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회화의 결정적 상황들 영어의 결정적 시리즈
룩룩잉글리쉬 지음 / 사람in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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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을 비롯해 어떤 언어 학습자이든 대동소이한 입장이겠지만, 외국어 사용이 어렵게 다가오는 이유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반드시 해당 외국어로만 소통해야 하는 조건에서 오는 압박감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문제의 상황을 가정하여 가장 보편적이고 이해가 쉬우며 사용 빈도가 높은 표현을 반복 숙달하여 자동화시키는 것 아닐까. 그 좋은 예로 How are you? 라는 인사말에 자동 반사되는 I’m fine and you? 처럼 공교육을 받은 한국인이면 누구나 기본으로 장착한 강력한 매크로 기능을 들 수 있겠다. , 일회용이라는 단점은 빼고.



 

사실 말하는 행위 자체는 호흡과 함께 성대, , 입술 같은 조음 기관을 움직이므로 운동의 범위에 들어간다. 듣고 이해한 내용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말할지는 대뇌에서 판단하지만, 조음 기관을 작동시키는 데 관여하는 신체의 모든 움직임은 소뇌에서 주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참 동안을 떠들고 나면 장거리를 뛴 것처럼 힘들기 마련인데, 밤새도록 대화가 가능한 여성들의 경우 범접할 수 없는 최고의 운동 효율성을 지닌 것 같다.



 

이 책은 빈도 높은 다양한 상황별로 주제를 정하고 가장 그럴싸한 담화 내용을 포함하는 20개의 유닛으로 구성되었다. 가장 흔히 쓰이는 표현은 곧 가장 표준적인 소통 규약을 의미하며,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주고받아야 하는 대화의 목적에 가장 부합하기에 그렇다. 또한, 화자가 굳이 자신만의 색다른 방식을 고집하며 대화를 시도하지 않는 바탕에는 언어의 경제성과 보편성이 깔려있다. 이는 마치 우리나라 어디를 가더라도 식사할 때 사용하는 수저의 형태가 거의 같은 형체를 지닌 것과 같은 이치이다.



 

요즘 회화 교재는 음원을 출판사 홈페이지에서 내려받는 추세를 지나, 아예 QR 코드를 통해 음원과 영상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이 책 역시 출판사 블로그에 학습자의 편의를 위한 수능 영어 듣기 수준과 자연스러운 대화의 두 가지 속도로 음원을 제공할 뿐 아니라, 무자막 듣기-자막 듣기-자막과 해설 듣기-무자막 듣기의 순서로 제작된 원어민 대화 영상을 보고 듣고 따라 말하면서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해당 블로그에 서로 이웃을 걸어두면 매우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주어진 대화문에 관련하여 다양한 의미로 확산하는 관용적 표현, 구 동사(phrasal verb 또는 two-word verb)로 확장 가능한 응용 패턴, 최소한의 핵심문법, 원어민의 발음 링크를 색색의 소단원으로 제공하는 등 단 한 문장도 남김없이 꼼꼼히 짚어줌으로써 청해는 독해 공부와 병행해야 한다는 원리에 충실하다. 실제로 내용어에 대한 이해 없이 소리에 노출돼 봐야 익히 알고 있는 소리 외에는 들리지 않는다. 라디오 영어 뉴스를 온종일 들어도 귀에 들어오는 단어는 매우 제한적인 경험을 해보셨으리라. 문자 정보의 습득 없이 소리만 듣는 행위는 가학 내지는 고문인 셈이다. 낯선 단어를 익힐 때 소리와 함께 익혀두지 않으면 문장 자체가 낯선 소리의 연속이므로 듣고도 모르는 상황만 반복하게 된다. 따라서 반드시 대화문에 연결된 QR 코드로 문자와 소리를 함께 익힐 것을 권해드린다.



 

말미에도 밝혔듯 저자가 책을 펴내면서 염두에 두었다는, 물 흐르듯 중간에 막힘없이 말하는 유창성(fluency)과 스스로 문장을 자유롭게 만들어 내는 능력의 원천은 결국 연습(exercise)보다 더한 훈련(drill)의 반복이다. 훈련이 고될수록 실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괜찮은 수준과 내용의 교재를 만났으니 무한 반복은 학습자의 몫이다. 훈련이 힘들고 지겨워질 때면 박지성 선수의 화려한 축구 실력 뒤에 가려진, 엉망으로 부르튼 평발을 떠올려보자.

 

 

#영어회화 #영어회화의결정적상황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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