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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숨겼을까? - 황인원의 질문의 시
황인원 지음 / 넌참예뻐 / 2024년 6월
평점 :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의
이름은 지금 어디에서 살고 있을까?
작년 내가 손가락 다쳤을 대 밖으로 나온 그 피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내가 태어난 해 11월과 내가 죽을 해 11월은 서로 코칭을 하고 있을까?(-12-)
내가 쓴 책은 나에게 뭐라고 말할까?
책은 왜 종이였을 때
자기 몸에 하는 문신을 받아들이기로 했을까?
문신을 한 대가는 무엇일까?
책은 그런 자기 몸이 멋있다고 생각할까? (-18-)
두려움이 인간 성장의 근본 원인이라는 걸 알고 있을까?
두려움은 어디에 숨어 있다 나타나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두려움을 두려워할까? (-52-)
조개껍질이 조개가 사라진 후에도
버젓이 남아 있는 이유는 뭘까?
돌멩이에게도 단단함을 움직일
부드러운 속살 같은 마음이 있지 않을까?
조개껍질과 돌멩이는 궁극적으로
무엇이 되고 싶은 걸까? (-82-)
단어들도 사람처럼 모두 똑같은 피를 가지고 있을까?
단어는 잠을 잘 때 무슨 꿈을 꿀까? 그 꿈은 실현될까?
단어가 죽으면 화장하는 게 맞나? (-118-)
카톡으로 하는 인사는
어떤 도형의 얼굴을 하고 있을까?
전화로 하는 말이 전화기에서 나오면
그 경험을 다른 말과 겅유할까?
말이 글이 되면 피부가 고와지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132-)
우리가 머리 감을 때 떨어져 나간 머리카락은
어떤 유언을 남길까?
그 머리카락의 유언을 알아듣는 방법은 무엇일까?
머리카락 중에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것도 있을까? (-168-)
책 『무엇을 숨겼을까?』은 독특한 책이다. 시집(詩集)에 '질문(質問)'이라는 가치와 의미를 더하고 있었다. 서정시, 신문시, 시화집 등등 시와 관련된 시집들은 다수 보았건만, 단순히 질문으로 시 한 편을 채운다는 것이 신선하면서도,독특하게 느껴진다. 21세기 이후에 태어난 신세대 와 달리 내 또래 아이들은 질문(質問) 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과 경험이 있다. 질문하다가 맞거나,질문하다가 혼호나거나,질책 당했던 경험이 있어서다. 질문은 시대에 따라서 달라지고 있지만, 언어가 생겨나고, 그 언어가 만든 개념이나 의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언어가 없으면, 말이 없으며, 말이 없기 때문에,질문(質問)도 존재하기 어렵다. 질문은 언어가 있다는 전제하에 질문(質問)이 발생하고,질문들로 언어가 확장되고,새로운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그것이 우리의 삶에서,가치관, 신념, 소신과 연결되고 있다.
책 『무엇을 숨겼을까?』 은 내가 누구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말하지 못했던 각종 질문들을 다시 소환하고 있었다. 언어라는 것이 죽으면, 그 언어는 유언을 남겨야 한다는 것에 대한 질문을 누군가에게 던진다면, 이상한 사람, 엉뚱한 사람, 민폐로 찍힐 때가 있다 .하지만 질문이 시와 연결되어서, 시적인 문학이 되면, 스스로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고, 누군가에게 제약을 받거나, 태클에 걸릴 두려움이 사라지게 된다. 예컨데,질문이 존재하지 않았을 때,우리느 그 질문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만든걸까요?라고 질문하게 된다면, 그것이 질문시의 형식을 갖춘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질문을 통해서, 세상을 바꾸었으며, 가난한 삶에서, 풍요로운 삶으로 바뀔 수 있었다.예컨데, 100년전 만 해도, 사회가 인구가 급증하면서,인간은 자연스럽게 두려움을 느꼈다.맬서스의 인구론은 그 두려움에 대한 연구이며, 멜서스는 인구의 중가로 인한 두려움을 질문을 통해서, 인구학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완성했다. 즉 질문이 없었다면,인간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 힘들었을 것이다.위대한 삶을 만들겠다는 의지도 생길 수 없었을 것이다. 즉 질문이 우리 삶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우리는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었으며, 어떤 단어에 대해서,다양한 각도로 생각하게 되고,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주판이 사라지고, 컴퓨터가 만들어지고, 컴퓨터가 모바일이 되었고, 정보처리가 종이로 쓰여지던 삶이 디지털화,전자화 될 수 있었던 것 또한 질문에 있다. 그래서,질문시는 독특하면서,나에겐 신선하면서도, 충격적인 자극인 요소가 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