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많은 곳에서 일합니다 - 생존이 곧 레퍼런스인 여자들의 남초 직군 분투기
박진희 지음 / 앤의서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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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우먼이 아니어도 돼. 우리, 서로의 롤모델이 되자."

그녀를 인터뷰했던 기사의 제목이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었고, 이 주제로 누군가에게 필요한 책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새로운 길을 가려 하지만 도무지 어떻게 진입해야 하는지 몰라 막막한 이들에게, 세상에 나 혼자만 덩그러니 떨어진 기분이라 '같은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눌 상대를 찾는 이들에게, 강지혜가 들려줄 이야기가 필요했다. (-15-)



일본에서 조경을 배울 대 처음엔 허드렛일만 시켜요. 일에 대한 자부심도 높고 장인정신도 있으니 초짜들에겐 함부로 나무를 맡기지 않아요. 옛날엔 최소 5년 동안은 청소만 했다더라고요. 전지가위도 함부러 못 들게 하고요. (-20-)



지마린 화물선 일등항해사. 한국해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컨테이너선에서 삼등, 이등, 일등 항해사의 계단을 차곡차곡 밟은지 올해로 9년 차가 되었다. 거대한 배에 실린 화물을 관리하고, 상급자인 선장의 보좌 및 배안에서의 질서 유지를 담당한다. 항해사는 1년에 8개월 이상을 바다에서 보내기 때문에 성별을 불문하고 힘든 직업이며, 특히 여성항해사는 세계적으로 매우 드물다. (-35-)



"저는 모든 인간에게 '소명 召命' 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에요.내가 왜 세상에 태어났을까.내가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늘 생각해요. 저는 음악이라는 도구로 아주 사소하지만 건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누군가에게 작은 감동을 주었다면 제 소명에 충실한 것이 아닐까요? 다른 것에 욕심부리지도, 방만하지도 않으면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다면 세상은 그 자체로 정의로워질 거예요.:(-75-)



"나는 일단 무시를 받고 나서 이겨낸 뒤 완성해야 하는 사람이구나."

여성 소방 공무원의 채용 비율은 5퍼센트 미만이었으나 2018년부터 꾸준히 증가하여 2023년 기준으로 평균 10퍼센트가 되었다. 하지만 이들은 주로 행정직에 파견되고,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 소방관은 그리 많지 않다. 인터뷰 목적으로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 소방관을 수소문했는데,생각보다 빨리 양주소방서 백석 119 안전센터에서 근무하는 박수민 소방사를 만나게 되었다. 남자도 따기 어렵다는 인명구조사 자격증을 취득한 씩씩한 20대 소방관이었다. (-84-)



민정 씨는 그중에서도 '소' 라는 대동물을 관리한다.소의 질병을 고치고, 예방하는 일뿐만 아니라 인공수정을 통해 소의 번식에도 관여한다. 특히 소의 '똥꼬'와 친해져야 한다. 열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우리가 이마를 짚어보는 것처럼, 소의 항문 속으로 손을 넣어 확인한다. 그 외에도 소화는 잘 되는지,아픈 곳은 없는지, 장기에 문제가 없는지...확인하는 방법 역시 '똥꼬'다. (-125-)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2009년 3월에 임관했다. 장교를 달면 그때부턴 바로 실전 비행훈련에 돌입한다.'훈련 조종사' 또는 '학생 조종사'라고 불릴 때다. 약 1년 반의 입문,기본,고등과정 비행훈련을 마치고 나면 정식으로 조종사 윙을 달게 된다. 제5공중 기동 비행단에 몸을 담은지는 15년이 되었다, 사관생도 시절까지 포함하면 20년의 가까운 시간 동안 군인과 항공기 조종사라는 이름을 유지하기 위해 해마다 시험대에 올라 절차를 거치고 자격을 올려갔다. 소위,중위,대위를 거쳐 소령으로,비행대대 안에서는 비행대장으로,그리고 후배 조종사를 훈련시키는 교관으로, 다양한 역할과 이름을 감당하며 살았다. (-149-)



몇 년전 단체로 전라도에 간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버스 운전사가 여성 운전사라는 것을 같이 식사를 하면서 알았다. 편도 5시간 이상 달리는 긴 장거리 버스를 여성 운전사가 운행한다는 것이 신선했으며, 남초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대형 버스 운전사로서, 여성운전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상당히 고무적으로 느껴졌다.



책 『남자가 많은 곳에서 일합니다』에서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성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여성이 해야 할 역할, 남성이 해야 할 역할은 초중고등학교를 12년의 시간동안 고정되었고, 그대로 사회적 역할로 이어졌다. 학생으로서의 역할이 사회 안에서의 성역할,직업적 역할로 변화했다.여성은 가정 가사를 배우고, 남성은 기술을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과 과정이 바뀌면서,성역할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여성 또한 남성이 하던 일을 해낼 수 있고, 남성 또한 여성이 주로 해 오던 일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 강지혜 건설조경 관리감독, 김승주 대형 화물선 일등항해사, 한상영 오케스트라 지휘자, 박수민 화재진압 소방관, 박애선 군 암호보안 전문 군무원, 신민정 대동물 수의사, 이세리 공군항공기 조종사, 박도연 전통가마 도예가의 인터뷰 속에서,남성이  대다수로 해오던 일 또한 여성이 할 수 있음을 증멍하고 있으며,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멋진 인생을 보게 된다



삶이라는 것,직업이라는 것은 결국 내가 무엇을 해내는가가 우선이다. 밖에서 볼 때,정말 멋있는 직업,선망하는 직업이 될 수 있다.이상과 달리, 현실은 외롭고,위태롭고,위험하며,인정받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했다. 특히 박수민 화재진압 소방관은 현장에서 일하기 위해서,능력,역할을 인정받기 위해서, 남성도 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인명구조사 자격증를 취득했고, 이세리 공군항공기 조종사는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후, 15년간 2900시간 무사고 항공조종을 하였으며,베테랑 항공조종사가 될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롤모델이 되고,서로 연대하며, 여성으로서 , 역할에 대한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여성,남성 성역할의 파괴가 긍정적으로 비추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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