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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당신들 ㅣ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평점 :
p.15
이것은 그 이후의 이야기, 어느 해 여름에서 겨울까지의 이야기다. 베어타운과 그 옆 마을 헤드의 이야기, 두 하키팀 간의 경쟁이 돈과 권력과 생존을 둘러싼 광기 어린 다툼으로 번진 이야기다. 하키장과 그 주변에서 두근대는 모든 심장의 이야기, 인간과 스포츠와 그 둘이 어떤 식으로 번갈아 가며 서로를 책임지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의 이야기, 꿈을 꾸고 투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우리 중 몇 명은 사랑에 빠질 테고 나머지는 짓밟힐 테고, 좋은 날도 있을 테고 아주 궂은 날도 있을 것이다. 이 마을은 환희를 느낄 테지만 또 한편으로는 불타오르기 시작할 것이다. 끔찍한 충돌이 벌어질 것이다.
어떤 여자아이들은 우리에게 자부심을 선물할 테고 어떤 남자아이들은 우리를 위대한 인간으로 거듭나게 할 것이다. 서로 다른 색상의 옷을 입은 청년들은 어두컴컴한 숲속으로 죽도록 싸울 것이다. 자동차 한 대가 너무 빠른 속도로 밤을 가를 것이다. 우리는 교통사고였다고 하겠지만 사고는 우연히 벌어지는 것이고 이 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는 걸 우리는 알 것이다. 이건 누군가의 책임이 될 것이다.
[오베라는 남자]를 뛰어넘은 프레드릭 배크만의 새로운 대표작 [베어타운],
그 두번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일어선 그들,
베어타운에서 펼쳐지는 눈물과 감동으로 얼룩진 러브스토리...
"다시는 나를 위해서 싸우지 마!
그냥 나를 믿어주기만 하면 돼."
짧지만 참 강렬하다.
그리고 굉장히 함축적이고...
사실 책을 받고서는 헉!!
역대급으로 두꺼운 페이지가 압도적이었다.
물론 [베어타운]도 만만치 않았지만...
[우리와 당신들]은 탄탄한 스토리로 금방 몰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이 방대한 이야기를 요약할 수 있을까...
[우리와 당신들]은 전작 [베어타운]에 이어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중요한 문제들을 보다 깊고 넓게 되짚는다. ‘베어타운’이라는 잊혀가는 숲속의 작은 마을은 현재 우리가 처한 현실과 놀라우리만치 닿아 있다. 몰락한 마을의 현실을 비추며,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공동체에서 버티는 심정으로 지내는 주민들, 그들의 희망을 둘러싼 이기심과 부조리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나와 너, 우리와 당신들, 우리와 나머지 전부를 가르는 보다 적극적인 대립과 분노로 확장된다. 또한 여전히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는 미투와, 그와 아주 흡사한 양상을 띠는 성소수자의 문제를 접했을 때 소설 속 인물들의 반응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차별적 언행이 자연스러운 보수적인 마을 속에서 그려지는 권력을 쥔 남성의 모습, ‘일반적’이라고 규정한 것과 다른 성향을 지닌 소년을 순식간에 배제하는 공동체의 모습은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과도 다르지 않다. 결국 피해자가 짊어지게 되는 짐 또한 너무나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참지를 못하겠는데…… 너는 무슨 수로 감당하니?”그녀의 눈빛은 냉정하고 목소리는 딱 부러진다.“나는 피해자가 아니에요. 나는 생존자예요. 이미 무너진 마을에 찾아온 두 번째 비극. 비상하려던 찰나 추락하고 만 아이스하키팀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온갖 종류의 문제점들이 도드라지는 사회의 이야기로 발전한다. 전작에서 부각된 실업, 빈부 격차, 차별, 여성혐오, 호모포비아, 훌리건의 문제를 넘어 『우리와 당신들』은 폭력, 정치적인 술수, 공동체, 페미니즘, 퀴어까지 확장해 우리가 직면한 가장 예민하고도 중요한 문제들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하지만 [우리와 당신들]의 인물들은 보다 적극적인 해결의 의지를 내비친다. 치유와 화해, 회복과 회생이 구체화되고, 사랑과 우정과 의리의 이름으로 한 발짝 다가선 그들의 용기가 폭력과 증오로 얼룩진 곳에 작은 희망의 씨앗들을 흩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