. 책 내용의 이해를 돕는 보조 자료를 활용하면 효율적이다.

번역서라면 번역자와 한국어판 제목을 확인하라. 번역서의 제목이 원제와 달라진 경우 바뀐 제목이 오히려 독자의 이해를 방해할 수 있다.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어도 끝까지 읽어라. 과학책은 본래 첫 번째 독서가 어려운 게 정설이니 재독에 삼독할 각오로 읽어라.

* 평가(논리 단계 독서)

핵심 주제를 짧은 한 단락으로 직접 정리하라. 지나치게 단순한 요약으로는 책의 핵심 주제를 충분히 소화하기 어렵다.

독자가 요약한 핵심 주제가 저자의 것과 상당히 다를 수 있다.

은유의 경우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공유하는 특성에 주의하라. 저자의 의도를 잘못 드러낸 은유는 오히려 내용 이해에 걸림돌이 된다.

저자가 제시하는 증거가 가설이나 이론을 잘 뒷받침하는지 살펴보라. 독자의 이러한 시도 그 자체만으로도 책의 핵심 주제를 깊이 있게 소화할 수 있다.

* 의견표현(수사 단계 독서)

같은 주제를 다루는 책을 비교하며 읽는 syntopical 독서법을 활용하면 최고의 모범 답안을 독자 스스로 파악하는 효과를 얻는다.

 

6. 예술도서 읽는 법(윤민희)

* 읽기 전 선정 기준과 유형 살피기

제목과 목차 훑어보기

유형 분류하기

* 예술도서 읽기

- 다양한 영상 정보 접하기

목차 보면서 책읽기

쪼개 읽기

이미지를 보면서 책읽기

용어사전 참고하기

최신판 읽기

육하원칙으로 도서 및 작품 분석하기

도서 및 작품의 키워드 찾기

사조, 대표 작가, 대표 작품 찾기

작품을 감상할 때 기본적으로 개인적 반응, 제작 연도, 의도된 전시 장소, 작품 보존, 제목을 살펴보기



 

이상 여섯 가지 분야의 책 읽는 법을 살펴보니 평이하고 익살스운 설명으로 과학도서가 가장 과학적으로다가오는 반면, 아쉽게도 예술도서는 가장 멀리 느껴진다. 생활 수준의 지표가 되는 예술이 반드시 고차원적이어야 할 이유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래도 진중하게 예술을 느끼고 이해하는 성향은 아닌 때문인 듯하다. 30년 전의 상황과 달리 대학의 문턱에서 제대로 된 책 읽기 안내서를 접하고 무슨 책을 어떻게 읽을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후배들이 내심 부러운 한편, 모처럼 책을 가까이하게 된 요즈음 이렇게라도 길잡이를 만나게 되니 다행이다. 아무리 효험이 좋은 방법이라도 결국은 실천이 중요함을 다시 일깨운다. 이제라도 분야별 책 읽기 요령을 바탕으로 기존의 독서 방법을 차분히 돌아보며 자신만의 책 읽는 방법을 계속 고민해야 할 것 같다. (2021-04-18)

 

#독서에세이 #나는이렇게읽었다 #책읽기안내서 #분야별독서법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