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교실
야마와키 유키코 지음, 김현희 옮김, 엄효용 사진 / 웅진주니어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서문부터, '아이들은 이 책을 읽지 않기를 바랍니다' 라는 글로 시작하는 책.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한번정도 꼭 봐볼 필요가 있을것 같은 책, 아이가 피해자가 아니라도, 피해자가 아니게 되기 위해, 피해자도, 가해자도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집단 따돌림이란, 언제부터인가 학교에 뿌리내리고, 서서히 가지를 뻗어 나가버렸다. 이제는 뿌리를 뽑으려면 얼마나 땅을 파내야 할지 모른다.

당신도 모르는 사이, 당신의 아이는 따돌림을 당하고 있습니다. 라고.
이 책은 말한다.
부모라면-. 부모라면 당연히 아이에 대해 모든걸 알고 있다. 우리 아이가 따돌림 당할 리가 없다. 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런 징후따위는 본 적 없다. 아이는 학교가 재미있다고 한다. 따돌림이라니, 말도 안된다. 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걸 어떻게 아는데?
따돌림은 당하는 당사자가 아니면 확실하게 느끼지 못한다. 가해자는 물론, 피해받는 학생들의 부모조차, 따돌림 당하는 아이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알지 못한다.

아이들이 따돌리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냥 때리거나, 무시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계속해서 무시하다가, 어느 날 하루, 일정 기간동안은 친절하게 대해주고, 또 그 기간이 지나면 다시 무시. ...그야말로 잔인하기 그지없는 방법으로 괴롭히는 경우도 있고.

가짜 소문을 퍼뜨리는 경우도 있다. 어느 날, 학교를 가보니, 아이들의 시선이 이상하다. 평소에도 무시하는 태도였지만, 이번에는 또 다른 느낌이다. ...무슨일? ...이상한 말이 들린다. 거짓말이야, 내 이야기가 아니야! 라고 외치고 싶지만, 할 수 있는 건 눈물을 참는 것 뿐이다. 선생님이 부른다. 해명을 해보고 싶지만 혼만 날 뿐이다.
당사자가 부정하고 싶을법한 소문을 내는 것, 야비하다. 이런 경우는 선생님이 문제아로 인식해버릴 경우도 있기 때문에 오히려 피해자를 훈계하는 상황이 된다. 그렇게 되면 가해자들도 '니가 혼날 짓을 했으니까 혼났겠지, 정말 이런 짓 한거 아냐?' 라는 식으로 된다. 자기들이 낸 소문은 생각도 안하고 '그러니까 따돌림 당해도 싼 애, 맞지?' 라는 식으로. ...정말이지 화가 난다.

제일 잔인한 방법.
'왜 살고 있느냐' 라면서, '빨리 죽어버려', 사람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버리는, 정말로 잔인한 방법, 당사자만을 욕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족에 대한 이상한 말을 퍼뜨리는 것, 그렇게 말하며 '이런 집의 아이니까, 너는 따돌림 당하는 게 당연해'라는 식으로 생각하게 하는 것. '너는 더럽다' 라고 세뇌시키며, 그 아이가 가까이 오면 냄새가 난다며 도망가는 시늉을 한다거나, '이건 쓰레기통에 버려야지' 라면서 그 아이의 책상에 쓰레기를 올려놓는다거나, 급식에 오물을 넣고 먹으라고 한다거나...하는 식으로. 아이에게 그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버린다. 계속해서 '더럽다' '냄새난다' 등의 말을 듣는 아이는 나중에는 자기취 공포증이나 추형 공포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생각해보라. 누군가가, 당신을, 당신의 아이를, 쓰레기처럼 취급한다면, 당신은, 당신의 아이는 그 상황을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은가?

따돌림이란 무섭다. 가해자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도 가해자로 만들고, 가해자가 되길 거부하는 아이는 피해자로 만들어버린다. 피해자가 바뀌면 피해자였던 아이도 가해자로 바뀐다. 다시 피해자가 되길 바라는 피해자는 그 누구도 없을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따돌림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려 하지 않는다. 부모님에게 말하면 학교로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럼 따돌림이 심해지겠지, 하지만 그냥 참기만 하는건 해결방법이 되지 않는다.

따돌림이라는 것은, 손에 흉기만 안 들었을 뿐. 그 무엇보다, 요즘 광고에 나오는, 테러보다 더 무서운 테러라는 악플보다, 더, 훨씬 더 무서운 것이다.
사람의 영혼을 상처입히고, 그럼에도... 전혀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괜히 눈물이 날 거 같았다. 아이들이 무슨 잘못을 했기에...
따돌리는 아이들에게, 피해 학생을 왜 따돌리는것이냐고 물으면, 보통 나오는 대답이 '그냥'이란다. 아무 이유 없이 한 사람의 영혼을 구렁텅이로 내몬단다. 괴롭히는것도 지능적이다. 열심히 괴롭히다가 아이의 영혼이 상처입을대로 상처입었을 때 다가간다. 그리고 말한다 '이제 괴롭히지 않을테니, 내 부탁 들어줄래?'
따돌림에 지칠대로 지친 아이들은 당연히 그 말에 매달린다. 가게에 들어가서 물건을 훔쳐오라고 하고, 숙제를 대신하게 하고, 돈을 가져오게 하고... 마치 노예처럼, 노예가 되어버린 아이들은 물건을 훔치다가 걸려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따돌림에 질릴대로 질린 아이에게, 도둑질을 시킨 아이는 어떤일이 있어도 지켜야 하는 '주인'이기 때문에...

......따돌리는 사례를 많이 봐왔다. 실제로 은연중 아이들이 무시하는 아이가 있다는 느낌도 받은 적이 있었다. ...어른들의 세계에도 따돌림이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따돌림이 훨씬, 잔인하고, 지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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