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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고생 - 책보다 사람을 좋아해야 하는 일 ㅣ 일하는 사람 11
김선영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도서관에도 업무 스트레스로 소화불량, 디스크, 우울증을 겪으며 매일 사표를 품에 안고 다니는 직원들이 꽤 있다.이용자에게는 책과 문화, 교양이 넘치는 공간이라 직원들도 우아하게 있을 것 같지만 사서들에겐 생존을 위한 치열한 일터일 뿐이다. 책은 한 줄도 읽지 못하면서 야근이 잦은 보직도 많다. (-7-)
"선생님! 독서회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 지 감이 오질 않아요. 초등학생하고 친하게 지내본 적도 없고 독서 지도도 막막해요." (-35-)
신기하게 크기도 딱 맞았다. 신이 나서 너무 흥분했던지 열개가 넘은 액자를 한 아름 안고 오다가 계산대 앞에서 우르르 쏟아지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따가운 시선 속에서 흩어진 액자들을 주섬주섬 주우면서 '도대체 한 책이 뭐길래!' 라고 중얼거리며 엉뚱한 곳에 원망을 쏟아냈다. (-61-)
흥미로운 책을 읽다가 저자가 우리 도서관 뒷산에 자주 올라간다는 내용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 적이 있다.'산에 올라가며 우리 도서관을 자주 봤겠지? 동네 주민이니 잘만 꼬시면 넘어올 수 있겠다' 실오라기 같은 희망에 마음이 부풀었다.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작가의 이메일 주소를 알아내고, 몇 시간 동안 고민하여 장문의 메일을 보냈다. 긍정적인 답변을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건만, 당분간 강의를 쉬신다며 완곡한 표현으로 거절하셨다. (-123-)
"제가 첫 손님인데 연체료 깎아주시면 안돼요?"
9시가 되자마자 멋진 양복을 차려입은 이용자가 들어오더니 물어보신다. 농담인가 싶어 살펴보니 사뭇 진지하다.
"개시부터 이러시는 건 좀 그렇지 않나요?"
다른 직원이 정색하며 대답한다. (-182-)
당시 나는 1층 어린이 자료실에서 근무했는데 화장실을 가려면 현관 로비를 지나가야 했다. 휴관을 모르고 오신 분들이 망연자실하게 1층 안내판을 보시다가 지나가는 나를 불러 문의하시는 경우가 많았다. 한번은 할아버지께서 택시까지 타고 왔는데 문을 닫으면 어떻게 하냐고 화를 내셔서 정문까지 배웅해 드리면서 죄송하다고 연신 조아렸다. (-215-)
한국인의 가장 큰 문제는 다른 사람의 직업에 대해서 물어 본 다음의 반응이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 고하지만, 한국인의 무의식에는 직업적인 귀천이 항상 존재한다. 자신의 일과 무관하게 일을 진행하고 있으며,그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점을 노출 시키고, 인간관계에 있어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다. 직업에 대한 존중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보는 이유다. 사서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과 선입견, 항공 승무원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한국인은 가지고 있다.
실제로도 그렇다. 우리는 어떤 특정 직업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직업이 사서라면, 책을 좋아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이 있으며, 일을 많이 하지 않고, 책을 꽂아두고 빼내는 단순노동을 생각한다. 실제로 도서관에 가면,그런 모습을 보고 있기 때문에,현직 사서는 억장이 무너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떻게 해 나가는지였다. 스스로 문제를 풀어 나갈 수도 있고,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사서는 단순히 책을 분류하고, 책을 반납하면, 책을 제자리에 놓아두는 직업이 아니었다. 여러가지 독서 지도를 이어 나가며, 작가를 섭외하고, 독서 동아리를 관리하는 일, 책에 바코드를 넣고, 그 안에서, 어떤 문제와 연관되어 새로운 일들을 풀어 나간다. 일을 할 때 발생하는 여러가지 상황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대부분의 사서는 순환 보직근무를 한다. 도서관 내 독서 동아리 구성원들이 도서관 실정을 더 잘 아는 경우가 왕왕 있다.그럴 때, 초보 사서들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이러한 과정들에 대해서, 독서 프로그램을 개설하고,도서관내 일을 도와주는 계약직 보조 사서 채용부터, 도서관내 소소한 일들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것, 책장 사이에 숨어 있는 책들을 찾아내는 단순한 일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놓칠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