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스페이스 - 나를 치유하는 공간의 심리학
에스더 M. 스턴버그 지음, 서영조 옮김, 정재승 감수 / 더퀘스트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세상은 우리를 아프게 하는가? 우리 주변의 산만함과 왜곡, 괴상한 색상과 소음 등이 우리 마음속 치유 작용을 자극할 수 있다면, 우리를 치유할 힘 역시 지니지 않았을까? ‘힐링 스페이스의 저자는 자신의 질문에 놀랍도록 풍부한 몸과 마음, 인식과 장소의 관계에 관한 연구로 화답하고 있다.

 

저자는 감각과 감성, 면역체계 사이의 복잡한 작동 관계를 밝혀주는 발견물 속으로 독자들을 빠져들게 한다. 그 첫 사례는 1980년대에 유려한 풍광을 갖춘 병원의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빨리 치유됨을 발견한 연구자의 이야기다. 어떻게 좋은 경관이 치유를 가속할까? 저자는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디즈니 놀이공원, 프랭크 게리 센터, 미로 정원 등 감각의 신경생물학을 탐구하는 일련의 장소와 상황을 통해 주변 환경이 어떻게 스트레스를 유발 또는 감소시키고 불안을 유도하거나 평온을 심어주는가를 탐구한다.


 

물리적 공간이 인간을 치유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제시하며 저자는 앞날이 매우 밝은 신경건축학 분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도입부에서는 환경과 치유 사이의 연계성을 탐구하는 연구의 소개를 시작으로 감각의 작동방식과 신체 기관과의 상호작용을 알려주는 생리학적 용어 설명으로 이어진다. 이어 다음 장을 감각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 특정한 연구 분야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곁들여 시각, 음성, 감각과 후각을 설명하는데 할애하고 있다.

 

오랫동안 쾌적한 환경이 치유에 미치는 영향을 연관 지어 생각해오기는 했지만, 마침내 과학자들이 두뇌와 면역체계 사이의 연관성을 확립하여 신경학과 면역학 분야에 많은 진전을 이룬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이제는 과학적 자료를 확충함으로써 치료의 공간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경험 역시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새로운 증거들을 속속 발견하고 있다.

 

다음 전개부에서는 공간이 감성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다. 감각은 공간 인식 능력을 키워주는데 이는 곧 감성의 생성을 의미한다. 예컨대 미로를 지나는 동안 짜증이 유발되는 반면 미궁을 걷는 동안에는 믿을 수 없으리만치 차분해지는 경험이 그러하다. 또한, 특정한 장소가 기분을 전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디즈니 월드의 중심지에서 루르드의 치유 동굴까지, 번잡한 도시의 거리에서 밝게 색칠한 방까지, 우리가 머무는 장소는 감성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치유의 속도까지 좌우한다. 저자가 양질의 연구 결과와 이야기를 적절히 잘 버무린 덕분에 독자들은 장소와 신경생물학 그리고 감성의 복잡한 연결 관계를 쉽사리 이해할 수 있다.

 

결말 부에서는 치유 명상과 기도, 질병의 진화와 감염 통제, 병원과 치유 공간 등을 포함한 여러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역사 속 명소를 과학적으로 관찰하면서 스트레스, 고립, 신념, 명상과 습관적 동작 등이 치유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한편으로 저자는 현재에 영향을 주는 과거를 주제로 하여 우리의 행동이 미래의 건강한 사회 형성에 도움 될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에 관여했던 집단을 독자에게 소개하는 동시에, 도시 계획, 가구 설계, 병원 건축 같은 치유 요소의 일상생활 도입을 말하고 있는데, 그 목적은 물론 건강과 장수를 위함이다.

 

과학적 연구와 생리학적 작용의 조합, 그리고 탁월한 디자인의 독특한 표본과 흥미로운 역사의 조합으로 이 책은 과학자와 건축가뿐만 아니라 보건 산업 관련자나 심지어는 문외한에게도 훌륭한 읽을거리이다. 공간과 생리학 그리고 전반적인 건강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더할 나위 없는 논의를 제공하는 다양한 주제가 정교하게 잘 엮여있다.

 

우리의 감각이 우리를 치유의 장소로 이끄는 것이라면, 우리가 처한 자연적 입지는 당연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 환경의 건강은 개인의 건강에도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에, 이 책에 서술된 발견물들은 치유의 촉진과 모두의 건강을 위해 병원과 지역사회의 설계 가능성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저자의 생각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자면 감성과 물리적 환경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건강과 치유는 불가분의 관계임을 깨달음으로써 몸과 마음이 모두 괴로운 환자들을 이롭게 하자는 것으로, 치유 공간을 마련하는 연구를 통해 그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건강과 치유 면에서 신경건축학이 인간에게 제공할 수 있는 이점은 굉장히 매력적인 한편, 병원과 요양원, 연구소 등을 건축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발생한다. 저자는 이를 현실화하려면 건축 관련 정책 결정권자들을 설득하여 건강한 공간의 필요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면서, 우리에게는 각자의 삶에 치유 공간을 만들어 낼 여력이 있음을 믿는다는 말로써 글을 맺고 있다.

 

마음이 편해지고 자신을 치유하는, 여러분의 공간은 어디인가?

내가 머무는 곳이 나를 치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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