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에게 어울려 사는 법을 배운다 - 보이지 않는 것들의 보이는 매력 아우름 40
김응빈 지음 / 샘터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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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토콘드리아, 리소좀, 리보좀, 박테리아, 아메바.. 고등학생이 되어 새로 받은 생물 I 교과서에는 도대체 영어인지 라틴어인지 이름도 생소한 온갖 새로운 이름들로 가득했다. 이게 다 뭐람? 그 길로 동네 책방으로 달려가 자습서를 사다 한 일주일을 열심히 공부했는데, 내용이 다른 것 같고 아무래도 좀 이상하길래 확인해보니 이공계 친구들이 보는 생물 II였다. 어쩐지 알아먹기가 좀 어렵더라니. 그러나 인문계였음에도 불구하고 생물과 지구과학은 흥미로웠다. 물리와 화학은 글쎄.. 물리는 애초부터 무리였고 화학은 성질만 화악 났으니까.

 

인간은 온갖 미생물의 집합체라고 어느 과학자가 말했다던가. 미생물과 우리 삶의 관계를 주제로 삼았다는 이 책이 주는 재미는 의외로 다양하다. 우선 분량은 160쪽 정도에 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의 문고판이라 앉은 자리에서 차분히 한 시간이면 독파할 수 있다. 분량과 비교하면 컬러판 사진과 도해가 풍부하여 거의 백과사전 미생물 단원 수준으로 챕터의 마무리에 생물활동의 이해를 돕는 용어 해설은 매우 유익하다. 전문 생물학 서적은 아니지만 고등학생들을 위한 생물학 교과서의 예비과정으로 활용해도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생각이다.

 

저자가 보는 미생물과 인간의 관계는 공생한 단어로 요약되며, 오히려 덩치 큰 생물들을 살게 해 준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데 이는 결과적으로 동식물이 더 큰 이득을 얻기 때문이다. 소와 양 같은 반추동물의 위에 사는 원생동물, 흰개미의 장에 사는 미생물, 클로버의 뿌리 끝에 서식하는 뿌리혹이 그 좋은 예이다.

 

오늘날 모든 식물은 미생물의 도움 속에 영양분을 섭취하며 살아가면서, 우리가 호흡하는 산소의 50%를 뿜어내며 나머지 절반은 남세균과 식물성플랑크톤 같은 수생 미생물이 만들어낸다. 이처럼 미생물은 자연 전반에 걸쳐 영양분의 순환과 재사용을 매우 효율적으로 통제한다. 결국 지구에서의 삶이란, 미생물을 통해서 다양하게 연결된 생명 네트워크이다.(144)

 

그렇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지구상의 모든 유기체를 분해하여 에너지로 재순환시키는 미생물이 없다면 그날로 지구는 끝장날 판이다. 저자는 미생물처럼 숙주와 공생하는 삶의 방식을 우리 인간은 배워야 하며, 공생의 반대말은 경쟁이나 기생, 홀로살기 따위가 아니라 공멸임을 강조한다. 미생물의 존재를 한 문구로 정의하면서 마무리 짓자면 이렇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미생물, 그런 건 알아서 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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