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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원은, 나였다
곽세라 지음 / 앤의서재 / 2025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그 긴긴 겨울 내 마음을 스치고 간 풍경들을 매일 어딘가에 적어야 했다.'나'인 채로 살아남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었다. 마음이 내 모양을 잃지 않도록 나는 겨울 강의 오리처럼 소심하게 발버둥쳤다. (-4-)
아하하하,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술을 마시길 잘했어. 아주 잘했어. 뒤틀린 마음이 꿈틀거리며 쓰라리게 신이 났다. 먹물색 축포가 터져 내 심장을 시커멓게 뒤덮었다. 브라보! 내가 말했지?언젠가는 세계를 제패할 거라고. 봐, 암 챔피언이 되었어.세계 신기록이라고! (-21-)
물줄기 속에 갇힌 채 나는 또 웃었다. 이유 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간호사가 옳았다. 이것은 차원이 달랐다. 의사들의 수술복과 똑같은 푸른색의 스펀지를 물에 적시자 당황스러울 정도로 거품이 솟아났다. 그 거품에서는 굳이 숨기려 들지 않는 소독액 냄새가 났고 정직하게 코를 찔렀다. (-59-)
그래서 ICU 에 있었던 7일과 회복 병동에 있었던 한 달 동안 나를 아는 누구도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대신 아빠가 왔다.
수술에서 깨어난지 이틀 째 되던 날이었다. 아빠가 성큼성큼 걸어왔다. (-91-)
눈으로 훏다가 괴상한 이름 앞에 멈췄다.'용기와 체리파이 클러.'용기와 체리파이라고? 체리를 먹으면서 용기를 내는 모임인가? 밑에 소개들이 보인다.
'말기 암 생존자들의 모임.매일이 첫날이자 마지막 날인 사람들 모이시오.우리끼리 할 이야기가 있을 것 같으니.매월 마지막 수요일 밤 7시 30분.' (-142-)
"당신은 지금 두려워해야 해요.두려워할 충분한 권리가 있어요.죽을 만큼 두려워야 정상입니다. 죽을만큼 아팠잖아요.만약 지금 두렵지 않다면 그때야 말로 진짜 제 도움이 필요하겠죠." (-199-)
일반인은 소화제, 수면제,진통제 없이 하루릉 살아낼 수 있다.하지만 환자는 그렇지 못하다.이 세가지가 잇어야 하루 ,24시간을 견딜 수 있는 생명의 힘,에너지,면역력을 얻을 수 있다. 말기암이라면 더더둑 이 세가지 약에 의존한다. 삶의 마지막 동앗줄을 잡고 서있을 때,뭔가 희망을 얻었다면,그것은 우리 삶에 행복이 될 수 있다.
작가 곽세라. 1972년생이다. 이화여대를 졸업했고,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인도 델리대하교 힌두철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았다. 우리가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1999년 느닷없이 인도로 떠난 그녀가, 어느 날, 말기암 환자가 되어 있었다.
몸 속에 21cm의 종양이 발견되었다,5kg에 달하는 종양이었다. 5cm의 종양이면, 4기 말기암 환자에 속한다. 그녀는 그것보다 4배 더 큰 초거대 종양을 몸속에 품고 있었다. 암완자였지만,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병을 알리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 책에서 알 수 없다. 상처와 아픔, 속은 그녀의 자존심이었을 것이다.죽을 수 있는 운명 속에서 웃을 수 있다는 것, 쿠크다스 과자 같은 몸과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스스로 내 몸속의 종양을 덜어내기로 하였다. 오직 곁에 아버지가 있었고, 자신을 스스로 다스려야 했다.
보헤미안으로서 살아간다는 것,20여년 동안 여행가로 살아가는 저자는 풍부하고,다채로운 영혼의 울림으로 , 삶의 여정을 떠나게 되었다. 떠나고, 만나고,이별이 반복되었던 삶이 하루 아침에 멈춰 버렸다.말기암 환자로서,자신이 견뎌온 1000일 간의 고통의 순간들이 이 책 한 권에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고, 기록되어 있었다. 누군가 암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위해서,그들 또한 나처럼 고통스럽게 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거라고, 희망은 누군가가 아닌,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이 책은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그 최악의 순간을 견디고,이겨내고,지나왔기에 ,자신의 경험을 쓰게 되었고,한 권의 책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