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아래 과학 한 움큼
장수길 지음 / 전파과학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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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평>

달 뒷면이 외계인들의 전진 기지이다, 또는 인류가 실제 달에 간 적이 없다는 등 온갖 설이 난무하여 달에 관한 진실이 늘 궁금하던 차에 정확한 얘기를 들어 볼 수 있겠다 싶어 기대된다.


어릴 적 동산 위에 뜬 쟁반 같은 둥근 달을 보면서 달에 토끼가 사는데 방아 찧는 일까지 한다는 얘기를 처음 듣고 놀라워했던 순수의 시대를 기억한다. 하지만 네 살만 되어도 산타 할아버지가 사실은 산타로 위장한 아빠임을 일찌감치 깨달아 버리는 요즘 영악한 어린이들에게 그렇게 말했다가는 허황한 소리 지껄인다는 핀잔을 듣기 십상이다. 달에 관한 과학적 사실을 학과목으로 배우기 시작한 고등학생 무렵부터는 그나마 가끔이라도 쳐다보던 달을 더더욱 외면하기 시작했는데, 지구과학 시간에 배우는 내용이 처음에는 흥미로웠으나 평가를 받게 되는 시험 과목으로 다가오자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만약 당시에 현직 과학 교사가 쓴 이런 달달~한 달 전문 설명서를 교과서로 채택했더라면 좀 더 자주 달을 바라보며 친하게 알고 지내지 않았을까?

이 책은 그야말로 상식선에서 달에 관해 가져볼 만한 질문과 답변을 모두 제공하는 달 신상명세서 역할을 하고 있다. 처음에 달은 어떻게 생겨났을까를 묻는다면, 지구 생성 초기에 화성 크기의 거대한 행성이 지구에 충돌했고 그때 생긴 파편이 뭉쳐져 달이 되었다는 충돌설(자이언트 임팩트설)이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하다고 답한다.(17) 또한, 달에 정말 토끼가 사느냐고 묻는다면, 달 생성 초기 주변의 무수히 많은 운석과의 충돌로 마그마 상태였으나 이후 충돌이 뜸해지면서 서서히 식어갔으며, 이후에도 지속된 화산활동으로 분출된 현무암 성분의 용암이 달의 낮은 곳으로 흘러 들어가 어둡게 보인 것으로 이를 달의 바다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41) 이 외에도 달의 질량 계산법, 61인 달과 지구의 중력비 산출법, 운석 구덩이로 달 표면이 고르지 못한 이유, 달 표면의 오른쪽 아랫면이 유난히 밝아 보이는 원인, 달이 차고 기우는 원리, 일식과 월식 현상, 밀물과 썰물, 세차운동 등을 상세한 그림을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는 달 자체에 관한 과학 지식 이외에도 메밀꽃 필 무렵, 정읍사와 같은 대표적인 우리 문학 작품을 비롯하여 쥘 베른의 달나라 탐험기에 등장하는 달에 대한 인간의 정서, 달을 국기에 사용하는 이슬람 문화권 나라들의 지리 역사적 배경, 아폴로 11로의 우주 비행사였던 마이클 콜린스의 저서 Fly To The Moon에 묘사된 달 탐사 우주인들의 애환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했던 달 탐사 조작설에 관한 사실 등에 있다. 특히, 세간의 여러 음모 이론의 주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저자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단호하고 명쾌한 목소리로 답변한다.

과연 인류는 달에 간 적이 없는 것인가? 19697월에 있었던 최초의 달 착륙 영상은 지구로 중계되어 세계 수백만 명이 지켜본 분명한 사실이다. 한둘은 몰라도 모두를 속일 수는 없다.

진공 상태에서 펄럭이는 성조기는 진짜인가? 우주 비행사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땅에 깃발을 꽂는 순간 발생한 반동으로 깃발에 주름이 간 것이다. 주름이 유지된 이유는 달의 중력이 지구의 1/6이라서다.

별빛 하나 없는 어두운 하늘은 조작인가? 달의 표면은 태양광을 반사하기 때문에 사진에서 매우 밝게 보인다. 밝은 빛 때문에 상대적으로 별빛은 어두워 보인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사진에서 별을 볼 수 없는 이유는 이 때문이며, 이렇게 약한 별빛을 사진에 담으려면 카메라의 노출을 좀 더 길게 했었어야 했다.

달에 남긴 발자국은 가짜다? 레골리스라고 불리는 달 표면의 토양은 암반 위에 먼지처럼 뒤덮여있는데 표면이 부슬거려 밟으면 쉽게 눌린다. 이 토양 입자는 잘 뭉치기 때문에 발을 떼어도 신발의 바닥 면은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 달에는 공기도, 바람도 없으므로 앞으로 수백 년간 발자국이 남아있을 것이다.

우주 비행사가 방사선에도 무사하다? 반 알렌대라고 알려진 방사선 벨트는 태양풍과 지구 자기장 간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되며 우주 경쟁 초기 단계에서 과학자들이 염려했던 것 중 하나로 우주 비행사들이 치명적인 수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나사에 따르면 아폴로 11호의 우주 비행사들이 달로 가는 여정 중 방사선 벨트에 머무른 시간은 채 두 시간이 되지 않는다. 방사선이 최대치에 이르렀던 곳에서는 5분 이내로 머물렀으며 영향을 받을 만큼 오랜 시간 머물지 않았다는 뜻이다.

정말 달에 간 적이 없다면 당시 미국의 최대 경쟁자인 소비에트 연방은 왜 침묵했을까? 만약 달 착륙이 가짜라면 냉전 시대에 미국과 대척하며 자신들도 사람을 달에 보내기 위해 극비 계획을 진행했던 소비에트 연방이 가만히 있었을 리 없다. 소비에트 연방은 이를 밝힐만한 동기도 있고 능력도 있었지만, 사실이 아니었으므로 반응하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저자가 지난 30여 년간 지구과학 교사로서 과학의 본질은 재미라고 생각하며 아이들을 가르쳐온 달 전문가로서의 깊은 지식과 경험을 담았으며, 학생을 비롯한 성인들도 알아듣기 쉽고 익살스러운 눈높이 화법과 풍부한 시각 자료를 곁들인 설명으로 이해를 돕고 있다. 적어도 달에 관한 질문이라면 더 이상의 교과서는 필요치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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