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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방 - 내가 혼자가 아닌 그 곳
언니네 사람들 지음 / 갤리온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언니네 방, 듣는것만으로도 어쩐지 정감가는 제목이다.
여자들의 이야기,
식스앤시티나,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처럼, 외국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나라 여자들의 이야기.
개인적으로는 안티 오아시스라는 분이 쓴 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성폭력-이라는 것, 나는 TV에서 틀어주는 영화를 아무 생각 없이 보다가 우연한 기회에 오아시스를 보았다.
별다른 생각 없이, 기본적인 정보도 없었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보았다.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무슨 내용이 담겨있는지도 잘 이해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 글을 읽어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이 영화... 확실히, 여자들에게는... 기분 나쁜 영화일 것 같다는...
성폭력이든, 성추행이든, 우리나라에서는 여러모로 여자들이 손해를 많이 본다.
여자가 성폭력이나, 성추행을 당했다고 하면, 사람들은 범인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동시에 여자에게 손가락질 한다.
여자가 되서 어떻게 행동하고 다녔으면, 뿌린게 있으니까 당한거겠지, 그렇게 싫었으면 필사적으로 저항해야지 그냥 당하고 있냐?, 너도 좋으니까 끝까지 아무 말 안 한거 아니야?
...이런 식으로.
네이버에 있는 '도전! 만화가'란에서 그런 만화를 본 적이 있었다. 이후로 다른 작품을 본거 같지는 않은데... 그런 내용이었다. 어떤 여자 경찰-은 아니지만 정말 경찰 처럼, 심문 담당하는...-가 해준 이야기.
사고는 우연히, 범죄는 고의로 일어난다.
보통 피해자가 가해자를 욕하고 다니면, 주변에서는 위로해준다.
그러나, 성범죄만큼은 피해자건, 가해자건, 사회에서는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성범죄 피해자들은 범죄순간 이상으로 상처를 많이 받는다
대다수의 가해자들은 잔인하기 그지 없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는 커녕 자신의 고의를 피해자가 유발한 것이라 말한다.
피해자가 떠안게 된 현실의 무덤을, 피해자 자신이 판 것이라고 우기는 것이다.
'니가 자초한 것이다'
그 말이 피해자들에게 얼마나 큰 충격으로 다가올지는, 피해자가 아닌 사람은... 모를 일이다.
가해자들이 대는 이유는 솔직히 어거지다. 피해자는 따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가해자 주변의 어떤 사람이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는... 이미 무너질대로 무너진 피해자는... 가해자의 말을 들으면... 깊고, 깊은 트라우마가 생기고 만다...
그런데... 그런데... 왜 이런 범죄에서는... 가해자들은 잡혀도... 잠깐 들어갔다 나오고...
피해자들은 평생을 트라우마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이 조금은 바뀔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피해자들이 2중, 3중으로 상처받지 않도록... 그들을 보는 시선이 조금이라도 '바른' 시선이 될 수 있는...
여니라는 분이 쓴 글도 꽤 기억에 남았다.
확실히,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지하철이나 버스에 앉아있으면 꼭 앞에 와서 당연한듯이 비키라고 말하는 아저씨들은...
비킨다고 좋은 소리 듣는것도 아니고(좋은 소리 들으면 보람이라도 있지)
무지 피곤하고 다리아파서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당연한듯이 일어나라고 할 때는 정말로.... 기분이 나쁘기도 하지, 노약자석은 절대 안 앉고, 버틸만하면 양보하는 편이기는 한데, 양보하기 전에 일어나라고 하면 괜히 일어나기 싫더라...
우리나라 여자들은 확실히 손해보며 살고 있다. 나이 어느정도 먹으면 주변에서 결혼 안하냐 소리 들리고, 아직도 결혼하면 당연히 일은 그만두고 집에서 살림해야지, 하는 집안이 남아있고, 혹은 당연히 맞벌이, 하고 생각하는 집안도 있으며(그러면서 애 보는건 당연히 여자몫이라더라...)
노골적으로 성차별 하는 직장도 아직 남아있단다.
그렇게, 아직도 여자들은 손해보며 살고 있다. 그 언젠가, 언니네 방 식구들이
행복한 이야기를 올리는 날이 올까.
부조리한 사회가 아닌, 여자들에게도 만족스런, 그런 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